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자문서 시스템 화면 갈무리 양평교총은 사실상 올 한 해 동안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 시스템을 자신들의 업무 연락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문서 시스템 화면 갈무리양평교총은 사실상 올 한 해 동안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 시스템을 자신들의 업무 연락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임정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산하 지역교총에서 교육청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업무 연락을 주고받고 지역교총 명의의 공문을 수발하는 등 파행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수원교총이 이 같은 일을 저지르다 덜미가 잡힌 데 이어 경기 양평·고양을 비롯해 경남, 충남, 전남 등 사실상 전국적인 단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양평교총은 사실상 올 한 해 동안 경기도교육청 전자문서 시스템을 자신들의 업무 연락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평교총회장 명의로 된 이 문서들은 올해 3월 양평교총 분회장 회의를 알리는 공문을 시작으로 지난 22일 '회비공제에 따른 회원 서명 미제출 학교 알림' 문서까지 수시로 양평교총과 경기교총의 업무연락을 취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특히 12월 들어 집중한 공문은 최근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보수지급 규정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이해 당사자의 동의서가 없이는 회비 원천징수가 불가능해지자 이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원천징수 금지로 교총회비 원천징수가 불가능해지자 회원 유지에 위기감을 느낀 지역교총 회장들이 이를 독려하기 위한 문건을 돌리는 데 전자문서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는 회원 유지와 회비 징수를 위한 것으로 교육 관련 행정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다. 이 밖에 명퇴회원 부조금 지급, 회비 인상 등의 내용을 회원학교에 알리거나 경기교총의 업무연락을 전달하는 내용 등 교총 업무를 위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경남 김해에서는 교총 회비 징수 등과 관련해 대놓고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경남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 화면 갈무리 경남 김해에서는 교총 회비 징수 등과 관련해 대놓고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경남교육청 전자문서시스템 화면 갈무리경남 김해에서는 교총 회비 징수 등과 관련해 대놓고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 임정훈

양평교총 회장인 양평 ㄱ초 박아무개 교장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교총 전용 팩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자문서 시스템이 편해서 생각 없이 이용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양평교육청에서도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제기돼 23일 해당 학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적은 했으나 "별다른 징계 조치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양평교육청 감사담당자의 말이다.

교총이 이같이 교육청 전자문서 시스템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교총 회장이 대부분 현직 학교장이라는 권한을 남용했다는 것이 지역 교육계의 반응이다. 학교 운영과 문서 결재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학교장이 해당 지역 교총회장 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학교 공문 처리 시스템인 전자문서를 이용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양평 ㄹ초교의 한 교사는 "교장이 지역 교총회장이라고 해서 이렇게 마음대로 교육청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하는 건 훔친 남의 돈으로 집안 잔치를 하는 꼴이다. 이 같은 일을 저지른 해당 학교장들은 직권남용으로 처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수원교총과 양평교총 회장도 현직 학교장이고 전자문서 시스템을 자신이 속한 단체의 업무처리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소속 지역교총들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경기교총 김무학 교권팀장은 "아직 내용 파악이 안 됐다. 보수규정 개정으로 워낙 상황이 급하다 보니 일부 교장 선생님들이 그렇게 한 것 같다. 교총 입장에서는 공적인 활동이지만 교육청 입장에서 보면 사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교총이 사적인 단체는 아니지 않은가? 교육청이 교원단체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주장했다.

 전라남도 해남교총과 충남교총이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해 보낸 문건
전라남도 해남교총과 충남교총이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해 보낸 문건 ⓒ 임정훈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도 24일 "정부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와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행정업무를 위한 시스템이 임의대로 사용된다는 것은 이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책임이기도 하다"면서 "교총의 이러한 행위가 만에 하나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와 묵인 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면 해당 교육청 또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일라고 지적했다.

한편, 수원교육청 관계자는 수원교총에서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한 공문을 전자문서 시스템을 이용해 보냈다는 <교육희망> 보도 이후, "수원 교총회장에게 '주의'를 주기로 하고 결재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지역교총 회장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인 양평교육청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교총과 같은 단체가 전자문서 시스템을 임의로 활용하는 것은 어떤 규정에도 없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총#교총#전자문서#전교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