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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기'의 사전적 의미는 '내다버림'으로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한때는 좋아했던... 아꼈던...이라는 말이 앞에 붙는 것도 아닌 물건을 버리는 것과 같은 내다버림입니다.

유기동물은 바로 사람들이 내다버린 동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오랫동안 잘 썼지만 지금은 수명을 다 하여 버릴 수밖에 없는 물건이 생겼을 때 잠시나마 갖는 망설임 내지는 아쉬움보다도 덜한 감정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처럼 다시 쓸 사람 있으면 가져가라는 것 말입니다.

아직은 세상이 그리 각박하지만은 않다고 말할 때 유기동물의 문제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동물을 버리고 학대하는 사람들 뒤엔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하여 보듬고 무분별하게 학대가 행해지는 가혹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처음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받고 있는 동물들. 처음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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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는 서울 중심가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택을 개조한 사무실에서 학대로 고통받고 오랜 떠돌이 생활로 만신창이가 된 동물들이 고단한 몸을 내려 놓고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기동물 중 구조되어 안락사를 피해갈 수 있는 수는 전체의 20%도 되지 않습니다. 또한 안락사를 피해간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입니다. TV에서 간혹 보여지는 유기동물들이 몇백 마리씩 있는 곳을 실제로 가보면 방송의 즐겁고 감동적인 이야기 뒤로 이 동물들이 과연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개팔자가 상팔자? 정말일까요

100마리가 넘어간다면 이런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 즐거운 간식시간 100마리가 넘어간다면 이런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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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수는 집계되는 통계의 3배에 달하는 2만여 마리입니다. 이 동물들을 모두 다 구조하여 보듬는 것은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매일 수십통의 상담전화를 받습니다. 시끄러워서, 배변을 못 가려서, 이사를 가야 돼서, 돈이 많이 들어서 등.... 못 키우는 이유도 가지각색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데리고 올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면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는 비아냥을 듣습니다. TV에서 보면 못 키우는 동물들 데려다가 잘 봐주던데 그것은 꾸며낸 거냐는 소리까지 들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못 키우게 되면 이런 데서 당연히 받아주는지 알고 동물을 구입했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
▲ 무료한 일상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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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좋아하지만  한달에 1번 데리고 나가기도 버겁습니다.
▲ 산책을 좋아하는 뚱식이와 다중인격 예삐. 산책을 좋아하지만 한달에 1번 데리고 나가기도 버겁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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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재롱은 받아주는 이 없이 시들고 있습니다.
▲ 재롱이 많은 여주. 여주의 재롱은 받아주는 이 없이 시들고 있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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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가 없기 때문에 수적으로 그나마 덜 치이는 동물자유연대의 동물들은 환경이나 뒷받침이 나은 편입니다. 허나 이 속에서도 분란은 늘 존재하고 약하고 건강하지 못한 동물들은 도태됩니다. 또는 살뜰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무료한 일상에 지쳐 갑니다.

사람들은 보살핌을 받고 있는 유기동물들의 단편적인 모습에 위안을 얻고 불편한 마음을 접습니다. 사무실의 유기견 중 사람과 떨어지는 것에 불안증이 심해 돌발행동을 해서 매일 데리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함께 하는 예삐라는 개가 있습니다. 유기동물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저는 "우리나라는 개팔자가 상팔자야... 돈을 벌어오길 하나... 하루종일 먹고자고..."라는 말을 하며 예삐를 흘깃거리는 시선과 시민들의 태도를 대할 때면 아픈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동물보호운동을 해오면서 가장 힘든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책임감 없는 양육자들보다 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데 동물보호 활동을 할 때마다 사람도 어려운데라는 논리로 무장한 사람들입니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에게 유기동물의 문제는 다른나라 이야기인 것 같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호강에 겨워 집을 나갔다거나 혹 그렇더라도 TV에서처럼 누군가가 데려다 잘 키워주겠지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입니다.

유기동물에게 관심을

늘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슬픈 눈동자
▲ 졸리가 보는 현실의 벽 늘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슬픈 눈동자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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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개를 보았는데 가슴줄을 하지 않고 목줄을 했는데 개가 얼마나 목이 아프겠냐며 강력하게 시정을 요구하는 상담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 목줄을 사용합니다라고 웃으면서 넘긴적이 있는데요 동물문제를 거론하면 이 유별나거나 또는 무심한 사람들로 인해 정작 중요한 부분은 가려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유기동물의 엄청난 수와 그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은 사람들이 만든 것입니다. 그깟 동물들이 무슨 대수냐고 하는 것은 현실을 깊이 들여다 보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유기동물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그리고 말 못하고 대항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대변인이 된다는 것에 사람이 우선이지라고 비난을 하기 전에 좀 더 깊이 있는 관심을 가져할 할 때입니다.

지금 사람들로 인해 삶이 좌지우지 되는 슬픈 유기동물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유기동물, #동물입양, #동물학대,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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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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