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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의 손.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의 손.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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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커피처럼 기호품이라지만 기호품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해악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와 연을 끊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남편은 하루에 한 갑반에서 두 갑을 피우는 골초. 해서, 난 남편이 평생 담배와 친구 먹을 줄 알았다.

헌데, 뜻밖에 남편이 아이 앞에서 금연을 선언했다.
"이제 아빠 담배 끊는다."
담배를 끊는다면 더이상 좋을 수 없지만 과연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금연 첫 날] 2009년 9월 1일

남편이 여기 저기 전화를 한다. 금연을 알리는 중이다.

"OO아, 내다. 나 오늘부터 담배 끊는다."
"잘 생각했다."
"니는 어떻게 담배를 끊었노?"
"보건소에서 금연치료도 받고, 힘든 순간이 있는데 그건 잠깐이더라."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남편을 보다 내가 말했다.

"이제 그만하지. 혼자 끊으면 되지 동네방네 소문낼 필요는 없잖아."
"무슨 말! 원래 담배를 끊을 때는 여기저기 알리는 기라. 그래야 금연의지를 다질 수 있다."

그렇게 조금은 흥분된 가운데, 담배가 조금 생각나는지 남편 눈길이 담배를 향한다. 얼른 담배를 치워 버렸다. 대신, 캠페인 할 때 받은 금연파이프와 은단을 꺼냈다. 남편은 담배 생각이 나는지 '차라리 잠이나 자야겠다'며 일찍 자버렸다.

[금연 둘째 날] 2009년 9월 2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담배 생각이 나나보다. 남편은 담배 대신 금연파이프를 깊게 들어 마셨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남편은 담배 대신 금연파이프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출근했다. 그후 낮에 통화를 하게 됐다.

"담배 피웠어?"
"아니, 안 피웠다. 선배가 결국 못 끊을 것 고생하지 말고 그냥 피우란다."
"그럼 안 되지."
"안 피울 거야."

퇴근 후, 식사를 하고는 담배가 생각나나 보다.

"나 딱 한 대만 피우고 끊으면 안 될까?"
"안 돼. 한 대가, 두 대 되고…."

[금연 셋째 날] 2009년 9월 3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는 담배가 양식(?)이라 쌀처럼 비축이 되어야 안심이 되는 걸까. 집에는 두 보루가 있었다. 얼른 화근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에 영수증을 찾아서 환불을 받으러 마트에 갔다.

"남편이 금연을 하는 바람에 담배가 필요가 없어서 환불을 하려고요."
"아 예. 잘 하셨네요. 현금으로 드릴 게요."

현금 5만원을 받았다. 돈이란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그 쓰임새 또한 다른 법. 새삼스레 담배 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그날 저녁, 남편과 함께 야간에 운영하는 보건소 금연클리닉에 갔다. 금연보조제와 비타민 등을 받았다.

"금연을 하게 많이 도와주네요. 고맙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끊을 것을요."

[금연 2주 째] 금연파이프가 남아나질 않네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받았다.
▲ 금연파이프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받았다.
ⓒ 양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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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입도 아직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 담배 대신 금연파이프를 선택하니 천만다행! 스스로 담배라고 최면을 거는 걸까, 모습은 담배 피우는 것과 똑같다. 얼마나 열심히 사용을 하는지 남편 대신 자주 보건소에 방문하게 되었다. 민망할 정도로.

"남편이 언제쯤 금연파이프를 사용하지 않을까요?"
"처음이라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용이 줄어요. 파이프로 금연을 잘 하고 있으니까 다른 방법은 쓰지 말고 계속 파이프로 금연을 하는 게 좋겠어요."

그러면서 레모나, 목캔디 등을 챙겨준다. 금연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금연 두 달 째] 쇼핑과 간식으로 견뎌내는 남편

이젠 담배 생각은 덜 나나보다. 대개 술자리에서 담배를 다시 피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은 다행히 이 치료중이라 술을 마실 수 없다. 그것이 도움이 되었다. 금연 중일 때는 일시적이나마 술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편은 금연의 무료함을 평소 좋아하는 쇼핑과 간식으로 견디고 있다. 다행스럽다.

[금연 넉 달 째] 딸아이가 뽀뽀를 해요

금연을 하면서 저녁 간식을 많이 먹게 되었다. 금연의 고통을 먹는 걸로 풀었다고나 할까. 동네 빵집, 호떡집, 분식집 등등이 단골이 돼 버렸다. 아무튼 많이 먹다 보니 체중이 많이 늘었다. 배가 장난 아니다. 보는 사람마다 걱정이 되는지 '운동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키 170cm에 체중이 앞에 '9'자를 달았다. 매일 보는 나보다 가끔 보는 사람은 그 충격이 더한가 보다.

남편도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어떤 운동을 할까 궁리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탁구장을 알게 되었다. 본인이 운동을 하겠다는데 도움을 줘야 하는 않을까. 지금이 겨울이기도 하고 탁구는 혼자 치기에는 무리라(뭐, 수준급이거나 개인레슨을 받는다면 혼자라도 상관없지만). 저녁을 먹고 함께 탁구를 쳤다. 남편은 전에 좀 친 것 같고 난 왕초보다. 그래도 함께 운동을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담배 생각 안 나?"
"아니. 이젠 나도 담배연기 싫다. 왜 담배가 독하다고 그러는지 이젠 알 것 같다."

아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금연으로 인해 얻은 게 많다.

먼저, 가족과의 관계다. 요즘은 딸이 아빠에게 뽀뽀도 잘 한다. 예전엔 담배를 피워서 싫어했었다. 나와 딸은 기관지가 약한데, 남편이 담배를 끊은 후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화장실이나 베란다 등 집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무척 좋다.

경제적으로도 득이 아닐까 싶다. 남편은 원래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직은 담배값보다 지출이 더 많지만 기분 좋은 지출이다. 대개 남자들은 쇼핑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돈이 굳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건강'이다. 기능성화장품이 필요 없다. 남편 피부가 탱탱해졌다. 또, 아무리 자주 스케일링을 해도 담배 앞에서는 무력하기만 했는데, 금연 자체가 자연 스케일링 효과를 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장들이 건강해졌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태그:#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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