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교과부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고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며 2009개정(미래형)교육과정을 확정발표 했습니다. 연구부터 시행까지 5년 가까이 걸린 새교육과정을 제끼고 미래 인간상부터 시간표 운영방식까지 MB입맞에 맞춰 뜯어고치더니 내년부터는 배우는 교과 내용까지 바꾸겠다고 합니다.
말 바꾸기도 선수, 교육과정 바꾸는 것도 선수그 동안 멀쩡한 것 왜 바꾸고 교과서 또 만들면 낭비라고 하니 운영방법만 바꾸는 것일뿐 교과서는 그대로 쓸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습니다. 총론이 바뀌는데 어떻게 교과를 안바꾸냐는 게 말이 되느냐 해도 "상대적 자율성" 운운하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더니 결국은 학생들이 배울 교과내용까지 MB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인가 봅니다.
참 해도 너무 합니다. 내년에 교육과정을 또 바꾸겠다구요? 대체 왜 맨날 제대로 시행은 안 해보고 바꾸기만 한다는 것일까요? 하도 혼란스러워 교육과정이 얼마나 자주 바뀌었는지를 보았습니다.
교육과정 수시 개정 역사 |
2003년 10월 수시개정체제 도입 2004년 11월 26일 특수목적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침 개정 2005년 12월 28일 공고 2-1 체제 및 국사교육과정 개정 2006년 8월 주5일제대비 수학, 영어교육과정 개정(이하 2006개정) 2007년 2월 초중등교육과정 개정(이하 2007개정) 2008년 9월 보건교육과정 신설(이하 2008개정) 2008년 12월 초등영어교육과정 개정(이하 2008영어) 2009년 1월 10학년(고1) 사회교육과정 개정(이하 2009사회) 2009년 6월 학교자율화 조치(학교교육과정 자율화) 2009년 12월 2009개정 교육과정 개정(이하 2009개정) 2011년 교과교육과정 개편, 2014년 적용 예정(이하 2011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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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무려 9번이나 바꿨습니다. 전에는 5년마다 전면개편을 하다가 2003년부터 수시개편체제로 바꾸더니 해마다 뭘 바꾸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초등에서만 2번을 바꾸고 영어는 2006년도에 고시해 책을 만들고 있는데 시수를 2배로 늘렸습니다. 올해도 이미 교과서를 쓰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사회를 바꿔버렸습니다. 그래서 누더기교육과정이란 비판도 들었습니다.
원래 교육과정은 법에 의해 연구한 후 고시하고 2년 뒤에 연차 적용하는데, 학교자율화조치라며 내년부터 바로 교육과정을 자율화하라고 해서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는 지금 여러 가지의 교육과정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연구도 안된데다 문제가 심각한 교육과정도 많습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들입니다.
시행은 어떨까요? 교과부는 2009개정교육과정을 깔끔하게 2011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학년부터 연차시행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학교에서 이 많은 교육과정이 어떻게 시행되는가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어, 이거 달력이야? 수첩이야?만들고 보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일단 너무 복잡합니다. 이게 달력인지 수첩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해마다 뭐가 달라져 2016년에야 조금 안정되어 보입니다. mb정부가 끝나도 MB정부의 교육 삽질이 계속 된다는 뜻입니다.
내용을 보면 더 복잡합니다. 초등의 경우 같은 2007개정일지라도 수학과 영어는 2006년에, 보건과 영어는 2008년에 바뀌었습니다. 고등학교는 2009년에 사회가 변했습니다. 게다가 해마다 바뀐 내용들이 일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혀 성질이 다른 내용들이 학교에서 충돌할 때도 많고, 한 학년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정책과도 맞지 않게 됩니다.
"어 이 안에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다 있네."이 표를 보고 같이 교육과정 공부를 하는 선생님이 한 말입니다. 맞습니다. 정권도 다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7차는 김영삼정부때 만든 것이니 김영삼대통령부터 있는 셈입니다. 성격이 다른 정권이 다 안에 들어있는 셈이니 교육과정 기반이나 철학, 내용이 다 조금씩 다르겠지요. 이러니 교육과정을 바꾼다는 것이 물건 판매대 바꾸는 것처럼 쉽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잦은 개정에 국가는 혈세 낭비, 학생은 학습 결손에 사교육비 증가돈도 많이 듭니다. 교육과정 연구 과정부터 돈이 들고, 교육과정 문서 만들고 교과서 다 만들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참고서도 새로 사야지요. 녹색교육 한다고 한 번 쓰면 못쓰는 것 억지로 교과서 5년간 물려쓰라고 칸만 만들어놓더니 결국 새교과서 만든다니 교사들이 비웃습니다. 교사들 연수도 해야 하고 교구나 학습자료도 새로 살 게 많고, 열린교실이니 교과교실제니 토목공사비도 많이 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도 왔다갔다 하면서 학습결손이 생깁니다. 2009개정은 집중이수제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도 전학가면 못배우는 교과가 생깁니다. 학생들의 학습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것입니다. 수학, 역사는 대책을 세우는데 동물 단원을 못배우고 진급하는 초등 3학년 과학은 지금까지 공문 하나 안오고 있습니다.
교과부는 바꾸는 것만 신나고 후속 조치는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보충교재 만들어놓고 홍보도 제대로 안하는 걸 보면 드러납니다 (관련기사:
수학,
역사). 인력도 부족하고 원래 행정업무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올라가다보니 교육에는 별 관심이나 책무성을 못느끼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결국 겉으로는 학생부담 줄이고 학교마다 다양한 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본질은 오히려 학생 부담 늘리고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교육도 제대로 못하는 걸 포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교과부가 화려하게 선전하는 내용을 자세히 뜯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과목 줄인다며 창의척 체험활동은 과목 늘리기 창구?교과부 발표 중에 겉과 속이 다른 게 또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집중이수제로 학생들 배우는 교과목을 줄인다는 것입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교과군, 학년군 제도를 통해 학기당 배우는 과목수를 6-8개로 줄인다는 것입니다. 초등의 예를 들면 아래 표와 같습니다.
학교를 잘 아는 사람들은 실제 교과 내용이나 시수가 줄지 않아 조삼모사라고 비판하지만, 1, 2학년은 5개 교과, 3 - 6학년은 7개 교과(군)이라 지금보다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줄었을까요? 실제 상황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표가 복잡해지고 과목이 더 늘어났을까요? 1학년은 과목이 8개에 4개 영역마다 평가를 받게 생겼습니다. 그 비밀은 바로 창의적 체험활동에 있습니다.
교과부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7차의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합쳐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으로 단순하게 만들고 체험활동 위주로 한다고 가장 훌륭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건 7차교육과정이나 2007개정교육과정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전국의 학교 교육과정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례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초등에는 정보통신교육, 보건, 한자 등 3개 과목이나 넣어 오히려 전부터 하던 체험활동을 할 여지를 없애버렸습니다. 지역교육청은 여기에 디자인이니 환경이니 과목들을 구겨넣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발달특성이나 교사들의 관심사에 맞춰 다양하게 이루어지던 주제학습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전인교육에 필요한 도덕, 음악, 미술, 체육, 실과를 줄이거나 없애가면서 말입니다.
결국 창의적 체험활동(재랑, 특별활동)은 교과목이 아니라면서 과목을 늘리는 창구노릇을 합니다. 영어, 보건 다 그 통로를 밟아왔습니다. 한자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어떤 경로를 밟아 어떻게 변화발전되어야 할지 합리적이고 투명한 논의 과정이 없다면 창의적 체험활동은 앞으로 치열한 로비창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과목 늘리고 자율성 침해하는 2009개정교육과정 고시 연기해야교과부는 과연 이런 현실을 알고 있을까요? 이런 걸 알고도 여전히 교과목을 줄여 학습부담도 줄이고 획일적인 교육을 다양하게 만든다고 선전한다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셈입니다. 만약 모르고 있다면 철저하게 교육 현장에 무관심하거나 무능하다는 증거입니다.
학교의 자율성을 추구한다는 학교자율화나 2009개정교육과정은 입시교육에 휘둘려 모든 학교를 주지교과 중심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학습부담이 큰 주지교과가 앞으로는 더 부담을 주고 사교육비도 늘어날 것입니다.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 발휘되는 것이지 학교운영위원회나 시간표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교과부는 법에 위반되는 학교자율화 조치를 당장 중지하고 2009개정교육과정 고시를 연기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여 주십시오. 또 경제도 어려운 이 때 더 이상의 예산 낭비를 하지 말고 학생 교육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다 좋은 말만 합니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현실과 반대되거나 잘 모르면서 호도하는 내용일 때가 많습니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보면 볼수록 그렇습니다. 교과부는 무리한 교육과정 고시를 연기하고 기본부터 다시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