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열풍이 거세다. 시판된 지 3주가 지난 지금도 판매량 1위를 달린다. 20일 기준으로 16만대가 넘게 팔렸고, 그 기세가 꺾이질 않으니 그 명성이 과연 허명(虛名)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러한 아이폰 열풍에 그 동안 안방 문을 꼭꼭 잠가 두고 달콤한 통신료와 콘텐츠 수익금을 사실상 독점하던 이동통신 사업자는 물론, 제한된 기능의 제품을 공급하며 과점을 누리던 국내 대기업들의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라 여겨졌던 네트워크 보급율, 최고 성능의 명품 핸드폰을 자랑하던 우리는 그동안 써오던 무선인터넷이 결국 반쪽짜리라는 진실을 이렇게 알게 되었다. 인터넷 무한요금제를 선택했어도 핸드폰 동영상은 메일로 보낼 수 없었던 사정을, 트위터로 소통하는 외국의 뉴스에 공감할 수 없었던 연유를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당국의 묵인 혹은 비호 아래 이통업체와 단말기업체에 놀아 나고 있었다.
온 나라가 아이폰에 놀라워 하는 와중에,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던 정보화 담당관들을 가장 놀라게 한 사건은 한 고등학생이 일으켰다. 이 재기 발랄한 고등학생은 감히 수만의 개발자들이 전혀 시도할 생각조차 못했던 단순하고 대담한 방법으로 당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바로 서울시와 경기도가 웹 상에서 제공하던 시내버스 이동 정보를 반 해킹에 가까운 방법으로 공유서비스로 만들어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제공한 것이다. <관련기사>
정확히 말하자면, 이 고등학생(유주완 군)은 홈페이지 일부 기능을 제공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법을 활용하여 제 삼자에게 제공을 한 셈이 되는 데 위에서 '반해킹'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서울시나 경기도 담당자가 홈페이지가 이러한 용도로 활용될 지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일단 서비스를 막았던 경기도에서는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서비스를 열어둔 상태이고 서비스를 유료화 할 예정이라던 서울시는 발 빠르게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상황을 관망 중 인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소동은 '공공정보의 공유'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만약 유주완군이 어플리케이션을 유료로 앱스토어에 공개했다면, 경기도의 대응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었을 것이다. 이미 무료로 제공되던 공공정보를 방식만 바꾸어 역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하지만 사례를 바꾸어 생각하면 잘못일 수도 있다.
어린이 대공원에는 시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수대가 있다. 제한된 방법으로 활용되는 이 식수대를 안타까이 여긴 어떤 시민이 자기 사비를 들여 파이프를 연결해 대공원 앞과 주변 건국대, 세종대 등에 추가로 식수대를 설치 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 시민이 한 행동은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될까? 어차피 시민이 먹게 될 식수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고 넘어갈 문제일까? 그렇다면 늘어난 수도요금은? 그 식수를 먹다가 혹시라도 누가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누구 책임일까?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이렇게 임시방편으로 놔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아이폰의 서비스 활성화는 분명 국민이 아닌 다국적기업 애플과 KT에게도 분명 혜택을 나눠주고 있다. 혹시 세금으로 사기업만 배 불리는 건 아닐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버스정보의 경우는 정보에 대한 일차적인 저작권을 소유한 지자체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유서비스로 만들어 민간에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필요한 재원이 추가로 들긴 하겠지만, 호화청사를 지을 돈의 백분의 일만 투자해도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반국민이 아닌 업체가 챙기는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징수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연결되면 될수록 효과가 커지고, 한번의 노력으로 지속적인 가치창출이 가능한 정보화의 혜택이다. 이미 기상청 날씨정보나 특허청 특허정보는 공유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도 100개의 공유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라니 한번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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