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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김장에 있어서는 아마도 다른 사람이 하는 것 백번 보는 것보다 직접 한번 하는 것이 낫다가 아닐까 싶다.

결혼 후, 김치를 담그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고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내 눈에는 내 또래의 새댁이 김치거리를 장에서 사는 것이 신기했다. 해서,

"배추를 왜 산데?"
"김치 담그려고"
"김치를! 직접 담근다고?"
"하면 돼"
"대단혀. 난 못혀"

그렇게 김치는 무슨! 그걸 내가 어떻게 해 하면서 외면했었다. 사람이 하려고 들면 '~에도 불구하고' 하기 마련이지만, 하지 않으려고 들면 '~때문에' 핑계거리도 널려 있는 법이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반찬 정복도 쉽지 않은 처지라, 아이가 어려서, 집도 좁고 오래되서 욕실에서는 녹물이 줄줄. 아무튼 이런 저런 핑계가 줄을 이었다.

동서의 김장독립 선언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아이도 제법 컸고 이젠 결혼연식도 어느 정도 쌓였고. 그렇게 김장 독립을 한 지 몇 해가 되었다. 아직은 시댁에서 농사를 지어서 배추며 고추 등등을 챙겨주시기에 완전한 독립은 되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젠 완전 독립이 두렵지 않은 그런 경지에 도달했으니 어찌 뿌듯하지 않을쏘냐.

아무리 수명이 늘었다지만 마흔이면 '불혹'이라. 이 정도 나이가 되면 김장 정도는 할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만약, 마흔 아니 오십줄에도 김장을 해 보지 않는다면 아마도 평생 김장을 못 해보는 것은 아닐까 . 그럼, 다음의 아들, 딸에게는 어떻게 김장을 해 주며 김장하는 법을 가르쳐줄까.

칠십이 코앞인 엄마 친구 중에도 평생 장을 담그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 장을 담글 줄 몰라 사 먹는다고 하는데. 살다보면 사 먹는 경우가 있겠지만. 그래도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아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장이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일단 한 번 시도해 보시길. 실패는 있어도 몇 번 하다보면 성공의 고지가 멀지 않은 법. 만약 할 줄 몰라 시도하지 않는다면 절대 성공도 없는 법. 나 같은 둔치도 하는 김장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터.

먼저, 김장을 하기 며칠 전부터 마늘을 깠다.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만약, 마늘을 사야 한다면 아마도 깐 마늘을 사지 않을까 ㅎㅎ). 아무튼 연속극 봐가며 사나흘에 걸쳐 쉬엄쉬엄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새 한가득. 준비 완료. 고추 역시 방앗간에서 빻아 놓고.

지난 토요일 오후(12월 5일) 촌에서 배추 30여포기를 실고 왔다. 아파트 베란다에 놓았다. 다음 일요일 아침 배추를 쪼개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많아서 25포기 정도 했다. 그것 하는 것도 두 시간은 족히 지나갔다. 원체 내 손이 느리다 보니.

배추를 칼집을 조금만 넣고 손으로 네등분하다
그래야 씻을 때 배추가 덜 떨어진다
▲ 배추 배추를 칼집을 조금만 넣고 손으로 네등분하다 그래야 씻을 때 배추가 덜 떨어진다
ⓒ 양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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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멀티 작업에 익숙한 법이라. 가스불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끓인다. 그 반 정도의 양으로 찹쌀풀도 만들고. 이거야 불이 하는 일이라 거저 먹기다. 배추를 다듬으며 끓으면 불만 끄면 되는 일이라.

이제 배추에 소금을 뿌려 숨을 죽이는 일. 간을 해야 한다. 간은 오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오후나 저녁 늦게 씻어 놓고 잠을 잘 수 있다. 너무 늦게 간을 하면 밤잠을 설칠 수도 있기에. 간을 할 때는 배추를 물에 한번 적셔 흰 부분에만 소금을 적당히 뿌린다. 그렇게 간을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다.

배추 가져온 날 저녁에 쪽파를 다듬어 놓았어야 했는데, 나이가 드니 머리가 한 번씩 건망증을 일으킨다. 평소에는  간을 하고는 좀 쉬면서 '숨이 제대로 죽고 있나' 하면서 간이 골고루 배게 배추를 뒤집어 놓기만 했는데. 어쩌랴. 쉴 틈 없이 막간을 이용해 쪽파를 까기 시작했다.

하긴 배추 간 하는 것에 비하면 쪽파 까는 것은 일도 아니라. 쪽파를 다듬으며 실수없이 해야 할 일을 머리속에 그려본다. 마늘, 생강을 집에서 찧기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그렇다고 믹서기에 갈면 너무 물이 되어서 맛이 없기에 방앗간에 가서 다대기를 해야 하는데, 일요일이라 방앗간이 노는 날이다. 평일이면 배추 간을 해 놓고는 방앗간에 다대기를 하러 가면 된다. 저녁이 되자 배추간이 얼추 된 것 같다. 배추를 물에 헹구어 건져 놓았다.

절인 배추를 씻어 채반에 건져 놓다
▲ 배추 절인 배추를 씻어 채반에 건져 놓다
ⓒ 양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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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건져 놓은 것을 보니 내 마음이 뿌듯하다. 이젠 양념 준비할 차례. 식은 멸치 국물을 큰 대야에 붓고 고춧가루를 넣었다. 거기에 찹살풀도 넣고. 오늘 할 일은 여기서 마무리.

다음 월요일 아침, 방앗간에 가서 다대기를 했다. 어제 저녁 멸치와 찹쌀풀에 고춧가루를 넣었고, 이제 방앗간에서 찧은 마늘과 생강 다대기를 넣었다. 거기에 새우젓과 밑젓을 넣고 청각을 씻어 썰어 넣고 배와 양파를 갈아 넣고 쌀엿을 좀 넣어서 양념을 마무리 했다.

배추 속으로 쓰기 위해 쪽파를 씻어 썰고 무도 채를 썰었다. 이제 배추에 양념옷을 입힐 일만 남았다. 저녁이 되지 않아 양념옷 입히기가 끝났다.

한 해 김치를 준비하다
▲ 김장 한 해 김치를 준비하다
ⓒ 양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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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김장 완성.  이제 일 년 김치 걱정은 덜었다. 김장! 번거롭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일단 한 번 해 보시랑께롱'


태그:#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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