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일요일) 아침 일찍 산행준비를 해서 장산에 올랐다. 머리카락이 쭈삣쭈빗 설 정도로 무서운 한파였다. 머풀러를 했으나 코를 베어가는 산바람에 약간 겨울산행에 대한 두려움이 일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되돌아갈 수 없다…' 나는 잠시 심호흡하고 늘 산행을 위해 잠시 기도했다.
장원폭포에 도착했을 때 눈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빙폭을 이룬 장원폭포의 물줄기에서 떨어진 고드름이 장관이었다. 장원폭포는 장산 모정원 북동쪽 계곡에 있다. 높이는 약 13미터이며 주변 아래쪽은 모두 계곡이다. 이 계곡의 바위들이 꽁꽁 얼은 얼음바위가 되어 있었다. 정말 숨이 멈출 정도로 아름다운 겨울풍경이었다.
서 있는 물
물 아닌 물
매달려,
거꾸로 벌 받는 물
무슨 죄를 지으면
저렇게 투명한 알몸으로 서는가
출렁이던 푸른 살이
침묵의 흰 뼈가 되었으므로
폭포는 세상에 나가지 않는다
흘려보낸 물살들이 멀리 함부로 썩어
아무 것도 기르지 못하는 걸 폭포는 안다
<빙폭>- 이영광
겨울의 숲에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끄리 거두어 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 끝까지 잇닿아 있어
마음 고독한 자여 거닐기에 좋아라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유치환
장산은 물산이다. 따라서 자연이 아름다운 해운대의 자랑은 따뜻한 온천과 장산, 그리고 강과 바다를 고루 갖춘 '사포지향'으로 불리우는 국내 최대의 관광도시이다. 이 장산에 올라보면 정말 '사포지향'이란 말을 실감케 되는 것이다.
장산 중턱에는 사스레피나무(사철나무)가 집단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사스레피가 많이 자라고 있는 지점은 재송 임도에서 장산 정상 방향이다. 이정표가 서 있는 등산로주변 주위에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아름다운 사스레피 나무가 만들고 있는 겨울 풍경은 정말 겨울 장산의 멋을 더해 주고 있다.
장산을 수없이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늘 내가 즐겨 다니는 산행로와 엇갈려 만나지 못했던 장산 녹차밭. 숨은 그림처럼 숨어 있는 파릇파릇한 겨울 장산 녹차밭을 만났다. 취재를 요청했다. 차밭 주인은 민간인이었다. 이 장산의 녹차밭은 1997년도 조성되었다고 얘기 한다. 녹차 묘목을 지리산 산록 경남 하동에서 구입하여 심었다고 한다. 녹차 밭의 총 면적은 약 12000평 정도였다.
장산은 사계절 다 아름다운 산이다. 겨울은 겨울대로 위엄이 있는 겨울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봄은 봄대로 장산 춘천 갯버들이 유명하다. 장산 북쪽 반여 3동 너덜겅 주변에는 산수유 군락지가 있다. 겨울 해는 너무 짧다. 나는 서둘러 안적사가 있는 행림산을 향해 산행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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