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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꼭 회갑이다. 요즈음이야 회갑이 무슨 나이일까. 사람들은 흔히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하지만, 그 인생이 60부터라는 말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왔던 세월이다.

 

나이 스무 살에 경주에 있던 경주시립국악원의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첫 교단에 선 후 40년 만에 다시 초등학교 교단에 섰다. 2009년 12월 10일 여주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글쓰기 교실' 선생님으로 나선 것.

 

첫 대면부터 당혹스러웠다. 하긴 내일이 회갑인 내가 갑작스레 초등학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니, 조금은 당황하고 달라진 분위기가 서먹하게 만든다.

 

40년만에 다시 선 교단, 모든 게 어리둥절 

 

글쓰기 교실 40년만에 교단에 섰다. 너무나 달라진 환경이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글쓰기 교실40년만에 교단에 섰다. 너무나 달라진 환경이 나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 하주성

한 마디로 그 긴 40년이란 세월이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교실에 들어가니 교실 풍경부터가 낯설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한 반에 100여명 가까운 아이들이 모여 공부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 교실에 고작 3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다.

 

그 때는 천막교실이라는 것도 있어서, 비가 오면 줄줄 비가 새는 교실을 피해 책상과 걸상을 들고 이사를 다녔다. 어제 만난 학생들이 3학년이었는데, 내가 3학년 때는 바로 그 비가 새는 천막교실에서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공부를 할 때는 선생님이 왜 그렇게도 무서웠는지. '사친회비'라고 하는 학교에 내야하는 돈을 내지 못하면, 벌을 서고는 했을 때니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때야 칠판을 항해서 모두가 앉았다. 그런데 요즈음은 두 명씩 서로 마주하고 앉는다. 그런 분위기가 칠판을 향하려면 자세가 올바르지 않게 된다. 영상교육을 많이 한다는 요즈음도 앞을 보아야 할 때가 많은 것 같은데, 이렇게 옆으로 앉아 공부를 하게 되면 아이들의 자세가 과연 올바로 될까하는 우려가 앞선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제멋대로의 자세를 갖게 된다. 기대고 앉는 녀석부터, 고개만 돌리는 아이. 저런 자세가 아이들의 건강에도 안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마주 앉아 앞에선 선생님을 곁눈질로 보아야 하는 교실이 참으로 생소하다.

 

밝은 아이들, 그것도 걱정스럽네

 

처음 대하는 아이들이지만 첫 느낌은 아이들이 참 밝다는 느낌이다. 그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고, 앞에서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는데도 장난도 친다. 어떻게 보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그동안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한참 동안 어느 방송국에서 학교 교실이 나오는 개그 프로를 보면, 칠판에 꼭 이런 것이 구석에 쓰여 있었다. '떠든 아이' '청소 안 한 아이' 이런 것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런 것조차도 없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학교생활을 한다.

 

집중이 안 되는 분위기가 조금은 화가 나기도 한다. 하기야 40년이면 세상이 4번이나 바뀌었는데, 40년 전의 학교 분위기만 기억하고 있던 나에게, 이런 교실의 분위기가 적응될 리가 만무하다. '장난치고 떠들면 혼을 낸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소용이 없다.

 

단 5분도 안 되서 떠들고 장난을 친다. 요즈음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것이다. 밝아진 학생들의 모습은 좋은데, 이렇게 통제가 안 되고 주의산만하면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것도 걱정이다. 오랜만에 교단에 서보니 별 걱정이 다 된다.    

 

당당한 아이들. 너희들이 참 부럽다

 

교실 안 자유스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아이들을 꾸밈이 없이 만들었나 보다.
교실 안자유스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아이들을 꾸밈이 없이 만들었나 보다. ⓒ 하주성

두 시간을 내리 수업을 하면서 글을 잘 쓰는 법과, 말을 잘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한 사람씩 나와 배운 것을 이용해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3학년들이라 발표를 하라고 하면, 조금은 망설일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너도 나도 손을 들고 나와 발표를 한다. 배운 것을 금방 인용을 하려고 하니 조금 서툴기는 해도, 자신 있게 나와 발표를 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만 하다.

 

우리가 자랄 때도 저런 자신감이 있었을까? 한 마디로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행동이다. 그리고 보니 아이들이 참 당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중 몇 명은 자신이 없어 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당당하다. 그 모습에서 괜한 우려를 하고 아이들을 바라보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맙다 얘들아. 너희가 내 스승이란다

 

아이들 밝은 표정의 아이들.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기에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밝은 표정의 아이들. 이렇게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기에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하주성

60년이라는 세월. 어르신들이 보시면 '참 어린놈이 세상을 어찌 알고'라고 핀잔을 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험한 세상을 살아왔다고 늘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이가 먹어가면서 자신감도 점차 사라진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제 아이들과 함께 두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 저 밑에서부터 자신이 생긴다. 손자 손녀 같은 저 녀석들이 나에게는 스승인 셈이다. 적어도 세상을 당당하게 살 것을, 그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오히려 나를 가르쳤으니 말이다.

 

요즈음은 솔직히 조금은 게으름을 피웠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일 년이면 거의 절반 이상을 길에서 보냈다. 우리 문화재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나이가 먹어가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
 
산 중턱이나 위에 있는 마애불을 찾기 위해 산을 오르다가 보면, 숨도 차고 힘도 딸린다. 그래서 산을 거의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저 아이들의 당당함을 보고,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나이같지 않은 나이에 참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기만 하다. 

 

'고맙다 아이들아. 그리고 너희들이 참 부럽다. 앞으로 그런 당당함을 갖고 세상을 살기 바란다. 조금은 힘들고 어렵기도 할 테지만, 그 당당함이 너희를 지켜낼 것이다'


#회갑#교단#대신초등학교#글쓰기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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