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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업장이 총파업을 가결한 날, 한국노총 지도부는 굴복하다니…."

 

4일부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홈페이지에는 지도부를 비판하는 조합원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노동부와 복수노조·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대해 대폭 후퇴한 내용에 합의하자 조합원들은 "어용노조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합의안에 따르면, 복수노조 허용을 2년 6개월 유예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노조활동에 대해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인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안엔 경총과 노동부의 방침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복수노조 허용 유예는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타임오프제의 경우, 중소사업장에서 큰 실효성이 없어 사실상 노조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민주노총이 "이번 합의는 전체 노동자의 90%인 영세기업·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야당은 물론 민주노총까지 배제한 채 상식에 어긋나는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단위노조는 고용자의 노예로 다시 전락할 것... 한국노총 탈퇴하자"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불과 며칠 전 총파업 찬반투표를 끝내고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던 지도부가 갑작스레 굴욕적인 합의안을 받아들인 것에 분노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총파업 찬반 투표에 대한 알림이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한국노총 홈페이지에는 조합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한국노총의 이름을 경총대변연맹이나 정부대변연맹 쯤으로 개명하라"며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하더니 기업이나 정부 하자는 대로 하면 노총 지도부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정치하고 싶다', '돈 받고 싶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면 속이라도 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지도부가 초등학생보다 협상력이 떨어졌다, 한나라당 부속 한국노조백기당이라고 간판을 바꿔달라"고 전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려고 얼마 안 남은 조합비를 탈탈 털어 서울과 16개 시도 집회에 참석했고, 지도부가 총파업한다기에 밤잠 설치며 겨우 현장에서 총파업 가결을 이끌어냈다"며 "우리가 그렇게 깨끗이 배신당하려고 연맹에 가입했느냐"고 비판했다.

 

이번 한국노총의 굴욕적인 합의로 중소영세기업의 노조는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조합원 박창혁씨는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노조업무를 보는 게 말이 되느냐, 고용주가 잘도 노조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라고 생산라인을 세워주겠다"면서 "단위노조는 옛날처럼 고용자의 노예로 다시 전락할 이 현실에 그저 통탄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에서 탈퇴하자는 주장도 많다. 한 조합원은 "상부 단체인 한국노총이 단위 노동조합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조합을 망치려 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의무금을 내면서 한국노총에 남아 있을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탈퇴를 결심하자"고 전했다.


태그:#한국노총, #복수노조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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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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