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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만리장성, China Wall.
 자연이 만든 만리장성, China Wall.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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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호주의 최북단은 너무 덥다. 40도를 훌쩍 넘기는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한다. 그래도 텐트를 걷고 짐을 차에 싣고 나니 온 몸이 땀범벅이다. 킴벌리의 최대 관광지 벙글벙글(Bungle Bungle)국립공원을 향해 떠난다. 그러나 막상 국립공원에 도착하니 지프차가 아니면 들어가지 말라는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경고판을 무시하고 자동차를 몰고 들어가 보았다. 조금 더 들어가니 또 다른 관광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여행객이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자세히 씌어 있다. 물을 충분히 가지고 가라. 구급약을 준비해라. 실종에 대비해 꼭 신고를 하고 들어가라. 지프차로만 들어가되 50킬로 속도제한을 꼭 지키라 등등. 도로도 비포장도로임은 물론이거니와 곳곳에 웅덩이가 많이 보인다. 내가 운전하는 승용차로 들어가기가 겁이 난다.

다음에 다시 지프차로 호주를 돌 때 오기로 하고 호주 여행의 종착역인 카나나라(Kununurra)를 향해 떠났다. 카나나라까지 가면 호주를 완전히 한 바퀴 돈 것이 된다. 가는 길에 윈뎀(Wyndham)이라는 제법 큰 동네에 들려본다. 동네 입구에는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는 커다란 악어 동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이 동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산 정상까지 자동차로 올라가 본다. 거대한 강이 동네를 감싸고 흐른다.

윈뎀(Wyndham)의 유명한 상징, 악어 동상
 윈뎀(Wyndham)의 유명한 상징, 악어 동상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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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를 조심하라는 경고판을 흔히 볼 수 있다.
 악어를 조심하라는 경고판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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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와 늪지대를 구경하는 연못(Lagoon)에 들렀다. 입구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는데 악어가 놀라 물 속으로 바삐 들어간다. 악어는 악어대로 나는 나대로 정말 놀랬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리 크지 않은 민물 악어라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안내판에는 위험한 바다에 사는 악어도 나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카나나라를 가는 길에 홀스크릭(Halls Creek)이라는 조그만 동네에서 잠깐 숨을 돌린다. 가게에서 음료수를 사면서 이곳에 가볼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 차이나 장벽(China Wall)이 있으니 가보라고 한다. 우리를 중국 사람으로 알고 추천을 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가르쳐준 방향으로 가다 보니 China Wall이라는 안내판이 적혀있다.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만리장성을 연상하게 하는 돌담이 산등성이를 타고 꽤 먼 거리에 걸쳐 쌓여 있다. 사람이 일부러 쌓아 놓은 것처럼 반듯한 장벽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이 만리장성을 생각해 China Wall이라고 이름 붙였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호주 여행의 최종 목적지 카나나라(Kununurra)에 도착했다. 호주를 한 바퀴 돌아 도착한 곳이다. 삼만 킬로의 거리를 6개월 동안 텐트 하나 가지고 돌아다녔다. 피곤하다. 이곳에서 이틀간 쉰 후에는 여행 중에 들렀던 원주민 학생들이 사는 호스텔에서 자원 봉사를 하기 위해 돌아가야 한다.

이곳 카나나라(Kununurra)의 더위도 장난이 아니다. 40도를 훨씬 웃도는 더위다. 이 동네에서 가장 큰 캐러밴 파크를 찾아 들어갔다.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에 도착한 것을 기념할 겸 또한 더위도 피할 겸해서 텐트를 치는 대신 방을 빌렸다. 침대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에어컨까지 갖추어진 방이다. 규모도 크고 멋있는 수영장에서 열대의 더위를 수영으로 식히고 우리만의 부엌에서 한국 음식 냄새를 풍기며 저녁을 해 먹는다. 더위를 잊고 오랜만에 실컷 늦잠까지 자고 일어났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고 동네를 돌아본다. 강물이 곳곳에 흐르고 있다. 바라만디라는 호주 사람들이 즐기는 생선을 잡을 수 있다는 낚시터도 있다. 늪지에는 낯선 새들이 떼로 앉아있다. 이렇게 많은 새가 한 곳에 앉아 있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 새들의 천국인가? 근처에는 공원이 있으나 더위에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아 자동차로 잠깐 돌아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물이 많고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과일 농사를 짓는 곳이 많다. 망고를 판다는 조그만 간판이 보여 들어가 본다. 망고 과수원이다. 동양 사람을 처음 보는지 우리에게 무척 친절하다. 우리도 망고 과수원은 처음 구경한다고 하니 망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망고 가격을 물으니 한 개에 50센트라고 한다. 시드니에서 파는 가격의 1/3도 안 되는 싼 가격이다. 10개를 사 들고 나온다. 오늘은 망고로 포식하게 생겼다. 시골의 풍성함이 좋다. 

엄청난 새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카나나라(Kununurra)
 엄청난 새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카나나라(Kununu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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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뎀에 근처에 있는 고로토(Grotto) 계곡.
 윈뎀에 근처에 있는 고로토(Grotto)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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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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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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