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났어요! 불..."
한 아이가 다급하게 외치며 벽면에 설치된 비상벨을 눌렸다. 2층 목조건물에 빨간 불길이 넘실되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 몇 명의 아이들이 소방관 옷을 입고 소방차에 탔다. 긴급 상황을 알리는 소방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소방차에서 황급히 내린 아이들이 불길을 향해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물길이 닿자 불길이 잦아들었다. "야호..!" 불이 꺼지자 아이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실제 상황이 아니다. 대전어린이회관(대전 유성구 월드컵경기장 동관 1층) 내 '직업체험존'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개관한 대전어린이회관은 실내 3520㎡, 야외 2250㎡의 규모로 건립된 체험형 놀이 중심의 어린이 복합 문화공간이다.
식료품가게에 들르면 일정액의 모의화폐가 주어진다. 아이들이 수백 가지의 실제 크기 모형 식료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 앞에 서면 계산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동물병원에서는 동물인형을 안고 진찰대에 눕힌 후 엑스레이기를 들이대면 사진과 함께 골절 등 병명이 화면에 표시된다. 인기코너는 뷰티샵. 실제 크기로 준비된 수십 가지의 옷을 인형에 입혀 볼 수 있고 미용실에서처럼 머리를 묶거나 땋아볼 수 있다.
직업체험존-스포츠체험존-과학체험존-세계문화체험존까지
직업체험존에서는 이밖에도 디자인센터, 로켓발사대, 차량정비소, 어린이병원, 공사현장, 방송국, 3D입체영상관, 싱싱농장, 파출소, 우체국, 건널목 등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체험존에 들르면 실내에 축구장과 농구장, 골프장, 야구장, 암벽타기 코너가 준비돼 있다. 전문프로그램 강사가 배치돼 소그룹으로 나눠 경기를 실제 즐길 수 있다. 암벽타기 또한 인조암벽이지만 로프 및 안전장비를 갖추고 실제와 똑같이 암벽타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과학체험존에는 소리와 바람, 물, 빛을 이용한 다양한 놀이를 통해 과학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바람을 이용해 공중에 둥둥 떠 다니는 공과 수압을 이용한 물 로켓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세계문화체험존에는 각 나라의 국기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세계광장 이외에 한국관, 중국관, 몽골관, 아랍문화관, 이집트관 등 11개관이 꾸며져 있다. 각 체험관에서는 그 나라의 독특한 의상을 직접 입고 사진을 찍거나 전통 악기 연주, 피라미드 쌓기, 장신구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함께 할 수 있다.
예약 후 재료비만 내면 아이들이 직접 작품을 그리거나 만들 수 있는 그림방과 공예방, 작품 갤러리도 마련돼 있다. 넓고 아늑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4세 미만 영유야 놀이터는 별도 + 아동상담실
4세 미만의 영유아들을 위한 별도의 놀이터도 준비돼 있다. 영아들의 감각발달을 유도할 수 있는 갖가지 놀이시설과 함께 수유실 및 영아전용 화장실까지 구비해 놓았다. 수유실은 세척 소독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또 있다. 아동상담실이다. 아동과 학부모상담, 심리검사 등을 통해 아동발달과 적성은 물론 자녀양육정보를 제공해 준다. 아동전문가가 배치돼 부모상담→별도 체험존에서 행동관찰→상담 및 평가에 따른 결과를 안내받을 수 있다. 체험존 놀이와 상담을 결합한 아동성정발달프로그램도 전국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한다.
이밖에 값비싼 장난감을 싼값에 대여해주는 장난감대여코너(출생 후∼만 12세 미만)를 비롯해 아트분수와 동물놀이터, 복합 놀이기구를 체험할 수 있는 야외놀이터까지 갖춰 놓았다. 이 모든 시설을 둘러보고 체험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개인 3000원, 단체 2000원(10명 이상)이면 된다. 12세 이하 어린이와 동행한 보호자는 50% 감면받는다.
체험만족도는? "직접 아이들과 체험해 보세요"
체험만족도는 어떨까? 대전 목동 목양마을 아파트에 사는 김양순(45)씨는 "아이들과 오전 11시쯤에 왔는데도 시간이 부족해 시설의 반도 둘러보지 못했다"며 "체험공간과 놀이시설이 다양하게 잘 꾸며져 있어 아이들이 흥겨워할 뿐 아니라 시설도 쾌적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시간을 내서 차근차근 다시 둘러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준 대전어린이회관 관장은 "전체 면적의 40% 이상을 체험형 학습, 놀이시설 중심의 다기능복합 문화시설로 꾸몄고, 실내 및 야외공간을 모두 친환경자재로 시공했다"며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이후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유성나들목에서 월드컵경기장 동문을 보면 대형 용 모양의 다리가 보인다. 이 용 다리가 어린이회관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다. (문의 042-82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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