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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이완구 충남지사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여, "저는 오늘 충청남도 도지사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 먼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물러나는 저를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공주시민과 연기 군민들께는 삶의 터전을 내 주실 것을 요구했으며, 원안 추진을 확신해도 좋다는 약속을 해왔다"며 "누군가는 법집행이 중단된 점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여 지사직을 사퇴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결의에 찬 사퇴의 말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리 전적으로 찬동해 줄 수만은 없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의 평소의 말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 추진에 도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니다' 싶다.

 

모양새 갖춘 뒷짐지기일 뿐

 

원안보다 더 좋은 수정안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게 이 지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안사수를 위해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보다는 그의 말대로, '책임지고 물러남'으로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춘 뒷짐지기'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의 한계는 분명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나와 있는 지자체장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게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총리 등을 위시한 국가의 핵심 멤버들이 세종시는 수정해야만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완구 지사가 그 물결을 거스르거나 막는다는 것은 역부족인 듯 보인다.

 

이 지사는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께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말씀하신 국가 미래에 대한 고뇌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진정성에 대해서도 인정을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대통령을 충분히 인정한다는 말로 들린다. 수정론의 대부인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사람이 어찌 원안사수라는 피켓을 들 수 있는가. 그것도 최전방에서.

 

그렇다. 그래서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어떤 면에서 솔직하다. "차라리 현 지사로는 대통령에게 대들 수 없어 이런 것들이 오늘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는 말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대들 수 없다면 뒤로 물러나는 게 맞다. 이 지사는 지금 그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앞으로 당내에서 토론도 하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사직은 사퇴했지만 한나라당 당적은 계속 보유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사로서도 싸우지 못 한 걸 평당원의 한 사람인 상태에서 싸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는 그런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외국에 나가서 볼 것도 보고 머리도 식히고 공부도 하겠다"며 향후 계획을 말했다. 이게 어디 세종시 원안사수를 위해 도지사직을 건 사람의 태도인가. 이 충남지사는 지사직을 놓고 다른 것을 얻을 계획인 듯하다.

 

이 지사의 '정치 쇼' 이제부터?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다른 '정치적 꼼수'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의혹의 눈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분명히 다음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무엇인가를 노리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벌써 충청남도의 지방의회 의원들은 물론이고 주민들까지 나서 지사직 사퇴를 말렸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자신이 가진 지사직 사퇴라는 생각을 관철하고 말았다. 그것도 6개월 남짓 남은 지사직을 말이다.

 

그의 측극들 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그의 지사직 사퇴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다분히 정치적 복선을 깔고 '정치 쇼'를 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미 전치 편력이 찬란한 정치인이다.

 

이 지사는 15대 때 신한국당 당원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16대 때는 자민련에서 의원이 되었다. 자민련에서는 원내총무까지 맡으면서 정치적 입지를 굳혔다. 그러다 다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충남도지사가 되었다.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의 오명을 씻을 수 없다. 이런 정치적 행보로 볼 때 이번 이 지사의 전격적인 지사직 사퇴는 또 다른 그 무엇의 발판이라는 게 중론이다.

 

야당들조차 그의 사퇴에 부정적이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정부가 한 약속이자 법률에 의해 진행 중인 세종시를 백지화하는 것까지 충남지사가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며, 그의 도지사직 사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대변인 역시, "이 지사의 충정을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충청남도 행정을 책임진 단체장으로서 도민의 민생현안을 살피면서 세종시 백지화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퇴가 먼저가 아니고 현재 진행형인 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쐐기를 박는 일을 먼저 하고 그래도 안 될 때 사퇴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이미 이 지사는 중앙무대에 등장했다. 그의 사퇴 기자회견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벌어진 것만 봐도 이를 증명한다.

 

"한나라당 탈당은 없다"는 이 지사의 결연한 의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의 당내투쟁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은 왜일까?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려면 사퇴보다 한나라당 탈당이 선행돼야 한다."

 

김종철 대변인 역시, "이완구 도지사가 이 대통령에게 진정으로 적극적인 항의 의사를 표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했다면 먼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도지사로서 주민들을 결집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은 정략적인 사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중앙무대에 나설 이완구 전 충남지사를 기대해야 하는 걸까? 그러기에는 충청도민의 한숨이 너무 짙은 것은 아닐까. 하여튼 이 지사의 앞으로의 정치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세종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이완구,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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