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올해 첫 송년회를 했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 송년회였습니다. 매년 가볍게 술 한 잔 마시고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 후 간단하게 돌아가면서 한 마디했었는데, 올해는 색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일단 장소는 우리 지역 문화공간인 시와자작나무였습니다. 북카페지만 미리 준비한 술를 곁들일 수 있었습니다(시와자작나무의 운영자가 이 모임의 전임 위원장이기도 해서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송년회 계획을 전임위원장과 현 위원장, 실무 간사에게 위임해 놓은 터라 마음의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처음에는 2009년 평가를 책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2009년 동안 읽은 책 중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하나 가져와 책에 대한 소감도 나누고 1년을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소감이 끝난 후 그 책을 함께 있는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라는 계획이었습니다. 참 의미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위원 모두 책에 대한 입장이 다르고 책 소개에 대한 부담도 클 것이라 판단하여 이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했습니다.
일단, 이번 송년회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위원장의 제안에 따라 2009년을 평가 하되 '나에게 시상하기'라는 주제를 통해 이야기를 풀 수 있도록 하자고 결정하였습니다. 순서지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송년회라 그런지 오랜만에 참석하신 분도 많아 고조된 분위기에서 시작할 수 있었는데, 작은 종이 현수막을 벽에 붙이니, 더욱 더 송년회 분위기가 났습니다.
이날 송년회는 건배제의로 시작했습니다. 시민중계실 자원상담원 김정남 회장이 맡았는데, 어떤 분이 "요즘 건배제의는 '위하여~'라고 하지 않는답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받은 김 회장은 '사랑합니다'를 다 같이 외치자 제안하였고 조금은 어색하게 '사랑합니다'로 첫 잔을 부딪쳤습니다.
진행을 맡은 위원장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에게 시상하기'가 부담스러웠는지 2009년에 일어났던 사건들 중심으로 힘든 한해였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너무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기가 조금은 부담스럽고 숙연해지기도 했는데 한분 한분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에게 당당히 시상 했고 어떤 분은 시상할 게 없다며 일축하기도 했지만, 다사다난했던 2009년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토론거리가 제시되었습니다. 시민사업위원회 사업이 위축됐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시민단체가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고, 대중을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죽음에 대해 이야기 했고, 4대강의 문제점 즉, 함안보 공사 진행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허무함 등을 이야기 했습니다.
2009년 평가가 진행되는 속에 몇 번의 건배 제의가 있었습니다. 건배 제의자가 '만사형'을 외치면 '통통통'이라고 답하며 건배했고, 2009년 각고의 인내를 했던 한 위원이 '참지 맙시다'를 외친 뒤에도 다 같이 잔을 부딪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각인하는 건배제의 방식이었는데, 제의자가 '지구는'하면 '차갑게', '사랑은' '뜨겁게'를 외치며 잔을 비웠습니다.
여러형태의 건배제의도 이날 분위기를 뜨겁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였습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송년회가 끝날 때쯤 한 위원이 "서로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실무자인 나로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에 낯이 뜨거워졌지만 누군가 한 "이런 평가가 결국 내년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지 않나"라는 말에 힘을 얻었습니다. 고민지점을 찾았으니 이제부터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한해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위원회는 회의만 했다는 지적을 가슴 깊이 새기며 2010년엔 이 지역 전문가인 위원들과 함께 많은 꿈을 꿔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올해 송년회 시작을 차분하고 의미있게 보냈으니, 앞으로 남은 송년회도 많은 깨달음이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