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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집이 없다.
2년 전세 기한을 넘길 수 없어,
부지런히 집을 옮겨 다니는 집 없는 천사들,
 
한 마리 알을 깬 나방처럼 살던
집을 두고 몸만 달랑 빠져나간다.
 
집이 있는 사람은 천사가 될 수 없을까,
 
가만히 생각하면 죽은 자들도 무덤이란 집이 있다.
아파트 1004호처럼 묘지 1004호 있다.
 
죽어도 집이 있는 천사보다
집 없는 천사가 더 많을 것 같다
몸이 무거워 몸이
무거워 날지 못하는
*아르카이오프테릭스의 후예들,
 
집이 있어도 따뜻한 새둥지가 그리운 사람들
아파트 울창한 숲 속에 둥지를 튼다.
 
넓은 창을 열어도 날지 못하는 잃어버린 날개의 기억으로…
<집이 있어도 집이 그립다>-자작시
 

[작업메모]요즘은 두메산골이 아니면, 어딜 가나 고층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높은 산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면, 고층 아파트들이 콘크리트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아파트들을 많이 짓는데도 내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 집이 있는 사람보다 집이 없는 친구들이 더 많다.

 

집이 있는 친구의 경우조차 내 집(아파트)에서 살지 못하고, 그 집을 세 놓아 받은 전세금으로 사업을 하면서 셋방살이 하는 친구이거나, 앞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친구이거나,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 줄 수 없어서, 오래도록 셋방 살이를 전전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나도 다르지 않다.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오래 전에 구입했으나,  그 대출금의 반도 갚지 못하고, 은행대출의 이자만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내 집이 있지만 내 집에 한번 들어가서 살지도 못하고, 남편이 사업에 실패해서 아파트를 경매를 당하는 안타까운 처지의 친구들도 많다. 그러니까 내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말뿐, 속사정을 털어 놓는 걸 들어보면 한결 같이 셋방살이 할 때가 좋았다는 푸념들이다. 

 

정말 아파트가 생겨 옛날의 단독주택에 세들어 살면서 주인의 눈치를 보아야 하던 셋방살이 설움은 많이 사라졌으나, 아파트가 많이 생기면서 셋방살이 설음 대신 정겨운 이웃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는, 이웃 간의 인정 때문에 웬만하면 이사를 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요즘 이웃이 좋아 이사를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재개발 붐으로 아무리 이웃이 좋아도 이사를 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막 이사  온지 얼마되지 않아, 철거 명령이 떨어지고, 철거 예정된 지역보다 전세 값이 싼 곳이 없어, 아이러니하게도 곧 뜯길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만 찾아서 세들어 사는 친구도 있다. 정말 요즘의 아파트(집)은 정말 집이 곁에 있어도, 집이 그리운 집(아파트)들이다.       

 

덧붙이는 글 | 아르카이오테릭스; 조상새의 이름. 조류의 화석으로 가장 오래되었다. 


#셋방#이사#집#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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