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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시장 돼지국밥 골목에는, 착한 가격으로 파는 할매 돼지국밥집이 있다

그러나 약속이나 한듯 똑 같은 돼지국밥 간판을 달고 있어서

할매 돼지국밥 집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6. 25 전쟁에 남편을 잃고, 젖먹이 아기 하나

등에 업고 피난 내려와, 60여년 동안

한결 같이 할머니 새벽 일찍 일어나 

왕가마솥에 우유빛 여명을 

양념처럼 섞어 끓인다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뽀얀 아침 빛깔 같은 돼지국밥은 

먹기도 전에 벌써 입안에 침이 돈다

 

차례를 기다리려면 몇 십 분은 예사다. 

그래도 할매국밥집 손님들은 착하다. 

한그릇 국밥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자기 숟가락 젓가락 알아서 챙긴다.

 

연탄화덕 들어있는 둥근 함석탁자 앞에서 

한가족처럼 둘러 앉아 국밥을 먹으면

잠시 한가마솥 밥을 먹는 식구들처럼

정겨워 지는 할매 돼지국밥집,

 

처음 온 손님들, 한두번 더 와서 단골이 되면

하고 많은 돼지국밥 집 중 할매 돼지국밥집

문전성시 이루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지. 

 

'어려운 사람의 입장은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 알아주고,

배고픈 사람 심정은 배고파 본 사람이 헤아려 준다'고…

 

온 종일 폐지, 빈병, 패트 병 따위 주워도

돼지국밥 한 그릇 사먹을, 가격 오천원이 

모자라는 사람들 노숙자들 

눈치껏 건데기는 조금 적어도

국물 넉넉한 착한 가격의

따로 돼지국밥 있다는 것 알게 되지.

 

좋은 일은 왼손이 모르게 오른 손이 한다고,

한달에 한 번 노는 날이면

독거노인들을 위한 한끼 국밥 나누는 

사랑 베풀기 사업 해 왔다는 것 

어둑어둑한 가게에 딸린 할머니 방안에

돼지 국밥 먹어본 사람은 알게 되지. 

 

세상이 인심이 아무리 야박해도,  

소주 1병만 시켜도 국물이 푸짐하게

따라 나오는 할매 돼지국밥 집에 오면

먼 먼 시간 속의 객주집에 묵은 살판쇠처럼

나는 할머니의 국밥 한그릇의 사랑으로

잠시 살맛 나지.

 

[시작메모] 부산 서면 시장 먹자골목 중에 돼지국밥골목은, 부산 먹거리 문화의 명물에 속한다. 그런데 이 돼지국밥 집 골목에 오면 어느 돼지국밥 집이 원조일까,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한다. 다닥다닥 따개비처럼 붙어 있는 서면시장 먹자골목에 위치해 있는 돼지국밥 집들의 역사는 6. 25 전쟁 이후 생성된 듯, 대개 60년 넘는 전통의 돼지국밥집임을 다투어 자랑하고 있다. 

 

추운 겨울이 되면 자주 찾게 되는 돼지국밥집 한그릇 국밥 가격도 상당히 올랐다. 한그릇 오천원이면 비싼 듯 하면서도, 막상 돼지 국밥 나오는 량은 두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다. 돼지국밥은 돼지의 뼈와 살로 국물을 우려내고, 그 국물에 돼지고기 수육을 썰어 넣어 밥과 말아 내 새우젓으로 간을 해 먹는다. 그런데 여느 식당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따뜻한 풍경이 있다. "여기 국물만 조금 주고 소주 한병 갖다 주세요." 하고 말해도 군말 없이 빨간 에플런 두른 아줌마 종업원들이 냉큼 갖다 준다. 정말 이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가게들이 많았으면 싶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오면 어김없이 찾게 된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구수한 돼지국밥 냄새가 배인 국밥집 생각하니, 벌써 허기가 몰려온다. 


태그:#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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