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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북악산은 경복궁을 뒤에서 병풍처럼 둘러서고, 청와대를 품은 산(342m)으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그 이름에서 강한 기개와 풍모가 느껴지는 산입니다. 여러모로 특별한 이 산을 종주하는 관광도로가 있는데 이름하여 북악스카이웨이라고 합니다. 1968년에 만들었다는 이 길은 자동차를 위한 도로지만 얼마전부터 도로옆에 걷기 좋은 흙길과 나무 데크로된 산책로가 생겨서 많은 시민들이 산행반, 산책반 삼아 찾아가고 있지요.

북악스카이웨이는 자신의 자전거가 산을 타는 MTB가 아니어도 라이딩에 도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자주 타다가 평지만 달리니 좀 심심하다할때 오르면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평소에 잘 안쓰던 오르막용 기어도 사용하게 되니 주인은 물론 자전거 건강에도 좋겠습니다.

제가 이 길을 종종 달리는 이유는 구불구불 오르막길을 정상까지 오르며 견뎌내는 쾌감도 좋고, 북악스카이웨이 가는길에 만나는 경복궁옆 통의동과 청와대앞, 부암동의 동네풍경이 좋기 때문입니다. 청와대가 인근에 있어 높은 건물도 못짓고 동네 개발도 제한받고 있으나 오히려 그 때문에 도시 서울과는 다른 정경(情景)이 남아있어 북악산 가는길을 더욱 기대하게 해주지요.

수도권 3호선 전철 경복궁역에 내려 동네구경을 하면서 오르는 북악스카이웨이 자전거 코스입니다.
 수도권 3호선 전철 경복궁역에 내려 동네구경을 하면서 오르는 북악스카이웨이 자전거 코스입니다.
ⓒ 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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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옆 동네 통의동에는 개성있는 미술관들이 많아 꼭 들리게 됩니다.
 경희궁옆 동네 통의동에는 개성있는 미술관들이 많아 꼭 들리게 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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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같지 않은 동네풍경이 있어 좋은 북악스카이웨이 가는 길

수도권 3호선 전철 경복궁역에서 내려 관광하러 놀러온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통의동이라는 동네를 지나갑니다. 아기자기한 골목골목길 사이에 개성있는 미술관, 갤러리들이 많아 자전거를 천천히 달리게 하는 동네죠. 오래된 작은 여인숙을 갤러리로 만든 흥미로운 전시회 앞에서는 도저히 페달을 더 못밟고 내려서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들어가고 맙니다.

갑자기 저앞에서 차길을 가로막고 경찰들이 서있습니다. 대낮부터 음주운전 검사를 하는건 아니고 바로 뒤가 청와대이기 때문입니다. 형식상이긴 하지만 "어떻게 오셨습니까!" 의례적인 질문을 합니다. "보다시피 자전거 타고 왔는데요!" 하니 쌩뚱맞다는 표정으로 잠시 저를 쳐다보네요. 날도 춥고 길거리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딴에는 웃자고 한 농담이었는데 둘다 어색한 분위기만 되고 말았네요.

청와대앞을 지키는 경찰들의 눈호위를 받으며 저 앞 북악산을 향해 달려갑니다.
 청와대앞을 지키는 경찰들의 눈호위를 받으며 저 앞 북악산을 향해 달려갑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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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자락의 동네 부암동은 귀여운 청설모도 만날 수 있는 푸근한 곳이랍니다.
 북악산 자락의 동네 부암동은 귀여운 청설모도 만날 수 있는 푸근한 곳이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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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과 관광온 외국인들보다 다양한 복장을 한 경찰들의 수가 더많은데 자전거로 지나가는 저를 보며 자기들끼리 무전기로 뭐라뭐라 하네요. 썰렁한 농담을 하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놀리는것 같아 페달을 힘껏 구르며 저 북악산 자락 동네 부암동을 향해 달려갑니다.

북악스카이웨이의 본격적인 코스이자 중간 휴식처이기도 한 창의문 앞에 올라서서 물도 마시고 부암동 동네구경도 합니다. 쫄깃쫄깃 맛잇는 떡을 만는 방앗간도 있고 작고 소박한 카페들과 미술관들이 '뭘 힘들게 산을 타고 그러냐, 여기서 그냥 놀다가'하고 유혹하네요.

고색이 창연한 동네 부암동의 어느 집 담장은 한폭의 그림입니다
 고색이 창연한 동네 부암동의 어느 집 담장은 한폭의 그림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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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좋은 창의문에 서면 서울 성곽길도 걸어갈 수 있고 북악스카이웨이에도 진입할 수 있지요.
 전망좋은 창의문에 서면 서울 성곽길도 걸어갈 수 있고 북악스카이웨이에도 진입할 수 있지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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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에도 옷을 벗게 하는 북악산길

여름이면 그 어디보다 깨끗하고 시원한 계곡물을 선사하는 백사실 계곡에 인사처럼 눈길을 한 번 주고 북악스카이웨이길에 올라섭니다. 영하의 날씨라 그런지 길에는 지나가는 차량들이 별로 없어 달리기 편합니다. 북악스카이웨이에는 자전거길이나 갓길이 따로 없기 때문에 차량이 많은 날에는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올라가야 안전하겠지요.

자전거 기어를 이리저리 바꿀 필요도 없이 오직 1단만으로 언덕길을 오릅니다. 평소엔 거의 안쓰던 기어다보니 자전거도 '차르륵'하고 반가운 소리를 내며 1단 기어을 부릅니다. 구불구불 그야말로 에스라인의 연속인 도로위에서 발은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는 것 같은데 기분은 그냥 제자리에 서있는것 같습니다. 표지판에 오늘의 도달 목표인 팔각정이 고작 2.5km 남았다고 써있는데 지금의 기분과 체력으로는 25km로 눈에 보입니다.

지치고 힘들때 어디서나 힘을 주는 건 같은 일을 하는 동료 혹은 동지가 있어서인듯 합니다. 북악스카이웨이길은 자전거족들이 즐겨타는 코스다보니 추운 날씨에도 몇 명의 자전거족들과 마주치게 되고 그들이 흔들어주는 사소한 손짓이 갑자기 등뒤에서 부는 바람이 되어 저와 애마를 밀어 주네요.

북악스카이웨이옆엔 흙길 산책로도 있고 쉴곳도 있어 오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북악스카이웨이옆엔 흙길 산책로도 있고 쉴곳도 있어 오르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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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전거 동호회에서 보니 북악스카이웨이길은 비교적 길지 않아서 정상의 팔각정까지는 중간에 쉬지않고 한 번에 올라가야 라이딩한걸로 쳐준다고 합니다. 앞으로 얼마 안남았으니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나타난 복병이 다름아닌 땀범벅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대비하여 갖춰입은 보온옷들이 오르막길을 달리면서 같이 오른 체온에 그만 땀복이 된 것입니다. 온몸을 축축하고 힘들게 하는 땀범벅에서 벗어나고자 할 수 없이 북악스카이웨이 옆의 산책로에 들어가 헬맷속 후드모자며 털목도리, 통바지속 발토시등을 다 벗습니다.        
산책로에 들어선김에 잠시 쉬면서 보니 북악스카이웨이를 따라 정상까지 난 흙길 혹은 나무데크길로 된 보행로가 참 좋습니다. 북악스카이웨이가 원래 관광도로로 만들었다지만 차를 타고 중간에 서지도 못하고 정상의 팔각정까지 가야 그나마 주위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동차로는 북악산을 제대로 관광하기 힘들겠지요.

드디어 팔각정 휴게소에 올라서니 땀범벅 업힐의 고통이 정상의 상쾌한 산바람과 함께 쾌감으로 바뀝니다. 매점에서 따끈한 캔커피를 마시며 서울을 분지로 만든 주변의 멋진 산세들도 감상하고 팔각정 산책로의 조각작품들도 여유롭게 둘러봅니다. 내리막길엔 언제 그랬냐는듯 세찬 바람이 몸의 땀을 순식간에 날려버리고, 입과 코를 통해 들어온 산바람은 어찌나 차가운지 장청소를 한것처럼 뱃속이 뻥뚫리는 기분입니다.  

이름에 악(岳)자가 들어가 거칠고 험한 산인것 같지만, 산자락의 동네 풍경도 여전히 정겹고 산책같은 산행으로도 편리한 자동차로도 만날 수 있는 서울의 보물같은 산입니다. 자전거로 달려 오른다면 더욱 기억에 남을 산이지요.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 도시 서울의 적막함과 분주함을 눈아래 내려다 봅니다.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 도시 서울의 적막함과 분주함을 눈아래 내려다 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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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전거여행, #북악스카이웨이, #북악산 , #청와대, #부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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