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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로 잘알려진 고니가 매년 갑천을 찾고 있다. 2003년 13마리의 큰고니가 찾아온 이후 7년째 갑천을 찾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10마리의 큰고니가 갑천을 찾았다. 3가족이 각자 갑천 유역에서 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찾아오는 큰고니는 월평공원과 탑립돌보를 중심으로 한 해 겨울을 나곤 했다. 큰고니는 대형조류로 140cm의 큰 체구를 가지고 있어 수심이 40~60cm정도 되는 하천 하류 지역을 좋아한다. 탑립돌보(가수원교 하류)는 이런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큰고니의 월동지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매년 가장 많이 찾아왔던 탑립돌보에서는 큰고니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매년 찾았던 탑립돌보 쪽이 아닌 훨씬 상류쪽에서 월동을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 갑천에 찾아온 큰고니가 있는 지역은 10~20cm의 낮은 수심이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관찰되어지는 월동지에서는 자맥질(머리를 물에 넣고 먹이를 구하는 행동)조차 할 수 없는 낮은 지역으로 먹이를 구하는 모습 자체가 애처롭다.
 
또한 좁은 하폭으로 사람들의 왕래라도 있을 때면, 사람을 피해 도망치기 바쁘다. 아직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큰고니에게는 좀 더 넓은 하폭과 물의 깊이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즉, 갑천의 중하류 지역이 큰고니가 서식하기에 적당한 유역이 되는 것이다. 탑립돌보는 이미 이런 큰고니 서식 조건을 잘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올해는 탑립돌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큰고니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아마도,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낚시 인파로 인해 월동지를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람에게 겁이 많은 큰고니는 상시적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달가웠을 리가 없다. 더구다나 고기를 잡기위해 낚시대를 휘두르는 모습이 큰고니에게는 더욱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 그래서, 겨울을 안전하기 보내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인 듯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어 낚시 자체가 불가했던 탑립돌보 지역이 2008년 8월 낚시제한을 완화하면서 1사람에 1대의 낚시가 허용되었다. 낚시가 결코 나쁜 레저 활동은 아니지만 사람을 가장 경계하는 새들에게는 낚시대를 휘두르는 사람은 큰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낚시를 진행하는 지역 근처에는 새들이 접근하지 않는다.
 

낚시를 제한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으나,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겨울철새들이 활동하는 시기만이라도 낚시활동을 전면 제한하는 방법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모두 필자 개인적인 추측이다. 이런 추측 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7년째 갑천을 찾고 있는 큰고니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이나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언론보도 내용이 큰고니 서식 현황의 전부이다.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대한민국에서도 천연기념물 201호와 환경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큰고니의 서식은 대전시의 관심 밖에 있다. 생태도시를 주장하는 대전시에 관심은 다른 곳(개발)에 있는 게 아닐까? 생태도시 대전으로 가기위해서는 이런 생물들의 서식에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본 어느 시골마을에 할아버지가 매년 볍씨를 뿌려주고 호수를 생태적으로 보전해서 4마리에 불과하던 큰고니가 200마리가 상주하는 지역으로 변한 사례가 있다. 대전시의 큰고니도 이런 사례로 변화시켜 보면 어떨가? 대전 큰고니의 서식 환경을 조사하고, 큰고니가 서식할 수 있는 하천 관리를 통해 큰고니의 서식 환경을 개선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큰고니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니류의 특성상 사람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종으로, 도시하천에 부족한 먹이를 공급해주는 노력이 진행된다면, 대전에서 큰고니는 안전한 겨울을 날 수 있을 뿐더러, 대전의 새로운 생태상징새로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큰고니는 사람과 친근한 새로서 새로운 대전의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종이다.
 

 

다른 하천에 많이 서식하는데 굳이 갑천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전같이 대도시에서 그리고 사람과 지근거리에서 큰고니를 접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때문에, 갑천에 서식하는 큰고니는 나름 사람과의 생태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대전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큰고니의 서식환경을 조사하고 대전이 명실상부한 월동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로서 거듭나기를 바란다. 이런 꿈같은 생각이 현실이 되었되어 미운오리새끼가 비상하는 날을 꿈꿔본다.

덧붙이는 글 | 이경호 기자는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큰고니, #갑천의 큰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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