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행정도시건설청 앞이 며칠째 한산합니다. 건설청 앞에서 연일 원안 추진을 외치던 주민들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충남도청 앞이 시끄럽습니다. 7일 오후에도 충남도청 앞마당에 대형 확성기가 설치됐고, 1000여명의 연기, 공주 지역 주민들이 도청 앞마당에 모여 들었습니다.

 

연단 앞에 내걸린 "이완구 지사님! 힘내십시오. 우리가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에서 보여지듯 이완구 충남지사의 지사직 사퇴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입니다. 

 

한상한 행정도시건설청, 시끄러운 충남도청

 

이 지사가 지사직 사퇴를 공식 선언한 지난 3일에 이어 4일에도 수 천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습니다. 또 오늘(7일)에 이어 8일과 9일, 11일에도 충남도청 앞에서 연일 집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반면 충남 연기 행정도시건설청 앞에서는 당분간 예정된 주민집회가 없습니다.

 

이완구 도지사의 지사직 사퇴가 세종시 원안 추진 싸움의 물줄기를 잠시 돌려놓은 셈입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충남도청 앞 집회에 참여하는 도민들의 속내 또한 한결같진 않습니다. 한 축은 이 지사가 세종시 원안 추진에 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만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집회장에서 터져 나온 "도지사가 무슨 죄, 대통령이 책임져라"는 구호는 이같은 속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완사모) 등 또 다른 한 축은 이 지사에게 지사직 사퇴를 철회해 줄 것을 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우리는 지사님을 끝까지 따를 것입니다" 등의 구호는 대부분 <완사모>에서 내건 구호입니다. 도청 앞 울타리에는 '정부는 (이 지사의) 사표를 즉각 반려하라'는 구호도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퇴는 해당 지방의회에 사퇴날짜를 적은 사퇴서 통보로 물러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 지사는 도의회에 제출한 사임통지서에 사퇴일을 '12월 13일'로 명기해 제출했기 때문에 오는 14일부터는 지사직 신분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부를 향해 이 지사의 사표 반려를 요구하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 지사를 향해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데는 이 지사를 위한 '외형불리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 이날 한나라당 소속 충남도의원 전원(20명)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던진 이완구 충남지사를 따라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습니다. 도민들과 함께 '지사직 사퇴는 명분이 없다'고 외치던 도의원들이 이 지사를 따라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명분이 있는 일인지 곱씹어 볼 일입니다. 

 

버스 떠났는데 "이완구 도지사는 돌아오라"?

  

7일 오후 충남도청 앞 집회에는 정만수 행정도시사수범공주시민대책위원장을 비롯 조선평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위원장, 유한식 연기군수, 이준원 공주시장 등이 연사로 나서 세종시원안추진과 이완구 지사가 도백으로 돌아올 것을 애타게 호소했습니다.

 

한 연사는 "도백으로 돌아와 세종시원안사수 염원을 지켜달라"고 했고, 또 다른 연사는 "세종시 원안사수의 구심점이 없어지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했습니다. 또 "아비를 잃은 자식들의 방황과 고통을 생각하신다면 지사직 사퇴를 철회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연사도 있었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행정도시사수연기군대책위원회'는 버스 5대, 행정도시사수범공주시민대책위원회는 버스 10대에 이르는 주민들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집회가 열리는 동안 연단 주위에서는 주민들 간에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습니다.  추운 날 버스까지 대절했으면 충남도청에 와서 이 지사의 사퇴철회를 요구할 게 아니라 행정도시건설청이나 청와대 또는 국회로 가서 세종시 원안추진을 요구하는 게 순리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일(8일)도 모레(9일)도, 이번 주 금요일(11일)에도 도청 앞에서 "이 지사님 돌아오세요! 힘내세요!"를 외쳐야 할 형편입니다. 


태그:#이완구, #충남도지사, #지방의회, #행정도시, #세종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