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은 팥의 감칠맛과 쫄깃한 새알심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습니다. ⓒ 조찬현
오늘(22일)은 작은 설 동짓날입니다. 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팥죽을 쑤어 먹는 날입니다. 옛 사람들은 동지를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겨 경사스럽게 지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라는 어르신들 말에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먹고 싶은 마음에 동지팥죽을 두세 그릇씩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24절기의 하나인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동지가 지나고 나면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날은 양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의 새해를 알리는 날입니다. 중국의 주나라는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풍속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동지가 드는 시기에 따라 동지를 달리 부르는데 올해는 '애동지'입니다.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합니다.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어 손바닥에서 잘 굴려 새알심을 만듭니다. ⓒ 조찬현
▲식구들이 한데 어울려 빚은 새알심 ⓒ 조찬현
자료를 살펴보니 동지의 풍속중국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공공씨(共工氏)의 재주 없는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疫疾)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하여 팥죽을 쑤어 물리친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동지팥죽은 중국 고대 요순시대 때 형벌을 담당했다고 하는 신화적인 인물인 공공씨에게서 유래된 이야기라고 합니다.
▲설설 끓어오르는 팥물에 새알심을 넣고 눌러 붙지 않도록 잘 저어줍니다. ⓒ 조찬현
우리 조상들은 붉은 색깔을 띠고 있는 팥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역귀나 잡귀를 물리치려고 집안 곳곳에 팥죽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동지에는 동지팥죽과 더불어 책력을 선물하던 풍속도 전해집니다. <농가월령가>11월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동지(冬至)는
명일(名日)이라 일양(一陽)이 생(生)하도다
시식(時食)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隣里)과 즐기리라
새 책력(冊曆) 반포(頒布)하니 내년(來年) 절후(節侯)
어떠한고 해 짤라 덧이 없고 밤 길기 지리하다
▲동지팥죽 한 그릇으로 올 한해 안 좋았던 기억들을 다 떨쳐버리는 건 어떨까요.
ⓒ 조찬현
옛날에는 동지에 팥죽을 쑤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었는데 요즘 동짓날 풍습은 많이 달라진듯합니다. 동지팥죽을 음식점에나 가서야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랜만에 식구들이 한데 어울렸습니다. 찹쌀가루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어 손바닥에서 잘 굴려 새알심을 만들었습니다. 새알심을 나이 수만큼 팥죽에 넣어 먹었습니다. 배가 불러오는걸 보니 저도 제법 많은 세월을 산 모양입니다.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넣어 만든 동지팥죽은 팥의 감칠맛과 쫄깃한 새알심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습니다. 팥은 열량도 높아 겨울철 보양식으로도 아주 그만입니다. 잡귀와 액을 막아주는 동지팥죽 한 그릇으로 올 한해 안 좋았던 기억들을 다 떨쳐버리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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