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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은수산의 조태원 대표가 여수 가막만에서 자라고 있는 홍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은수산의 조태원 대표가 여수 가막만에서 자라고 있는 홍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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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만 청정바다 해안가 홍합작업장이다. 작업장의 화목난로가 열기를 뿜어낸다. 난로 곁에서 아낙들은 홍합 까기에 여념이 없다. 바다에서 작업을 하는 인부들은 새참 라면으로 허기를 때운다. 이곳은 자은수산(대표 조태원. 55) 홍합 작업장이다. 신안군 자은면이 고향인 그는 회사 이름도 고향의 지명을 따서 '자은수산'이라 지었다.

일터가 있는 이곳은 여수 소호동 항도마을로 조 대표의 처가동네다. 옛말에 부가정독 배궐마익(婦家情篤 拜厥馬杙)이라고 했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집 말뚝에도 절한다'는 뜻이다. 마누라가 그리도 좋냐고 물었더니 거침없이 '네'하고 대답한다. 처가 동네에 정착한 지 30년째라니 그의 마누라 사랑이 어련할까 싶다.

여수 가막만 홍합, 자연산과 별반 다를 바 없어

선별장에서 재선별을 마친 홍합은 화물차에 실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으로 배송된다.
 선별장에서 재선별을 마친 홍합은 화물차에 실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으로 배송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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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이 컨베이어를 타고 올라온다. 선별장에서 재선별을 마친 홍합은 화물차에 실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으로 배송된다. 가막만에 있는 자은수산 2ha의 양식장에서는 하루 3톤의 홍합이 생산된다. 1일 매출 200만원, 하루 순이익은 50만원이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4개월간이 가장 바쁘다.

홍합이나 굴 등의 패류 양식은 자연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 자연산과 구분하기가 어렵다. 초기 유생시기에만 수하연이라고 하는 줄에 매달아서 키운다. 그러므로 양식산과 자연산을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조 대표는 말한다. 

옛 부터 홍합, 담채, 담치 등으로 불려온 홍합은  자산어보에는 담채, 소담채, 적담채 등의 언급이 있다. 자산어보에 보면 "몸은 앞이 둥글고 뒤쪽이 날카롭다. 큰 놈은 길이가 한 자 정도이고, 폭은 그 반쯤 된다. 예봉 밑에 더부룩한 털이 있으며 수백수천 마리가 돌에 달라붙어서 무리를 이루며 조수가 밀려오면 입을 열고 밀려가면 입을 다문다. 껍질의 빛깔은 새까맣고 안쪽은 미끄러우며 검푸르다. 살의 빛깔은 붉은 것도 있고 흰 것도 있으며 맛이 감미로워 국에도 좋고 젓을 담가도 좋으나 그 말린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좌절 딛고 한번 해보자며 깡깡하게 마음먹다

 지금의 성공은 욕심 부리지 않고 여태껏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성공은 욕심 부리지 않고 여태껏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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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과 인연을 맺은 지 18년째인 그는 홍합 전문가다. 보다 쉬운 홍합채취와 보다 많은 홍합 수확을 위해서 쉼 없이 연구 노력하는 조 대표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나름대로의 성공도 거두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인생길 또한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IMF 경제위기 당시에는 하던 사업(건축업)의 부도로 "모든 것 다 잃고 뭘 할지 막막했던 시절이 있었다"라며 그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때 좌절하지 않고 나도 한번 해보자며 참 깡깡하게 맘 먹었어요", 그렇게 자신에게 다짐하며 참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지금의 성공은 욕심 부리지 않고 여태껏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한 때문이라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참 행복하다고 말한다. 

홍합은 본래 한해성 이매패류나 강한 번식력과 빈번한 선박의 운항으로 현재는 한국 전 연안에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남해, 여수 가막만, 경남 통영, 진해 등지의 남해안에 많이 서식한다.

서식장소로는 민물이 유입되는 내만의 기수지역이다. 염분농도는 15.0~30‰(퍼밀)범위이다. 참고로 보통 바닷물의 농도는 퍼밀(‰)로 표시하며 대부분의 바닷물은 35퍼밀이다. 바닷물 1kg안에는 염분이 35g 있다는 것이다. 치패에서 성체까지 성장 기간은 약 1년 정도 되나 현재는 양식 기술의 발달로 6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홍합이 자라고 있는 가막만 청정바다에 가다

밧줄을 끌어 올리자 까만 홍합과 갖가지 해초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밧줄을 끌어 올리자 까만 홍합과 갖가지 해초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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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을 이용해 양식 밧줄을 끌어올려 홍합을 딴다.
 동력을 이용해 양식 밧줄을 끌어올려 홍합을 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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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이 자라고 있는 가막만 청정바다로 향한다. 겨울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쳐간다. 고요한 물살을 가르며  은성1호가 빠르게 이동한다. 바다에서 한가롭게 노닐던 갈매기 무리가 날아오른다. 얼마쯤 갔을까. 점점 바람은 차갑게 피부를 자극한다. 해무에 잠긴 바다, 바다는 말이 없고 은성1호는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쉰다. 성탄절에 우리는 가슴시린 바다에 떠있다.

저 멀리서 알록달록한 부표가 점점 가까워온다. 20분여를 달려 홍합양식장에 당도했다. 빨간색 부표는 최근 수협에서 개발한 친환경제품이라고 한다. 빨간 플라스틱이 스티로폼을 감싸도록 만들어 스티로폼부스러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없앴다.

"이거 보세요. 물밑이 얼마나 멋있는가?"

바지선 근처에는 갈매기와 청둥오리가 홍합을 먹기 위해 모여든다.
 바지선 근처에는 갈매기와 청둥오리가 홍합을 먹기 위해 모여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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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투명한 겨울바다가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바다 물속에 홍합 양식 밧줄이 보인다. 밧줄을 끌어 올리자 까만 홍합과 갖가지 해초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홍합은 1년을 바다에서 키워야 하나 먹이생물이 풍부한 곳은 성장이 빨라 6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성장한 홍합의 무게 때문에 부표가 자꾸만 가라앉는다. 그래서 홍합농사도 바다를 수시로 오가며 돌봐줘야 한다. 부표를 띄우는 것은 홍합이 가라앉아 갯벌에 닿으면 죽기 때문이다.

동력을 이용해 양식 밧줄을 끌어올려 홍합을 딴다. 양식장에서 채취한 홍합은 바지선에서 1차 세척과정을 거친다. 바지선 근처에는 갈매기와 청둥오리가 홍합을 먹기 위해 모여든다.

제철을 맞은 여수 가막만의 햇홍합 채취가 지금 한창이다. 올해는 생육조건이 좋아 홍합 알맹이가 통통하다. 여수 가막만에서 생산된 홍합은 다른 지역에 비해 품질이 좋으며 패류독소가 전혀 없고 영양소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 가막만, #홍합, #청정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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