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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시민사회진영이 '고민'에 빠졌다. 6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온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 때문이다. 부산 시민사회진영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경남․울산에서도 비슷한 논의들이 벌어지고 있다. '반MB'나 '민주' '진보'연대(연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후보 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1로 맞설 수 있을 것인지, 시민사회진영과 야당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열린토론회를 열고 있다. 지난 11일 26명이 참가해 1차 토론을 열었고, 22일 저녁에는 2차 토론이 열렸다. 1차 토론에서는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민단체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한나라당과 1대1 구도가 가능한지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2차 토론에선 '지방선거에서 시민사회의 역할과 시민네트워크 필요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영종 경성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토론회는 이날 저녁 7시 30분에 시작돼 2시간 넘게 열렸다. 그래도 더 할 말이 남아 뒷풀이를 겸해 토론이 이어졌다.

 

누군가를 잘 찍어야 하는데...

 

손동호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1차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했고, 이어 앞으로 운영방안을 제시했다. 오는 29일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활동'을 주제로 열린토론을 벌이고, 새해 1월 5일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초청 토론회'를 연다.

 

이어 "좋은 교육감·교육위원 만들기 운동본부 초청 토론회"를 새해 1월 12일, "시민네트워크 발족을 위한 부산시민대토론회"를 19일 각각 열 예정이다. 시민사회 진영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부산시정부의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영종 교수는 "사람들이 내년 선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면서 "서로 의견부터 나눌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5분 안팎으로 발표했다.

 

한 참가자는 "누군가를 잘 찍어야 하는데 그동안 판단하기 힘들었다. 정당을 보자니 고민되기도 했고, 무력감이 들기도 했고 투표를 포기하기도 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포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민사회진영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부산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시민들의 기대 심리는 높고,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혐오감까지 갖고 있는 시민들도 있다"면서 "지금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다양한 전술을 짜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말도 나왔다. 한 중년 남성은 "지금 국회에서 일어나는 참상은 옛날 삼풍백화점 참상보다 더하다. 법을 바로잡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사람들이 멱살을 잡고 있으니 시민들은 어떻게 되겠나"면서 "지방의원들은 정당 공천을 받지 않고 참신한 정치를 배웠으면 싶다"고 말했다.

 

 

최용호(부산진구)씨는 "한나라당 일색이 부산의 특색인데, 거부감이 한계에 도달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일색인 시·구의원과 단체장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낙선시켜야겠다"면서 "그런데 지금 하는 것을 보니 한나라당은 한 사람도 그만두지 않고 전부 출마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제가 사는 동네의 지방의원들에 대해 평가를 해놓았다"면서 "시민들이 평가해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지방의원이 있으면 공천권자한테 어떤 압력을 행사해서라도 공천을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당들이 참여하도록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여러 정당들이 연대의 틀로 들어오도록 파이를 키워야 한다"면서 "부산시의 연합정부 구성도 가능한지 따져 봐야 하고, 어떻게든 내년 설날 이전까지는 모든 단체들을 망라해서 모임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공통의 슬로건을 내걸어야"

 

김종세 민주주의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내년 선거에서는 실현 가능한 목표를 준비해야 한다. 잠정적으로 부산시의원 10명 당선을 목표로 하자"면서 "우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슬로건을 내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모두 7개 투표용지를 찍어야 하는데, 일반 시민 입장에서 보면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시장 후보나 구의원 후보는 그나마 인지도가 있지만, 구청장이나 시의원 후보는 잘 모른다. 그래서 개별 공약이라는 것이 무의미할 것이다. 공통의 슬로건을 내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시민사회진영이 후보에 대해 출마하라고만 했지, 나중에 떨어진 뒤 정치적·경제적 부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또한 후보를 검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동철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풀뿌리운동본부장은 "선거는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 진보적 정책의제를 만들어내 후보들이 채택하도록 하는 방법과 직접 선거 공간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다"면서 "대안적 정책의제 발굴이 핵심이지만, 이는 이전에도 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의 시민들이 공약을 내고 채택될 수 있는 방안인 즉 '시민공약제안'이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하면 교육이라는 차원도 있다. 지역 의제들이 왜 중요한지 알려내면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상향식 정책 발굴 과정을 밟아가는 게 필요하다. 곧 그것은 생활정치 구현의 틀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정당 입장에서 보면?

 

정당의 입장에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부산 '노사모' 회원 박연길씨는 "정당이라는 것은 집권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해도, 지역이 중앙당과 관계없이 얼마나 독립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지역의 선택에 중앙당도 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전국네트워크를 구성해 중앙을 압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우 진보신당 부산시장 부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다"며 "선거 연대 필요성이 높다. 정당들도 그런 논의를 하고 있다. 연대하자고 하지만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발휘해서 약간씩 다른 점을 통일시켜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 구도가 어떻게 짜이는지가 중요하다. 한나라당과 1대1로 짜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당들은 시민사회의 힘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공정선거 감시단이나 낙천낙선운동 과정이었는데 선거연대를 강하게 강제했던 경험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선거연합을 강제해 낼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영 자치21 사무처장은 "내년 부산의 구·시의원 숫자가 163명인데, 지금 야 4당에서 출마를 결심한 사람은 78명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영남에서 비한나라당 후보는 사실 애환이 크고, 출마와 동시에 자신의 삶을 공격적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출마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시민사회도 야당도 패배주의가 만연하다. 설마 되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곳에선 한나라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지 않나. 최소한 합의만 된다면 연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런 자리가 희망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내년 지방선거는 우리의 희망이다"

 

박신명 부산희망촛불 대표는 "이길 수 있는 싸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면서 "연립지방정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이기는 전략 속에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정치에는 아마추어인데, 토론을 하면서 주제를 조금씩 좁혀 나가는 것 같다. 시민사회진영은 일반 시민이 같이 나와서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과거 선거 시기에 시민사회단체는 무엇인가 하기는 한 것 같았는데, 소리만 시끄러웠지 실제는 별로 한 것이 없다"면서 "선거 때마다 '시민후보'라는 말이 나왔는데, 단어 자체도 진부할 정도다. 한 명이라도 우리가 만들어 낸다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고 밝혔다.

 

김하원씨는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선거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된다"면서 "후보 검증을 해야 할 것 같다. 양심적인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후보들은 충분히 있다. 이제는 표를 결집시켜야 한다. 현 정권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을 모으도록 해야 한다. 충분한 시간이 있다.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한나라당 쪽'이라는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동섭씨는 "내년 지방선거를 '반MB'로 가져가야 하지만, 지방선거이기에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서 "부산시 행정이 얼마나 잘못되어 왔는가를 심도 있게 파악해야 한다. '반MB'만 이야기하지 말고 시민복지정책을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한영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시민사회단체가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가. 부산민중연대며 여성, 교육단체도 포함돼 있지 않다. 다 참여했으면 한다"면서 "시민사회진영의 영향력을 높여야 하고, 후보를 내고 후보에 대해 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종 교수는 "우리는 여러 가지 좌절을 맞보는데, 내년 지방선거가 희망이다. 희망이 있기에 힘든 가운데서도, 희망을 알리고 싶고 해서 이런 자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우리는 다른 주장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연대에 앞서 분열을 해왔던 것 같다. 지방선거에서는 우리 스스로 분열을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민네트워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계속 논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태그:#지방선거,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시장 선거, #후보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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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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