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가운데 이번 수사를 총지휘하는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전력'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특수수사를 전담하는 특수1·2·3부와 조직폭력 등을 다루는 마약조직범죄수사부를 관할하고 있는 요직이다.
김 차장은 한 전 총리 수사와 관련 "법과 원칙에 따라 묵묵하게 수사할 따름"(4일)이라며 원론적인 얘기를 했지만, 최근 그가 맡아온 사건들의 처리 방향을 보면서 한 전 총리 측은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김 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맡은 지난해 12월노 전 대통령 측과 악연을 맺게 된다.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유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고소 사건이 형사1부로 배당된 것이다.
이 사건은 김 차장이 법무부 대변인으로 가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김 차장이 친노 진영을 겨냥해 수사를 하느냐 마냐 하는 논란보다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그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로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있냐는 점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작년 12월 24일 뜻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이 수석은 같은 해 5월 춘천시 농지 불법 취득과 관련해 민주당으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했는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동관씨 부부가 농지 취득에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것이 불기소의 이유였는데,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이 김주현 차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이었다.
'살아 있는 권력'에도 동일한 잣대 들이댈까김 차장에게 고마워할 사람은 여당에도 있다.
지난해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100억짜리 비자금이 들어 있는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가 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다.
검찰 수사 결과, 문제의 CD는 김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음이 드러나 주 의원이 허위사실을 얘기한 것으로 결론 났다. 주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까지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주장을 계속했는데, 그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결론을 내린 사람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었던 김주현 차장이었다.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은 있는데,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은 모순에 대해 그는 말이 없다.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을 거론한 민주당 김현미·정봉주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 송사를 치르게 한 것을 생각하면,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김 차장이 올해 승진한 후 논란을 일으킬만한 사건에 직접 손댄 흔적을 찾기는 어려워졌지만, 책임의 범위는 오히려 넓어졌다.
야당으로부터 '대통령 사돈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2007년 대선 당시 '도곡동 땅'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한상률 로비 의혹 사건이 모두 그가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검찰 수사의 진척에 따라서는 현 정권에 큰 타격을 줄만한 사건들이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속시원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한명숙 수뢰' 보도에 대해 "검찰에서 언론에 알리거나 흘린 바 없다"고 말하지만, 검찰발 수사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도 뒷말을 낳고 있다.
김주현 차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른바 '고소영' 출신은 아니다. 그러나 야당은 잡고 권력층은 감싸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직 국무총리 체포'라는 강수까지 감행한 그의 칼끝이 살아 있는 권력도 겨눌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