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님이 12월 16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진영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의 합당 및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에 반대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묻지마 반MB연대'와 '묻지마 통합' 모두 의미없고, 지방선거 전 통합이나 과거로 회귀하는 형식적, 기계적 통합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지방선거 이후 이른바 '진보의 재구성'을 통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네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묻지 말고 통합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2010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진보진영의 전면적인 선거연합'을 제안하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2010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진보진영의 전면적인 선거연합'을 제안하고 있다. ⓒ 남소연

첫째, 민주노동당과 '묻지마 통합'은 의미가 없다는 말씀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며칠이 멀다하고 강연이며 간담회로 사람들을 만나는데, 언제나 "보수는 당 안에서 전쟁을 벌여도 개혁진보세력과 대결할 때는 한 집으로 모이는데, 진보는 작은 차이를 가지고도 갈라지느냐"는 말을 듣습니다. 노 대표님 역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지금 진보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흔한 생각을 바꿔내는 것이 아닐까요. "진보는 사람들을 합치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어야 우리가 현실의 난관을 뚫고 미래를 책임질 수 있지 않나요.

 

민주당이 지난 10년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정당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미래를 설계하는데 그치지 말고 힘으로 만들어나갈 것을 요구합니다.

 

서로 다투더라도 같은 집 안에 있어야 힘이 커집니다. 당사자들은 차이가 커 보여 이른바 '진보의 재구성' 없이는 못 합친다고 해도, 국민들 눈에는 크지 않은 차이에 불과합니다. 재구성될 모습이 국민 다수의 주된 관심사도 아닙니다.  

 

갈라진 것만으로도 실망을 안겼기 때문에, 합치는 것만으로도 다시 희망의 출발선에 설 수 있습니다. 저는 갈라진 과정과 남은 상처에 대해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상대방에게 고해성사와 탈바꿈을 요구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진보정당을 지지해주고 싶은 분들 눈에는, 과거를 정리하지 못해 갈라져 있는 것보다는 다 덮어두더라도 합치는 것이 나아보이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은, 특히 진보의 미래를 함께 꿈꾸었던 노동자들은, 과거를 묻어두고라도 통합하라고 요구한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됩니다.  

 

통합은 미래를 책임지는 일

 

둘째, 과거로 회귀하는 형식적, 기계적 통합이라는 말씀에 대해서입니다. 미래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실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푸는 것입니다. 현실의 과제를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과거로 돌아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올라서야 하는 계단은 통합과 연대로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미래의 문을 열 것입니다. 저는 진보가 그 임무를 충실히 해내야 국민들로부터 진짜 민주주의와 평등을 이루어낼 적임자로 지목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이 진보를 성장시킨다고 믿는 이유는, 국민들이 한 발자국 씩 더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나았다고들 하지만, 국민들은 지나간 시절로 돌아가려고만 하지는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상처받으면서 용산 참사 유족들을 껴안게 되었고,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투표만큼은 꼭 하겠다고 벼르게 되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만들어낼 세상은 과거와는 다를 것입니다. 통합은 국민들이 더 힘낼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통합은 미래를 책임지는 일입니다.  

  

통합과 함께 진보신당의 성과를 고스란히 가지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민주노동당도 역시 그렇게 노력할 것입니다. 기계적 통합일지 더 풍부한 통합일지는 그동안 우리가 흘린 땀의 무게와 앞으로 발휘할 젖 먹던 힘의 정도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지, 지금 단정할 것이 아닙니다. 갈라진 이후 겪은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합치라는 국민의 요구에 따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것이 형식적 통합으로 매도될 이유가 없습니다.

 

셋째, 지방선거 전 통합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통합하는 절차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합하겠다는 뜻만큼은 지방선거 전에 합쳐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국민들에게 드릴 가장 좋은 것은 통합과 연대, 그리고 이길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그것을 드립시다. 마음이 모여지면 통합할 시점이야 서로의 사정을 보아가며 늦출 수도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방선거 끝나야 논의할 수 있다고 닫아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통합에 반대하는 당원들이 있겠지요. 진보신당은 지금 통합할 사정이 아니고 생각도 없는데 일부러 정치공세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은 진심을 알아본다고 생각하지만,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복잡한 셈법과 추론은 다 접어두고, 오직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말을 되새겨 따릅시다.   

 

유불리를 따지지 맙시다. 어떤 곳은 민주노동당 후보가 열세라서 통합하면 우리 후보는 이름도 못 내밀고 진보신당에 눌리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요. 그러나 진심만 통하면 서로 다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진보정당의 당원들 아닙니까. 빨리 결심해서 합심해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민주대연합까지, 다 열어놓고 의논합시다

 

마지막으로, 저는 진보정당의 통합이 우리끼리 지지율 몇 퍼센트 높이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우리를 넘어선 더 큰 연대가 필요하면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고 흔연히 우리 스스로를 던질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 힘으로 큰 연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부터 통합하자는 것이지, 우리끼리 통합에 그치자는 말이 아닙니다.

 

진보의 임무가 무엇입니까.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것입니다. 저라고 진짜 아까운 우리 후보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은, 거름으로 썩어가도 누군가가 나를 딛고 올라서 더 잘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정신이 우리를 키워왔습니다. 노 대표님도 많은 당원들의 그 정신 덕에 국회의원을 하셨고 지금의 자리까지 이르신 것 아닙니까.

 

다 열어놓아야 합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왜 진보정당끼리만 연합해야 하나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서울을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국민들의 요구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비롯해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의 힘을 모으라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야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을 모으지 못하면, 용도 써보기 전에 "언제나 저렇게 안에서 싸움질이나 하지" 하는 비난을 받으며 서로 핏대만 세우게 될 것입니다. 민주당과 선거연합까지도 폭넓게 다 열어놓고 의논해야 합니다. 

 

공정한 경쟁의 기준은 함께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도 같이 의논하자고 나섰고, 민주당에서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우리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2012년 총선, 대선까지 국민들과 사이에 확고한 믿음을 쌓아나가는 단단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노 대표님께서 앞장서서 새 길을 열어가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그만한 힘을 발휘하고 모으실 수 있는 위치에 계십니다. 중요한 시기, 정치지도자의 판단이 미래를 앞당길 수도 늦출 수도 있습니다. 노 대표님이 불판을 갈자고 할 때 저도 통쾌했습니다. 얼마 전 무죄 판결에 저도 기뻤습니다. 지금은 갈라져 있지만 진보정당과 국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진보의 대표적 정치인이기에, 노 대표님의 성공을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정희 기자는 민주노동당 18대 국회의원입니다. 


#이정희#민주노동당#노회찬#진보신당#통합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9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