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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스님의 뒤를 이어 대한불교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자승 스님은 '용산참사 현장'을 첫 공식 발걸음으로 자신의 임무를 시작했다.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공식 취임법회 하루 전인 지난 11월 4일 오후 용산 참사현장을 찾았다. 제일 먼저 용산을 방문해서 발원문을 올려 그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면서도 부럽고 부러웠다. 용산은 우리 역사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이다. 우리 사회는 '용산참사'라는 강을 반드시 건너야 한다.

 

그에 앞서 수경 스님이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 관심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며 눈물 나는 세상을 눈물 없이 살아야 하는 국민들께, 분열과 갈등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의 종교인들께 호소합니다. 하는 장문의 호소문을 지난 8월 7일 일간지 1면에 광고로 낸 것을 읽으면서 천주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천주교의 갈 길은 어디인가 싶어 더 슬프고 우울했다.

 

수경 스님은 우선적으로 망자의 넋을 달래고 유족의 슬픔을 위무하는 것이 시대의 비극에 대처하는 종교계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였을 뿐 천주교의 공식입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결과 혼자서 단식하는 후배신부를 지켜볼 수만 없다면서 문규현 신부가 함께 단식하다가 심장마비까지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래도 천주교는 침묵했다.

 

인천교구의 한 젊은 신부는 어르신인 주교님들에게 제발 침묵하지 말고 지금 젊은 신부들이 하는 것을 못하게 막든지 아니면 이제 주교님들이 앞장서달라고 호소했다. 그래도 묵묵부답이었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천주교 신자로서 천주교는 지금 어디로 가는가 싶어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천주교는 우리 사회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갈 때마다 몸을 던져 정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그치지 않았다. 정의사회는 그렇게 해서 조금씩 이루어져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권력에 의해 약자들이 죽어가도 그들을 위한 목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다.

 

그런데 12월 18일 오전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기산 주교가 용산참사 현장을 방문해 "성탄절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 주교는 이날 분향을 마친 뒤 유가족들을 만나 우리가 미약했다며 최선을 다했으나 아직까지 해결되고 있지 않지만 올해가 끝나기 전에 꼭 해결되도록 기도하겠다고 위로했다. 그러자 고 윤용헌씨 부인 유영숙씨는 신부님들이 오신 뒤로 공권력의 탄압이 줄었다며 만약 신부님들마저 안 계셨다면 이 분향소조차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했다고 한다. 벌써 11개월이 되도록 차가운 영안실에 꽁꽁 얼어있는 고인들의 넋을 하루 빨리 자유롭게 보내주어야 한다. 이는 그 어떤 것에도 앞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도리이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아래에 있는 공식 조직이다. 따라서 정의평화위원회가 발표하는 성명은 한국천주교회의 공식 입장이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성명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이는 유가족들에게 아기예수 탄생이 주는 선물 아닌가 싶다. 고맙고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예수는 이 땅에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마구간에서 탄생하셨고 그들을 위해 살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서 돌아가셨다. 그분을 믿는 천주교는 그분의 삶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세상의 소금역할을 해야 한다. 예수를 믿는 모두가 함께 실천해야 하지만 지도자들이 먼저 앞장을 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또한 천주교는 천주교계에서 4대강 사업 발표 당시부터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지만 정부가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강행하자 지난 8일 시국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를 출범시켰다. 천주교연대는 4대강 사업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민생을 앞세워 국민을 속이는 정의롭지 못한 사업인데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와 원불교 4대 종단 성직자와 신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4대강 개발사업 저지 공동기도회를 열었다. 이제는 종교인들이 한데 뭉쳐 4대강 지키기 위해 연대했다. 종교인은 그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막는 소금이다. 지난 새만금 간척사업처럼 4대 종단이 뭉친다면 절망에 싸여 망연자실한 우리도 희망이 있으리라 믿는다. 연대는 힘없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천주교#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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