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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잘 썼기에 시(詩) 한 편에 5백만원을 주는 거야."

1500만원 고료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이 12일 오후 진주교대에서 열렸다. 올해는 시 "뱀"을 낸 임재정(46, 경기 남양주)씨와 단편소설 "행인3"을 낸 이미홍(52, 서울, 본명 나향은)씨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시 당선자한테 상금 500만원과 상패, 소설 당선자한테 상금 1000만원과 상패를 전달했다. 임재정씨의 시 한 편이 500만원의 대접을 받은 셈이다.

12일 오후 진주교대에서 열린 '2009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역대 수상자들이 김장하 (재)남성문화재단 이사장과 박노정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2일 오후 진주교대에서 열린 '2009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역대 수상자들이 김장하 (재)남성문화재단 이사장과 박노정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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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을문예'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전국에 걸쳐 실시하는 문예공모다. 신문사의 '신춘문예'와 같은 성격이다. 대개 신춘문예는 시 당선자의 경우 상금은 100~200만원 정도인데, '진주가을문예'는 시 공모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주가을문예'는 1995년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진주신문가을문예'로 불리었는데, 올해 진주신문사가 휴간에 들어가면서 이름을 바꾸었고 남성문화재단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2명씩의 당선자를 냈으며, 지금까지 문단에 총 31명의 샛별을 탄생시켰다.

김일남․이영수․유영금․김영산․김남용․김형미․김애란․김승원․김영미․김영수․김애리나․이애경․김현욱․전영관 시인, 문재호․조명숙․정연승․이광민․박태갑․원시림․심세웅․강영․김언수․김옥성․박대봉․양관수․최거울․이춘실․서은아 소설가가 '진주가을문예'의 이름을 달고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노정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진주신문사가 장기 휴간에 따라 역대 수상자와 운영위원, 여러 갈래의 의견을 받아 '진주가을문예'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금 출연단체인 (재)남성문화재단에서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장하 (재)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이 12일 오후 진주교대에서 열린 '2009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에서 시 당선자 임재정씨한테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김장하 (재)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이 12일 오후 진주교대에서 열린 '2009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에서 시 당선자 임재정씨한테 상패와 상금 5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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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 (재)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이 12일 오후 진주교대에서 열린 '2009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에서 소설 당선자 이미홍씨한테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김장하 (재)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이 12일 오후 진주교대에서 열린 '2009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에서 소설 당선자 이미홍씨한테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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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시상식에는 김장하 이사장과 리영달 진주문화사랑모임 회장, 정태용 전 개천예술제 대회장, 강희근 시인, 윤용근 경남도의원, 강민아 진주시의원, 강병기 민주노동당 농민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역대 수상자인 유영금․김형미씨가 하모니카와 오카리나로 축하연주를 하기도 했다. 리영달 회장은 축사를 통해 "수확의 계절 가을에 우리 문단의 좋은 인재를 생산하고 있다"고, 강희근 시인은 격려사를 통해 "문인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인수 시인.
 문인수 시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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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시인(본심)은 시부문 심사평에서 "시는 권력이다. 시는 말짱 거짓말이다. 그러나 시는 잘 뜸들인 한 끼의 저녁밥 같은 엄연한 진실이요, 한판 노을과 같은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감동이다"면서 "시의 권력에도 그러나 망할 권리는 없다. 망하는 순간, 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불순물에 약하다"고 설명했다.

수상작 "뱀"에 대해, 문인수 시인(본심, 예심 박노정․조말선․김일남)은 "당선자는 자신의 내면세계나 환상을 바깥 풍경과 현실에다 잘 되살려내고 있다"며 "설득력을 확보한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신선한 감각과 탁월한 묘사의 능력은 전편에 걸쳐 고르게,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점이 미덥다"고 평가했다.

이순원 작가(본심, 예심 정연승․백가흠)는 정연승 소설가가 대신 읽은 심사평을 통해 "단편 <행인3>은 소재도 신선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뛰어나다"며 "'우리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우리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세계를 다룬 작품은 많지만 이 작품만큼 현대인의 익명성과 통신 속의 존재성을 잘 표현한 작품도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선소감에서 임재정씨는 "기계톱을 밀며 연신 널판을 켜는 목공들 틈을 비집고 전선타래와 씨름하는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면서 "기계톱은 전화기 속까지 날을 밀어 넣어서 어지러이 날리는 톱밥 사이로 '당선'이란 생경스럽고 어렴풋한 말의 결을 얼핏 훔쳐본 것 같기도 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새로운 감전의 경험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미홍씨는 "사람들이 왜 소설을 쓰느냐고 물으면 '쓰는 동안 행복하니까'라는 대답을 했는데,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거짓말이기도 했다. 자주 실망했고 자주 절망했다. 그러나 쓰는 동안 행복했다"면서 "출발이 많이 늦었지만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많이는 갈 수 없지만 조금은 더 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설은 내 친구니까"라고 밝혔다.

31명의 '진주가을문예' 역대 수상자들은 "등대"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귀를 패에 새겨 강희근․김정희․김언희․박노정 시인한테 전달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더 빛나는 신인의 탄생을 기대했다.

"암초와 해일 사이로/환한 불빛이/뱃길을 알려왔습니다/서른 한 명의 어부를 실은/진주가을문예 돛배는/불빛따라 밤바다를 출항합니다/그 불빛/너무 따스해 노를 놓지 않습니다. 이천구년 십이월 십이일, 승선한 어부들이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태그:#진주가을문예, #(재)문화재단, #김장하 이사장,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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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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