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로 3일째 '4대강 사업' 예산안을 놓고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 여야가 극적인 타결을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단독처리를 강행할 것이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여 거친 몸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어 국민들은 또 꼴사나운 모습을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대통령+여야 원내대표 3자회동'을 제안할 때만해도 그 동안 싸움만 보여주었던 여야가 모처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대를 안겨주었지만 3자회동도 물건너가고 있다.
대화 분위기를 되돌린 쪽은 한나라당이다. 당 대표가 여야 대화를 제의했는데 사무총장이 반대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손석희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남북문제나 외교문제" 같은 것이면 몰라도 4대강 예산 같은 "정국현안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어떤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이런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4대강은 정국현안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통하여 추진하고 있는 국정현안이요 국가현안이다. 민주당이 4대강 예산안에 대한 정부 원안을 반대하는 것은 정파적인 이익때문이 아니라 4대강이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면 환경 파괴와 문화유산 훼손, 그리고 복지예산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해 ▲ 수자원 공사의 대운하 사업은 전면 중단하고, 돌려막기로 편성한 수자원 공사의 사업비에 대한 이자 800억은 전액 삭감 ▲국토해양위의 4대강 예산 3조 5천억원 중 순수한 국가하천 정비사업 비용을 제외한 2조 5천억원 삭감 ▲ 4대강 사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졸속 추진을 반대하며, 사업 시행을 5년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재정법과 하천법을 지키면서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하여 그 재정으로 복지 분야로 돌리는 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 임기내에 다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더 갖고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정부와 한나라당도 민주당 제안을 검토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22조원이라는 엄청난 국가 돈이 들어간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 주장에 따르면 토지보상비와 정부부처 연계사업 따위를 합치면 35조 8천억원이 들어간다. 박지원 의원 주장이 아니더라도 22조원은 엄청난 예산이다. 이 정도 예산이라면 정국현안 문제가 아니라 국가현안이요, 국정현안이다.
그러므로 4대강 예산 때문에 내년도 나라살림이 발목 잡혔다면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기 임기내에 다 끝내겠다고 밀어붙이면서 야당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가. 문제가 있어면 만나야 한다. 만나서 얼굴 맞대면 해결 방법이 나온다.
야당이 4대강 사업을 딴죽이나 거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고 싶은 사업일수록 야당과 반대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들을 때 문제가 해결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안철수 KIST교수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한 말을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리더십은 관리와 다르다. 관리는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돈으로 정해진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이다. 일이 중심이다. 반면 리더십은 각 구성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이다. 리더는 철학·비전·실행능력을 가져야 하고,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구성원이 불행해진다. 또한 21세기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구성원으로부터 나오고, 커뮤니케이션의 반 이상은 듣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오마이뉴스> 안철수 "정치할 생각 있냐고요?"-2009.12.18)
권력이 시민들 목소리를 듣지 않고 밀어붙이기만하면 독재가 된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4대강 예산안,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