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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규

 

인천 동구 금곡동 골목길을 걷습니다. 짚이불을 덮은 골목밭을 바라보면서 이 텃밭은 바야흐로 겨울잠에 드는구나 생각합니다. 골목집 담벼락을 따라 가지런히 놓인 꽃그릇에 노란 꽃이 한창입니다. 이 겨울에 무슨 꽃이 한창이겠느냐만, 참말로 노란 꽃이 싱싱하게 피어 있습니다. 골목길 거니는 사람한테 맑은 웃음 한 자락을 선사합니다. 이 꽃그릇을 가꾸는 골목이웃은 왜 집 안쪽이 아닌 집 바깥에 이 꽃그릇을 마련해 놓았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이 골목을 드나들 동네이웃한테 노란 웃음 한 송이 나누어 주고픈 마음이 아니었을까 헤아려 봅니다.

 

 

 금곡동과 창영동을 가르는 언덕을 넘고 전철길을 지나 경동으로 접어듭니다. 가으내 짙푸르던 골목꽃은 모두 지고 앙상한 잎과 꽃그릇뿐인데, 이 모습으로도 얼마든지 곱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율목동과 경동을 가르는 샛골목 한켠에 자리한 피아노집 옆으로 몇 놓인 꽃그릇에서 다시금 새삼스레 겨울골목을 밝히는 꽃송이를 만납니다. 겨울철 찬비를 맞으면서 외려 더 싱싱한 기운을 뽐내는 겨울 골목꽃을 들여다봅니다. 한참을 서성이며 들여다봅니다. 피아노집에서 배우는 어린이가 우산을 받고 지나갑니다. 샛골목을 따라 거닐며 피아노집을 드나드는 이 어린이는 이 샛골목이 그냥 샛골목이 아닌 꽃골목임을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깊이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이 꽃골목 느낌과 내음이 피아노집 드나드는 모든 어린이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피아노집 어린이뿐 아니라 피아노집을 꾸리는 어른 가슴에도, 피아노집을 드나드는 어린이 동무들 가슴에도, 피아노집에 어린이를 보내는 어른들 가슴에도 한결같이 맑고 고운 겨울 골목꽃 내음과 빛깔과 느낌이 살며시 스며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골목동네에 이웃한 빌라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슴에도 이 기운이 솔솔 퍼져 가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어깨 맞대며 조용하게 오래오래 꾸려 온 골목동네 삶자락이 고이 스민 겨울 골목꽃 송이송이를 다문 사진 몇 장으로나마 나눌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고 꿈을 꿉니다.

 

겨울 골목꽃을 부지런히 찍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집 잃은 개를 찾는 손글씨 쪽지와 소화전이 나란히 어울린 모습을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부디 집 잃은 개는 집을 찾고, 개를 찾는 분 또한 당신 귀염둥이를 기쁘게 만날 수 있기를 빕니다. 우리 세 식구 살고 있는 붉은벽돌집을 가꾸는 집임자 할매와 할배도 우리 살림집 깃든 골목을 밝히는 겨울꽃을 예쁘장하게 돌보고 있습니다. 늘 고맙게 여깁니다. 우리 집은 꽃그릇 하나 마련해 놓고 있지 않은데 언제나 고운 꽃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골목길, #인천골목길, #골목꽃, #골목마실, #사진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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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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