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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우리가 시킨 들깨죽 ..
맨처음 우리가 시킨 들깨죽.. ⓒ 정현순

"잠깐만요. 이거 우리가 주문한 거 맞나요? 우린 들깨정식을 시켰는데 중간에 웬 회가 나오지요?"

한 친구가 새 음식이 나오자 서빙하는 종업원을 불러서 물어본다. 나머지 친구들은 수다떠느라고 메뉴가 바뀐지도 모르고 나오는대로 먹기만 했다.

"아까 바꿔달라고 해서 바꾼건데요."
"누가 언제 바꿔달라고  했어요?"
"저기 저분이 바꿔 달라고 한 것같은데..."

바로 나였다.

"내가 언제? 음,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는데 대답도 않고 나가더니 무슨 소리."

다른 친구들도 "맞아.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지 메뉴 바꿔달라는 소리는 안했는데" 여기저기에서 한 마디씩 하자 종업원이 쩔쩔맨다. 그가 쩔쩔 매는 것을 보고 우린 그대로 먹기로 했다. 송년회이니깐 좀 가격을 높여보자 하면서.

지난 8일 친구들과의 송년회를 했다. 처음 2~3차례는 우리가 주문한 들깨정식이 잘 나오고 있었다. 그러다 몇 번째부터인가 회가 나와서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먹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회가 두번이나 연거푸 나오긴 했었다. 그것이 메뉴가 바뀌어서 나온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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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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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순

콩고기 ..
콩고기.. ⓒ 정현순

마지막으로 나온 대나무통의 밥과 반찬 ...
마지막으로 나온 대나무통의 밥과 반찬... ⓒ 정현순

그가 미안하다면서 우리가 시킨 매취순 술 한병을 서비스로 가지고 왔다. 우린 그날 송년회이니만큼 16000원짜리 정식을 먹고 영화구경을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예상에도 없던 지출이 더 생겨 영화구경을 포기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 1인분에 9000원 초과, 거기다 모인 인원이 11명이었으니, 거금은 거금이었다.

"아니 그런데 시킨 음식을 먹다가 다른 메뉴로 바꾸는 수도 있나?"
"말도 안돼. 사진 찍어도 되냐는 말이 어떻게 메뉴를 바꿔달라는 소리로 들을 수가 있어."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저런말들을 했지만 우린 그대로 먹기로 했다."우리가 지금 여기 사장한테 말하면 저 사람 어떻게 혼날지도 모르니깐 그대로 먹자"로 의견이 모아졌다.

메뉴가 바뀐 것을 알아차린 친구는 요 며칠사이에 그 집을 3차례나 오게 되어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메뉴가 달라진 것을 미리 안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계산할 때, 옥신각신 하고 시끄웠을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우리들이 식사가 끝나자 우리방을 담당했던 그 종업원이 과일주스를 들고 들어왔다. 그러면서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분들 만나서 제가 잘 넘어가게 되었어요. 다음에 오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제가 더 잘해드릴게요"한다. 그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40대 중반쯤 되어보였다. 그곳에서 일한 지 2년이 되었다는 그가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듯했다. 그의 사과 한 마디에 우리들도 어느새 그일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 음식점을 나왔다. 그 종업원은 밖에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바뀐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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