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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7일) 저녁쯤 서울 지역에 약간의 눈이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2시 경부터 싸락눈 같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눈이 쌓였다. 속으로 '또 비상 걸리겠군!'했더니 역시 2시 반에 휴대폰 창에 구청 제설 대책본부로부터 "1단계 비상근무"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이후 4시 반에는 "제설대책 2단계 비상근무" 지시가 내려졌다. 도시의 눈은 분명 골칫거리다. 특히 연휴 끝자락의 폭설은 그렇다.


3일간 연휴 끝자락이라 직원들이 장거리 출타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상출근 하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하며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대부분 직원이 4시 이전에 출근하여 제설작업이 한창이다. 큰길은 구청에서 나온 대형차량이 염화칼슘을 뿌려대지만, 뒷골목과 보도 등은 동 주민센터 직원들의 몫이다. 빗자루로 쓸고 넉가래로 밀고, 해도 해도 눈은 계속 내린다. 일부 직원은 차량에 염화 칼슘을 싣고 비탈진 뒷골목으로 나가 뿌려대기도 한다. 아마도 밤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때 여성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이 원망스러워 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제설 작업을 하고 염화칼슘을 뿌리고 하는 일은 여성보다 남성이 낫다. 그런데 우리주민센터만 해도 여성 공무원이 50%를 넘어서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하지만 그칠 줄 모르고 내린 눈은 금세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를 온통 하얗게 덮어버린다. 신호를 기다리는 젊은 연인이 하얀 눈이 너무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 아침이면 빙판길이 될 것을 걱정한다. TV 뉴스에서도 "서울지역에 기습적으로 내린 눈은 2~3cm정도 이지만 내일 아침에 빙판길이 될 것이 걱정된다"고 한다. 예상대로 라면 또 제설 작업 안됐다고 언론에서 얼마나 두들겨 맞을까? 이래 저래 도시의 폭설은 우리 동 주민센터 사람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밤 8시쯤 동 주민센터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가 지친 우리 주민센터 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 "우리 건물 지하주차장 내려가는 통로에 눈이 쌓여서 그러는데 염화칼슘 몇 포대 가져다 줄수 없어요?" 서울시에서는 내집. 내점포 앞 눈은 내가 치워야 한다고 하는 데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사람도 많다. 화내지 말고 그냥 내일 아침을 기다려 보자.


태그:#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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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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