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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장천동 순천시청 뒷골목에 자리한 한 작은 회사에 다니는 A씨는 "회사에 출근하면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회사 다닌다는 것이 다 그렇지' 하고 넘어가려다가 A씨가 곧바로 이어 던진 말 속에서 거대한 힘에 한없이 줄어드는 인간의 비애를 발견하게 된다.

 

지난 9일, 사진을 건네주면서 분개하는 A씨를 만났다. "세상에, 이곳이 사람 사는 동네인지 차가 사는 동네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전거 길을 만들어 녹색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차는 사람에 우선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던 순천시가 시청 뒷골목을 이렇게 만들어놨다고 속앓이를 했다.

 

사진을 살펴보니, 길 양쪽으로 사람이나 자전거가 침범해서는 안 되는 황색실선이 그어져있다. 인도나 자전거길이 있나 하고 살펴보니 하수도가 지나가는 폭 1미터 남짓한 길뿐이다. 명확히 구분하면 그것은 인도도 자전거길도 아닌 하수관 배수시설의 일부인 지상부다.

 

그런데 그곳도 시청에서 놔둔 거대한 꽃화분이 막고 있어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하다. 통행만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닌 A씨의 경우처럼 회사 문을 열고 나와 한 발짝이라도 옮기면 곧바로 차도 침범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분개한 A씨의 마음을 다독여줄 뾰족한 얘기가 생각나지 않아 얼떨결에 "'공중부양'하고 다니면 되잖아"라고 말했다가 화만 돋우고 말았다.

 

A씨에 따르면 "이 길은 자동차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차와 사람이 함께 다니는 차도와 보도 구분이 없는 도로로, 그동안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었지만 어느 순간 황색실선으로 그어 놨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자동차가 주정차를 할 수 없는 구간이기도 하지만 사람이나 자전거도 차도로 들어설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사람과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다니던 길을 자동차만 다니는 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동안 이 지역이 고질적으로 주정차위반 차량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말처럼 황색실선을 그어놓고 사람의 통행과 자전거 운행까지 불법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들의 안전을 내팽개친 것은 물론 이곳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감옥에 가둔 형국을 만든 것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행정'이라고 혀를 차는 시민들이 많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순천시, #자전거길, #인도, #순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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