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한 통계에 따르면 가톨릭 교단은 전세계적으로는 14억 신도의 이슬람에 이어 두번째로 11억에 이르는 신도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개신교단들을 제치고 단일교단으로서는 최대 교단의 교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교, 개신교와 더불어 3대 교단의 하나로 급격하지는 않지만 교세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잘 나가는 가톨릭에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부와 수도자, 수녀가 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녀의 감소세는 특징적이어서, 얼마 전에 캐나다 가톨릭교계에서 수녀 모집 광고를 준비한다는 게 해외토픽이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수녀가 부족한 것은 캐나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개신교 신학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수녀 지원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결혼하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큰 문제는 가톨릭에서는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즉 개신교처럼 여성목사들처럼 남녀가 동등한 위치에서 사역을 할 수가 없다. 사회적으로 결혼하지 않는 독신자의 수가 증가일로에 있지만, 그 독신자들이 수녀가 되려고는 하지 않는다.
가톨릭의 여성사제 서품을 금지하는 남녀차별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양성평등이 커져가는 사회활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즉 사제 혹은 신부라고 불리는 남성들과 수녀라고 불리는 여성들 사이의 눈에 뻔히 보이는 차별에 수녀 감소에 큰 원인이 있다. 비유하자면 신부가 장교라면 수녀는 부사관이나 병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녀는 명령계통상 사제(전부 남성뿐임)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신도들의 고해성사를 행할 수 없다. 그리고 수녀들을 사제가 되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것을 주장해서도 안 되도록 되어 있다.
아프리카 신흥종파도 아닌 거대한 가톨릭이 여성의 사제 서품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얼까? 여성사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교황청은 1976년 10월 '여성 교역 사제직 불허 선언'을 발표하며 여성사제 금지에 대못을 박았다. 여성사제의 금지 근거는 세가지이다. 교회 전통에서 한 번도 여성을 사제로 만든 일이 없다는 것과 예수의 열두 사도 중에 여성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성만이 외적으로 예수를 자연적으로 합당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신학자 백찬홍씨에 의하면 가톨릭 내에서 1960년대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미국 등에서는 교황청의 파문협박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주교들이 은밀히 여성사제 서품을 하고 있다고 한다. 로마 교황청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파문으로 대응하며 내부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2008년 5월 30일에 로마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는 여성사제 서품을 준 사람이나 받으려고 하는 사람 모두 자동 파문이라는 교령을 발표함으로써 기존의 여성사제 금지를 재확인 했다.
우리나라 개신교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황청과 똑같은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논리로 여성목사를 금지해오다, 최근 들어와 여성목사를 주요 11개 교단 중 6개 교단에서 여성목사를 배출했고, 허용 교단은 점점 늘어나고 추세이다. 그에 따라 여성목사 수도 증가일로에 있다. 미국 개신교의 경우 지난 10년간 여성 담임목사가 전체 교회 담임목사의 10%로 1990년대의 5%에 비해 2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여성의 문제에 관한 한 개신교가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해 가는 추세인데 비해서, 로마 교황청은 아직까지는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누구도 도도한 역사의 물결은 거스를 수는 없다. 미국의 경우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가톨릭 신자의 여성 사제 찬성비율은 1974년 신도들의 29%이던 것이 1993년에는 64%로 증가하는 등 여성사제 서품 찬성도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여론변화는 여성운동 활동 증대로 인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가톨릭 내의 남성사제 부족 현상이 합하여진 결과이다.
가톨릭은 전 세계적인 신도 증가와 사제 감소라는 불균형의 현실을 타계하고, 양성 평등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여성들에게도 사제직을 부여하는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물론 2000년 역사의 가톨릭제도를 하루아침에 뒤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톨릭은 로마교황청 중심의 전세계 조직이라, 한 국가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여성사제를 허용하는 것은 각국 사정을 조율하려다 보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가톨릭은 시대에 역행하는 돛단배로 남아 역사에 표류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