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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신임 임원 인선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21일 오전 7시 30분,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 이하 방문진)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의 한 레스토랑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었지만, 새 임원진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방문진은 엄기영 MBC 사장이 '1순위'로 추천한 김재혁 기획조정실 부실장을 경영본부장 후보로 확정했지만, 다른 3개본부(보도·제작·편성)에 대해서는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후보를 내지 못했다. 방문진 이사회에서 확정한 후보는 MBC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이날 엄기영 MBC 사장은 자신의 1순위 추천 인사들을 통째로 묶어 안건을 상정했으나, 이사회는 이를 부결하고 본부별로 투표를 실시했다. 엄 사장은 인사안을 설명하면서 "후보자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장으로 책임지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선택을 피할 수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3명은 엄 사장의 '패키지' 인사안이 부결된 뒤 오전 9시 50분께 이사회장을 나섰고, 회의는 여당 추천 이사 6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사회는 이후 다시 회의를 열어 인사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음주에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안건이 긴급 상정될 가능성도 크다. 방문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차기환 이사는 "인사가 오래 표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낙하산일까 아닐까... "찍을 사람 없더라"

 

지난 15일 이사회를 막아섰던 전국언론노조 MBC 지부 집행부 10여 명은 일단 이날 이사회에서는 물리력을 쓰지 않고 호텔 로비에 모여 결과를 지켜봤다. 김우룡 이사장, 엄기영 사장 등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호텔에 들어선 엄 사장은 이근행 노조 지부장에게 "내가 추천하는 이사가 (선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철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엄 사장은 "상당히 엄중한 사태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인사를 강행처리할 경우 '낙하산'의 성격이 명확해지지만, 아직까지 변수가 많다는 게 MBC 지부 측 판단이다. 가장 큰 변수는 엄기영 사장의 1순위 인사안의 내용과 통과 여부다.

 

차기환 이사는 "엄기영 사장이 낸 인사안이 지난번 이사회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면서도 "어제까지도 엄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이 논의를 했지만, 엄 사장의 1순위 추천이나 후보 자체가 계속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음 이사회까지 인사안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엄 사장은 지난번 이사회에서도 그 전날 자정까지 김우룡 이사장과 협의한 후보명단을 뒤엎고 이사회 직전 자신의 새 인사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엄기영 사장의 인사권 수호 의지는 물론 그의 인사안 자체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는 태도다. 이미 방문진에 의해 임원들이 경질돼 사장으로서 자존심이 실추된 상황에서 '인사권도 못 지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저항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사회를 거부하고 나선 한 야당 추천 인사는 "명단을 딱 보니 내가 찍을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 말했고, 다른 이사는 "들러리 서기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근행 지부장은 "엄 사장의 안이 관철되는지가 아니라,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위기의 MBC를 지켜낼 인물인지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 차원에서 새 임원들의 철학과 입장을 검증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 지부장은 "현재 MBC 구성원들은 일단 사태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지만 엄 사장에 대해서는 불신이 높다"면서 "집행부가 (투쟁하기로) 판단한다면 조합원들이 따라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결과에 따라 MBC로 투쟁의 장을 옮겨 신임 임원들에 대한 출근저지 등 강도 높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태그:#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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