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세상살이에는 끊이지 않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 공통점은 지겨워하면서도 한쪽 귀로 쫑긋하고 듣는다는 점이다. 남자에겐 군대, 여자에겐 출산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중 하나인 지긋지긋한(?) 군대 이야기가 최근 책으로 나왔다. 지난 해 다음 아고라가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면, 올해에는 블로그에 연재된 '악랄가츠의 군대 이야기'가 6개월간 4백만 네티즌을 열광시킬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악랄가츠의 군대 이야기>를 뒤적이다,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이 쓴 추천사를 읽었다.
"소심하고, 자의식에 가득 찼으며, 겁쟁이이기도 했고, 첫사랑의 실연에 상처받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청년이 군대에서 겪는 좌충우돌 체험기는 많은 청년들에게 공감을 자아냈고, 많은 여성들에게 웃음과 호감을 선사했습니다."이 정도라면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저자 황현씨와 이메일 인터뷰.
"젊은 날 군대 생활, 잊기에는 아까운 추억"- 군대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한 이유는?"잊혀져가는 군 시절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었다. 젊은 날 2년여 시간을 전우들과 함께 나라를 위해 보냈다. 때로는 죽을 만큼 힘들었고, 외로웠지만 그냥 기억 저편으로 잊기에는 아까운 추억이었다. 그렇게 한 편 두 편 작성해나가다 보니, 많은 분들에게 관심과 공감을 받았고, 그에 탄력 받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다."
- 같이 생활했던 부대원 중 가장 생각나는 이가 있다면?"본문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윤 이병이다. 저랑은 3개월 차이 나는 후임이었는데, 함께 생활하면서 고참이라는 이유로 많이 괴롭힌 거 같다. 그래도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묵묵히 저를 잘 따라주어서 고마웠다. 가끔은 텐트 속에서 그와 먹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며 나가서 꼭 먹자고 했던 지난 겨울 밤이 생각나곤 한다."
- 책으로 펴내기까지 에피소드가 있다면?"블로그에 올린 글을 정식으로 출판하려고 하니, 여러 제약이 있었다. 특히 사진 같은 경우에는 저작권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껏 이용할 수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아래 사진은 지금 제 블로그를 대표하는 프로필 사진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발견했는데, 마음에 들어 사용해왔다. 그때만 해도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았고, 출처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별 생각 없이 사용했는데, 어느 날 비밀댓글이 달려있었다. 알고 보니 제 글을 보는 구독자였는데, 프로필 사진 원제작자였다. 다행히 흔쾌히 사용을 허락해줘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독자평 "아쉽지만 블로그와 또 다른 느낌"- 책으로 내면서 원하는 바가 있었나?"출판을 제의 받았을 때, 자신 없었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책으로 나오게 된다면,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군인들이 보다 쉽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얼마 전, 동생이 근무하는 부대에 책을 보냈는데, 동생 후임이 제 블로그에 방문하여 재미있게 읽었다며 글을 남겼다. 참 뿌듯했다."
- 쓰지 못한 이야기가 있나요? 있다면 이유는?"블로그나 책에서는 유쾌하고 발랄한 에피소드 위주로 작성했다.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구태여 안 좋은 추억까지 작성하고 싶지 않았다. 안 좋은 추억보다는 좋은 추억이 훨씬 많았기에. 기왕이면 읽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
- 책을 읽은 독자들 반응은?"다양했다. 기존 블로그 연재 글을 보신 독자들은, '블로그에서의 기발한 사진과 말투를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또 다른 느낌이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책을 구입하신 주변 사람들도 호기심 삼아 읽었다고 하는데, '한번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다'고 한다. 다행히 재미있게 봐줘 감사하다."
- 군부대 반응은?"제가 민간인이라 군부대의 반응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끔 댓글을 보면, 현역 간부들도 많이 보는 것 같다.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며 격려해주기도 했다."
휴학생으로 값진 경험,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할 터
- 앞으로 계획은?
"올 한 해 블로그를 운영하며 많은 일들이 생겼다. 사회 경험이 전무한 제가 책을 발간했고, TV, 라디오 출연 등 다양한 행사에 초청받았다. 값진 경험이었다. 휴학생 신분이라 학업에 매진해야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할지 모르지만,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블로그도 꾸준히 운영해나갈 생각이다."
- 하고 싶은 말은?"<악랄가츠의 군대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항상 응원해주신 구독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뛰어난 글재주도 없는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던 저를 과분한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황현이 쓴 <악랄가츠의 군대 이야기>는 지긋하고 따분한 젊은 청춘의 군대생활을 따뜻하고 애정 어린 호기심의 세계로 이끌었다. 또한 피 끓는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야하고, 갈 수밖에 없는 남북분단의 아픔을 되새기게 했다.
김광석의 <이등병 편지>가 군대 가는 이들의 마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노래라면, 황현의 <군대 이야기>는 입대하는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지침서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