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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죽화초등학교(전교생 62명인 시골 소규모 학교) 교무실에서 추천해준 박주현 교사(4학년 담임)와의 인터뷰였다. 성실하게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이유였다. 4학년 교실에 들어서니 반 아이들 중 몇 명이 아직 하교하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인터뷰를 하자고 제의했다. 느낀 대로 말하는 아이들 증언이 좋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아이들이 흔쾌히 허락했다. 참 적극적이고 활발한 아이들이었다. 먼저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 자랑거리'를 물었다. 저마다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난리였다. 겨우 순번을 정하고 대화가 이어졌다.

 

"칭찬으로 아이들을 춤추게 해요"

 

김연서 : 상품을 많이 줘서 좋아요. 상품으로 문화상품권, 과자, 학용품 등을 받아봤어요.

기자 : 아니 그렇게나 상품이 많아요.

박주현 교사 : 사실,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각종 상을 많이 주는 편이에요. 어떻게 하면 상을 많이 줄까 연구하며 각종 상을 만들어내죠. 그러다보니........

기자 : 아하 그렇군요. 그래도 아이들은 상보다도 상품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거.....

아이들 모두 : 예, 맞아요.(모두들 순식간에 웃음 폭탄)

박 교사 :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학용품을 자기 돈으로 거의 사지 않아요. 시시때때로 학용품을 상품으로 받으니 말이죠.

기자 :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박 교사 :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자는 거죠.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아이들에겐 채찍보다 당근이 훨씬 좋은 약이 되는 거 같아요.

기자 : 아하, 그렇게 심플한 뜻이. 하하하하.

 

"우리 학굔 모든 게 공짜에요"

 

박희연 : 우리 학교는 거의 모든 게 공짜에요.

기자 : 그래요. 뭐가 그렇게 공짜일까요?

박희연 : 저도 방과 후 교실에서 바이올린을 공짜로 배워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기자 : 그렇군요.

박주현 교사 : 네 맞습니다. 우리 학교엔 사물놀이, 영어 특기적성, 바이올린 등등 각종 방과후 교실 등이 모두 공짜에요.

기자 : 그렇게 하려면 재정이?

박주현교사 : 네. 저희 학교가 소규모 시골학교이다 보니 재정적 지원을 받아요. 그리고 다들 부유하지 않은 시골학생들이라 혜택을 많이 주고자 하죠.

곽제규 : 맞아요. 우리가 3학년 때 각종 학용품들을 학교로부터 받았는데요. 아직도 그걸 쓰고 있어요. 아직도 그때 받은 리코더를 잘 불고 다니는 걸요. 히히히히히.

기자 : 학용품 살 일이 없군요. 참 부럽네요.

박희연 : 예 맞아요. 사실 우리 학교 앞에 문방구도 없어서 살 수도 없어요.

아이들 : 맞아요. 맞아. (다들 또 웃음바다)

 

"'신종플루', 우린 그런 거 몰라요"

 

이유진 : 저는요. 우리 학교가 2층 새 건물이라 넓어서 참 좋아요. 작년만 해도 1층이었거든요.

기자 : 그럼 너희 집 지은 것보다 더 좋아?

이유진 : 그건 아니고요. (모두 또 웃음)

박 교사 : 사실 작년 3월에 오신 우리 교장선생님께서 전력을 다해 힘을 써셔서 학교 건물을 신축하셨어요.

김준섭 ; 우리 학교는요. '신종플루'에 걸린 학생이 한 명도 없어요.

기자 : 아, 시골 소규모 학교라 그런가?

김준섭 : 그게 아니고요. 우리만 있잖아요.

기자 : 그게 무슨 뜻인지.(잠시 어안이 벙벙한 기자에게 박 교사가 설명해준다.)

박 교사 : 보셔서 알겠지만, 우리 학교는 바로 산 밑에 학교 건물만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전염될 일이 없다는 뜻이죠. 시골아이들이라 다들 건강하기도 하고.

기자 : 그렇군요. 준섭이 말처럼 별 게 다 자랑거리가 되네요.

김준섭 : 그럼요. 시골학교라도 다른 학교는 걸렸다고 하던데요.

아이들 : 그래도. 우리 학교 앞에 군것질 할 데가 없다는 단점도 있어요. 호호호호.

기자 : 아, 그렇구나.

 

"아이들보다 선생님이 더 즐겨요"

 

김민주 : 우리 반 선생님이 너무 너무 좋아요.

기자 : 왜?

민주 : 우리 선생님은 공부를 재미있게 가르쳐 주셔요. 게임도 많이 하게 해주시고, 상품도 많이 주시고.

기자 : 그럼. 역시 선생님보다 상품이?

민주 : 아니요. 정말 선생님이 좋다니까요. 우리 모두 이번 주 일요일에 우리 선생님 결혼하시는 것도 알고 있어요.

기자 : 아하 그런 것도 아이들이 기억하고 챙기는군요.

박 교사 :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놓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잘하면 마구 선물을 줘요. 때론 제 사비를 털어서라도.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더 저를 좋아하는 듯해요. 다른 학교에 있는 제 친구 교사들에게 들어봐도 우리 아이들이 아주 착하고 순수해요. 얼마나 가르치기 편한지 몰라요.

기자 : 보니까 아이들보다 선생님이 학교생활을 더 즐기시는 거 같은데요.

박 교사 : 예 맞아요. 아이들도 제게 그래 보인다고 하니 말 다했죠. 호호호호

 

"우리 학교 장점은 '개인강습'이죠"

 

기자 : 또 다른 거 말해볼 사람?

(이때, 가만히 지켜보던 한 남학생이 다짜고짜 말한다.)

이한빈 : 개인강습.

기자 : 이건 무슨 소리?

박 교사 : 예. 한빈이는 다른 도시 학교에서 전학 왔어요. 도시학교에서 보지 못한 광경이 수업 시간에 벌어지니까요.

기자 : 아,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일대일로 관심을 가지고 학업을 지도한다는 거군요.

박 교사 : 예 맞습니다. 원래 우리 학교 아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그랬으니 잘 모르지만, 한빈은 다른 학교에서 전학 왔으니 당장 알아채죠.

준섭 : 우리 학교에서 '농장체험'하기도 좋았어요. 토마토 딴 것이 기억나요.

유진 : 저는요. 강낭콩 딴 게 재미있었어요.

민주 : 우리가 함께 키워서 우리 힘으로 따서 먹는 게 좋았어요. 특히 자두 맛을 잊을 수 없어요.

기자 : 이것 또한 소규모 시골학교라 가능하겠네요.

 

이런 가운데 박교사가 아주 인상 깊은 말을 들려주었다.

 

"우리 교장 선생님(박영철 교장)은 항상 '학교는 학생들의 것입니다. 교사가 편한 학교보다 학생이 좋아하는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시죠.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이 원칙대로 하고 있음이 눈에 보여요."

 

이제야 알겠다. 특별한 대안학교도 아니고 특성화 학교도 아닌데도 도시학교에서 하나둘 전학 오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도, 2009년 학교평가 우수교로 표창 받은 것도, 무엇보다 아이들이 저렇게 행복해하는 것도 모두 그런 원칙에서 나온다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원칙을 단지 실천하고 있는 학교라는 것을.

 

죽화초등학교 http://www.jookhwa.es.kr/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4일 안성 죽화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죽화초등학교, #시골 소규모 학교, #안성, #박영철 교장, #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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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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