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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를 만드는 사람들. 왼쪽부터 점필정, 이용원, 노지현, 이아영
 <토마토>를 만드는 사람들. 왼쪽부터 점필정, 이용원, 노지현, 이아영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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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도 월간 문화잡지가 있어?" 적어도 2년 이상 대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면 안타까워할 사람들이 좀 있다. 특히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대전 문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몇몇은 속까지 상해 '막소주'(막걸리에 소주를 섞은 술)를 들이킬 것이다.

실제 이들은 최근 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가 한 포럼자리에서 '대전에는 문화를 다루는 월간지 한 권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속이 상해 막소주를 들이켰단다.    

바로 대전에서 문화잡지 <토마토>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대전을 '문화적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뜻 맞는 사람들이 뭉쳐 <토마토>를 첫 발간한 때는 2007년 5월이다.

이들은 창간호에 이렇게 바람을 적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 유쾌한 이벤트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토마토>, 느리지만 꾸준히 독자 증가

그동안 발행된 <토마토>
 그동안 발행된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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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월간지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 사이 발행부수 1000부에 정기독자만 수백 명으로 성장했다. 고정 독자가 있는 인기기사도 꽤 있다. 정치권에서 주로 하는 '중간평가'를 하자면 <토마토>는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세다.

<토마토> 독자들은 매달 잡지 속에서 따뜻함과 낯섦을 느낀다. '따뜻함'은 대전 속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산동네 외곽의 문화 소외지역을 <토마토>가 비춰주고 있는 데서 온다. '낯섦'은 대전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도 잘 알지 못하던 숨어 있는 문화를 <토마토>가 찾아내 주는 데서 기인한다.

이들이 창간호에 담은 소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흥겨운 밴드공연을 관람하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마당극을 보고 마임을 즐기고 때로는 산에도 함께 가고, 기획 취재에 독자와 동행하기도 하고……."

지난 7일 <토마토> 편집부(대전 중구 대흥동)를 기습방문(?)해 <토마토>를 가꾸고 만드는 사람들의 속내를 들어보았다. 이날 편집부에는 <옥천신문>에서 일했던 이용원 편집실장과 점필정 기자, 디자이너 노지현씨와 이아영씨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 언제 창간했나?
"2007년 5월이다. 2년 하고도 7개월이 지났다. 지난달에 32호를 냈는데 단 한 차례도 결호가 없었다."

- 창간계기는 ?
"대전에서 잡지다운 잡지를 만들었으면 하는 선후배들이 모였다. 얼마 전 개인적 이유로 그만둔 이수정이라는 후배와 셋이서 '문화잡지'로 시작했다. 대전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잡지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다 문화잡지를 매개로 대전의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 역동적인 대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 왜 문화잡지인가?
"당시 대전문화계에서 회자되던 얘기가 '대전은 소극장, 연극, 인디밴드 등 문화장르가 안 된다'였다. 그만큼 독자적인 문화가 창조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컸다. 문화 관람을 위해  서울까지 가는 사람들을 대전에 붙잡아두고 싶었다. 문화잡지가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토마토>가 지향하는 것은 '예술 중심'이 아니다. 세상을 문화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종합잡지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문화적 시각과 색다른 책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문화잡지를 표방하고 있다."

<토마토> 편집사무실이 있는 대전 중구 대흥동 건물(2층). 1층은 이들이 부대사업으로 운영중인 커피숍 IDEE.
 <토마토> 편집사무실이 있는 대전 중구 대흥동 건물(2층). 1층은 이들이 부대사업으로 운영중인 커피숍 IDEE.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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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 이름이 '토마토'?
"첫 편집준비회의에서 잡지이름을 놓고 논의를 하는데 오감을 자극하는 과일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고민 끝에 색깔도 예쁘고 몸에도 좋은 토마토로 정했다.

토마토가 과일이 아닌 채소로 구분되기는 한다. 그런데 토마토가 채소가 된 배경을 들어보니 1893년 미국 대법원에서 토마토를 식물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란다. 소송은 당시 미국 관세법에 채소를 수입할 때는 19%의 높은 관세를 물도록 돼있는 데 반해 과일은 관세 없이 싼 가격으로 밀려들어 왔다고 한다. 말하자면 미국이 자국 내 농산물 재배 및 그 가격을 보호하기 위해 토마토를 '채소'로 분류했다고 한다. 실제 필리핀에서는 아직도 토마토를 과일로 구분하고 있다. 학자들은 토마토가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고 원예학적으로는 채소라고 말하고 있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토마토'는 과일과 채소, 두 가지 면을 두루 갖추고 있어 더 마음에 든다." 

- 현재 몇 명이 일하고 있나?
"편집책임자인 나(이용원)와 취재·사진·총무를 총괄하는 점필정 기자가 있다. 그리고 디자이너 2명(노지현, 이아영), 이밖에 비상근 2명 등 모두 6명이다."

- 월 몇 부씩이나 발행하나.
"약 1000부 정도다. 유료독자도 있고 낱권으로 판매도 하고 있다. 창간 당시 250부로 시작했다. 꽤 늘어난 셈이다."

- 제작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월 약 1000만 원 정도의 제작비가 소요되고 있다. 현재 잡지 판매만으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 사보제작이나 책자제작, 카페운영 등 다른 일을 부업으로 함께하고 있다."

- 가장 인기 있는 란을 꼽자면?
"대전여지도다. 대전외곽을 중심으로 각 마을의 역사와 현재를 소개하고 있는데 일부 독자들로부터 대전여지도만 묶어 책을 만들어 보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취재 및 편집도 각 마을에 대한 기록을 남기겠다는 취지로 하고 있다."

<토마토>를 만드는 사람들
 <토마토>를 만드는 사람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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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논란이 큰 코너는?
"맛집 소개 기사다. 취재기자들이 주변 평가를 취합해 임의로 맛집을 선정한다. 취재 및 디자이너들이 그냥 손님으로 찾아가 음식을 시켜 맛을 본 후 느낌을 적는데 기자의 주관적 입맛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논란이 크다. 다만 음식점 및 메뉴 소개 등이 매우 자유롭기 때문에 주관적이지만 느낀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 보람 있었던 때는?
"적은 부수에도 잡지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날 때다. 처음엔 <토마토> 하면 과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꼭 있어야 하는 문화잡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다."

- 속상한 때는?
"얼마 전 취임한 박강수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가 한 포럼자리에서 '대전에는 문화를 다루는 월간지 한 권 나오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는 말을 문화재단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다. 속이 상한 것은, 비록 발행부수가 적지만 2년이 넘게 한 번도 빠짐없이 발간해 왔는데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가 <토마토>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 어려웠던 때는?
"원래 중구 부사동 옥탑방에서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작년 3월 지금의 사무실로 이전했다. 하지만 당시엔 모두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고 재정도 어려워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었다. 지금은 좀 안정됐지만 매달 '지금이 가장 어렵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

- <토마토>의 2010년 신년기획은?
"아직 공개할 만큼 세부계획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추상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소개하면 내년부터 대전의 문화계 인물들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시인 박용래, 도예가 이종수 선생 등이다.

다른 한편으로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미니자서전'도 구상 중이다. 신청을 받아 매달 한 개인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소개해 보자는 취지다. 예를 들면 한국전쟁 당시 인동장터에 대한 기억을 구술로 받아 채록해 소개하는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기록이 축적되면 개인의 역사가 큰 대전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언제까지 <토마토>를 발간할 예정인가?
"이 질문은 언제까지 만들 수 있나 '두고 보자'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외부적 요인 때문에 잡지 만드는 일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치고 힘들어 우리 스스로 '그만 하자'고 하지 않는 한 <토마토>는 매달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태그:#토마토, #문화잡지, #대전, #대전여지도, #월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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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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