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대표적 시민운동가이자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지난 12월 13일 강서양천시민모임 초청 강연회에 초청 연사로 참석하여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회는 강서양천시민모임이 2009년을 마감하며 개최하는 강연회로 '풀뿌리가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이날 오후 3시~5시까지 양천문화회관 해바라기홀에서 진행되었다.
강연회는 추운 겨울날씨에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이 참석하여 시종 열띤 가운데 진행되었다.
강연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서양천시민모임 회원들은 미리 나와서 현수막을 설치하고 연단을 준비하고 파워포인트와 빔프로젝터를 연결하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서명대를 마련하여 서울시 광장조례 개정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어서 강연을 들으려는 지역 주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으며, 오후 3시가 되면서 강연장은 이미 절반 정도 차 있었다.
3시가 조금 넘어서 박원순 변호사가 강연장에 도착했고 사회자는 강연회가 시작됨을 알렸다.
이어서 강서양천시민모임의 나무님(조동호)의 인사말이 있었고, 뒤이어 바로 박원순 변호사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그는 먼저 최근의 정국 상황을 말하면서 국정원의 고소사건으로부터 말문을 열었다.
"국정원이 저를 고소했습니다. 원고가 국정원이 아닌, 대한민국입니다. 국가가 일 개인을 상대로 그것도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으로, 명예 훼손당했다고 하면서 고소했습니다. 저는 졸지에 국가와 동급이 되어버렸어요. 국정원이 저의 동태를 파악하고 전화가 옵니다. 어디 무슨 일로 간다면, 전화 와서 확인하고..."
그는 계속해서 이어간다.
"완전히 저를 VIP로 대우합니다. 국정원 덕분에 제가 VIP 된 것 같아요."(웃음)
박원순 변호사는 일반시민들의 일상 생활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 외국의 사례 등을 들어가며 풍부한 내용을 들려주고, 우리 사회에서 대의정치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 및 시민사회단체의 역할,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반 시민사회단체들 간 연대의 중요성 등에 대하여 풍부한 경험과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새로운 민주주의의 도구로서 전자투표(e-voting), 전자민주주의(e-democracy), 소통하는 경제, 경제활동에서 협업을 강조하는 위키노믹스(Wikinomics),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Fix My Street', 공문서에 쉬운 국어 사용하기, 뭐든지 가르치는 'School of Everything', 관료제도 개혁, 제3섹터 장관, 사회혁신 및 시민참여국, 정부의 지원 때문에 망해가는 농촌, 정보화마을 설치해놓고 인터넷하는 방법은 안 가르치는 정부 등등... 무궁무진한 국내외의 사례와 그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그의 강연은 고리타분한(?) 투쟁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대안이 없는 반대 만을 위한 반대가 아니다. 외국의 사례 등 풍부한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놓는 것을 보면, 정말로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대안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화제를 제시한다. 요란한 정치적 구호만이 아니다. 어떻게 대중의 협력이 세상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경제사업, 위키노믹스,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지역 개발 및 공동체 사업 등등.
때로는 진지하고 심각한 인권 이야기, 때로는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공동체 이야기, 지역에서 살아 숨 쉬는 민주주의 풀뿌리 이야기,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 소통하는 협치(거버넌스: governance), 야만적인 고문과 이를 치유하는 고문치유센터도 없는 대한민국 등 이야기는 끝이 없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으로 촉발된 수백만 인파의 촛불시위와 이에 맞서'명박산성'을 쌓는 이명박 정부를 이야기하면서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소통 부재의 감옥'에 갇혀 있다. 어떻게 소통해야 할 지 모르는 것 같다. 관용이야말로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아이린 칸(Irene Khan) 사무총장과의 대화를 소개하면서 이명박 정부 1년간 '인권의 실종'을 꼬집기도 했다.
"며칠 전 외부강연 자리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의 인권성적을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 학기말이 되지 않아 전체 성적을 매길 수는 없지만,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F학점이 아니면 다행이겠다'고 대답했다. 촛불집회에서부터 드러난 대로 시민적·정치적 권리는 대폭 축소되었고, 상위 1%에 치중된 정책은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무색하게 만들었으며, 공교육과 모국어에 대한 무지한 공격으로 인해 문화적 권리 역시 땅에 떨어진 상태다."
그는 이어서, "우리나라가 법무부 인권차관보 제도를 도입하면 병이 나는가? 유엔의 제 인권협약을 온전히 비준하면 돈이 드는가? 고문희생자들을 위한 병동을 하나 지으면 덧이 나는가? 미 국무성처럼 우리도 세계인권보고서를 낼 수는 없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는 또한 OECD 통계를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가 연금 및 보건 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가 OECD 국가 중 꼴찌임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도 인권, 사회적 통합, 문화예술, 창의적 상상력 등 경제 외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는 진정 행복한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국 경제 GDP의 약 7%가 비영리 단체에서 나온다"고 소개하면서 풀뿌리 경제, 시민사회단체의 중요성을 말했다. 또한 각 지역에서 생활협동조합, 생협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단순한 먹을거리 생협 뿐만 아니라, 교육생협, 문화생협 등 우리 생활의 각 영역에서 생협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를 이루기 위해 '아파트 부녀회의 민주주의', '대학총장의 선거와 민주주의', '파출소안의 민주주의', '초등학교 반장선거와 민주주의',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장, 그리고 민주주의', '시장, 국회의원선거와 민주주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제대로 된 법치주의(법 앞의 만인의 평등)' 실현, 국회와 정당의 정부와의 독립 및 자율, '반신불수 지방자치'의 온전한 실현, 다수결원칙과 소수자의 존중, 협치(거버넌스)의 강화, 투명성과 책임성의 관철, '소통과 참여'에 기초한 의사결정, 헌신과 통합의 리더십, 혁신과 창조의 마인드, '시민정치교육과 민주시민의 성장'등 10대 팁(tip)을 제시했다.
그는 "여의도 정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우리가 속해 있는 각 지역에서 주민의 힘을 모으고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각 지역에서 각종 선거에서 주민(시민)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와 시민운동에 있어서도 "무조건 반대만 하는 시대는 갔다"고 하면서'대안 있는 정치''대안 있는 운동'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민들의 발칙한 상상력과 풍부한 아이디어로 참여하는 사회창안운동, 시민들이 함께 하는 사회공익 활동, 공정무역 운동, 공익 모금운동 등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무엇보다도 '아래로부터, 주민과 함께 하는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가장 아래에서부터, 바닥에서부터 시작하고, 겸손하고 겸허하게 성찰․반성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비전과 콘텐츠를 고민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럼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를 주최한 강서양천시민모임은 지난해 7월 촛불집회를 계기로 강서․양천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단체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다. 지난 7월 말에 창립 1주년은 맞은 강서양천시민모임은 창립당시에는 15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하였으나, 불과 1년여만에 회원수가 2배가 넘는 320여명으로 증가하였으며, 7월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강서양천 지역에서 촛불집회와 폼보드 전시회, 그리고 각종 서명운동, 강연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강연회에는 강서양천시민모임 회원들 외에도 민주당 양천갑지역위원회 이제학 위원장, 문영민 전 양천구의회 의장, 위형운 양천구의회 의원, 진보신당 양천지역위원회 사무국장, 진보신당 강서지역위원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으며, 또한 강서양천교육자치시민회, 강서양천시민포럼, 전교조 사립강서지회, 아이쿱 양천생협,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안양천사랑모임 등 강서․양천지역의 제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강연회를 계기로 (가칭)강서양천 시민단체 협의회를 구성하여 향후 지속가능한 연대활동을 전개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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