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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일요일 밤에>(아래 일밤)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시종일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일밤>이 대변신을 꾀하며 물이 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1박 2일>과 <패밀리가 떴다>와 경쟁에서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들과의 시청률 차이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인 만큼 한순간에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그동안 여타의 프로그램과의 시청률 싸움이 문제가 아니다. 20년간 브랜드로 공식 지정된 MBC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이었다.

 

그리고 이에 김영희 PD 이른바 '쌀집 아저씨'가 다시금 컴백하며 부활 신호를 알렸다. 그리고 역시 공익과 예능의 결합을 통해 <일밤>은 시청자들로부터의 사랑을 되찾고자 한다. 사실상 예능은 '리얼리티의 천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예능에 적응한 상황. 그렇다면 과연 공익과 예능이 결합된 <일밤>을 시청자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드디어 12월 6일 심판대에 올라섰다. 일단 시청률 면에서는 초라한 성적을 받을지도 모른다. <패밀리가 떴다>(SBS)가 하향세를 겪고 있지만 <해피 선데이- 남자의 자격>(KBS)의 시청률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요일 예능의 독주자 <해피 선데이- 1박 2일>(KBS)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단 <일밤>이 평가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듯 보인다. 그것은 바로 공익과 예능이라는 절대적으로 반대지점에 서 있는 두 개를 한데 묶어 조화를 잘 빚어낸 경험이 있는 김영희 PD 덕분이다. 그리고 그는 진짜로 달랐다.

 

김영희 PD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비밀-단비'(이하 단비) '우리 아버지' '대한민국 생태구조단-헌터스'(이하 헌터스)의 3개 코너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세 개의 프로그램 모두 공익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즉, <일밤>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리얼리티가 대세인 요즘, 리얼리티를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휴머니즘을 강조한 공익성. 이제껏 MBC가 가장 잘했던 예능의 장기를 선보였다.

 

웃음과 공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다

 

그중 첫 번째 '단비'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데 충분했다. '단비'는 우리 주위에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감동 미션을 수행하는 코너로 첫 방송에서 아프리카 잠비아를 선택했다. MC 한지민, 김용만, 탁재훈, 안영민, 김현철, 윤두준(비스트) 등이 장장 25시간 비행 끝에 날아간 아프리카 잠비아. 그곳은 오염된 물을 먹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가기 위해 잠비아에서 장학생으로 유학와 지리산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켄트 군이 이들과 동행하여 우물 파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단조로운 진행 방식을 벗어나 그곳에 두 가지의 미션을 주었다.

 

우선 잠비아 오지 뭄브아 주민에게 건강한 물을 제공하기 위한 우물파기에 도전했으며 두 번째 프로젝트로 김용만이 켄트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찾아 나섰다. 시간 할애와 교차 편집이 오히려 산만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첫 번째 프로젝트인 우물 파는 일에 동참하기 위해 현지에서 만난 17세의 아이 엄마가 겪는 생활고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탁재훈이 그녀에게 "언제가 가장 슬프냐"고 묻자 그녀는 "매일이 슬프다"라고 답해 모두들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고 하루 종일 땅을 파 버는 돈이 고작 3, 4천 원. 그걸 또 다른 사람들과 나눠 써야하는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우리로 하여금 한 번쯤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예전 <느낌표>에서나 볼 법한 소재를 다시금 안방극장을 불러온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어려운 삶을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면서 웃음과 공익이 주는 따뜻한 감정의 동요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 '우리 아버지'는 과거 '양심냉장고' 혹은 '산 넘고 물 건너'를 새롭게 재해석은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역시 '우리 아버지' 또한 시청자들에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마음의 정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특히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 이 시대의 아버지 어깨는 상당히 무겁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주는 가족들이 있어 고맙지만 한편으로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아버지들. 그들에게 힘을 주고자 MC 신동엽과 김구라, 정가은이 나섰다.

 

그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이 시대의 아버지를 만나 공중전화를 통해 자식들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아버지"라는 단어가 나오면 통닭을 선물하며 아버지들의 기를 살려주었다.

 

특히 오늘 방송에서는 18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 당할까봐 숨겼다는 아버지의 고백과 청각 장애인 딸을 둔 아빠의 눈물 영상 편지가 방영되면서 일상 속에 잊고 지내던 아버지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일깨워주는 데 충분했다. 또한 최고의 공감을 이끌어낸 아빠에게 증정되는 '아빠 냉장고'는 환경미화원 조철환 아버지에게 전달됐지만 냉장고를 어린이집에 기증해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 주었다.

 

생태계 위협? NO! 인간과 공존을 고민

 

이 두개의 프로그램이 공익에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흘릴 수 있도록 했다면 방영 전부터 논란이 된 '헌터스'는 일부 단체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알려주었다. 멧돼지 포획에 환경단체는 국회에서 성명서를 내며 생태계를 위협하는 행위라 규정하며 방송 철회 요구에 나섰다. 헌데, 뚜껑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단체들의 '오버'였다.

 

6일 <헌터스>에서 이휘재, 김현중, 박준규, 김태우, 구하라, 우승민, 심권호 등은 경상남도 의령군 가례면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인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하지만 포획에 앞서 <헌터스>는 멧돼지가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할애했다. 그것은 기존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미리 예견한 듯싶다.

 

그래서 <헌터스>에서는 전문가를 통해 천적이 사라진 멧돼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개체수가 17만 마리에 달하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700억의 피해액을 가져왔음을 알려주었다. 또한 멧돼지들 때문에 농민들에게 직접 농작물 피해, 집 앞까지 들어와 인명까지 위협하는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 실상 이 문제는 어느 누가 나서서 해결을 해야 할 일이었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에 의해 무조건 멧돼지를 방치해 둘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인간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 그리고 <헌터스>는 이러한 점을 들어 자신들이 멧돼지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자 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멤버들은 멧돼지를 만났을 때 대처법도 배우며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본격적으로 포획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헌터스>는 제목과 달리 멧돼지를 포획하되 어떻게 하면 멧돼지와 인간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어보고자 했다. <헌터스>는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취지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또한 유일하게 리얼리티의 포맷을 결합한 <헌터스>는 멧돼지를 쫒는 멤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공익과 리얼리티를 새롭게 결합한 모습을 선보여 앞으로 어떠한 반응을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로그램 취지를 살려야만 존재의 의미

 

일단 <일밤>의 개편을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첫 방송인 만큼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 사실상 공익과 예능을 결합한 시도는 이제껏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 안에 진정성이 담겨있는지는 늘 논란이 되어왔고 그것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일밤>에서 좀 더 많은 노력과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단비'와 '우리 아버지'는 공익과 예능을 결합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포맷은 이미 우리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포맷이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새롭게 담느냐도 관건이다.

 

또한 이 두 프로그램이 단순한 최루성 눈물을 짜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구촌에 주변들 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 시대의 아버지를 진정으로 위로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일밤>이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뛰어 넘어 프로그램 존재의 이유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헌터스>의 우려는 많은 환경전문가들이 제기한 어떠한 면에서는 수용해야 할 부분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멧돼지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다보면 다시금 생태계의 이상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즉, 그들이 인간과 멧돼지의 공존을 고민하고자 함을 취지에서 밝혔듯 그 공존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는데 진정성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 멧돼지 전문가들이 등장했지만 앞으로는 환경단체의 자문을 받아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것을 담아야 한다. 또한 첫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공존의 방법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처럼 그 방법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시청자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환경단체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래야만 제작진들이 진짜로 원하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되찾아 올 것이다. 이제, 첫 방송이 되었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진정성을 추구해 진짜 시청자들에 사랑을 받을 수 있길, 20년간 지킨 브랜드 자존심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태그:#일밤 , #헌터스 , #우리 아버지 , #단비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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