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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경인년(庚寅年) 호랑이 해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호랑이 해 중에서도 60년마다 돌아오는 백호의 해로 매우 상서로운 해라고 합니다. 그래서 들려오는 소문은 백호 띠 아이를 낳으려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그 백호의 해라는 경인년 첫날인 어젯밤(1일 밤) 호랑이 꿈을 꿨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꾼 꿈입니다. 어렸을 때와 젊은 시절에는 거의 밤마다 꿈을 꾸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꿈을 꾸는 일이 드물어지더니만 60세를 넘기면서부터는 거의 꿈꾸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꿈은 그냥 아무 때나 꾸는 것이 아니라 역시 무언가 바람이 있고 미래에 대한 꿈이 있을 때 꾸는 것인 듯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엔 거의 밤마다 꿈을 꾸곤 했었던 게지요. 그런데 나이 들어가면서 꿈이 별로 없으니 잠자리에서도 꿈이 사라졌나 봅니다.

 

그러던 것이 난데없이 어젯밤 정말 오랜만에 꿈을 꾼 것입니다. 그것도 호랑이 꿈을 말이지요. 아침에 깨어났을 때도 꿈은 매우 또렷하게 기억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백호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호랑이었지요. 꿈속의 저는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아직 청소년이었습니다. 어딘지 장소는 분명치 않았지만 산골짜기였습니다.

 

계절은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벼운 차림에 고무신을 신고 땀을 흘리며 산골짜기를 걷고 있는데 호랑이가 불쑥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송아지만큼이나 커다란 호랑이였습니다. 너무 놀라서 어디 피할 곳이 없을까 살펴보았지만 길 한쪽은 바위투성이 개울이었고 다른 쪽은 산비탈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커다란 나무라도 한 그루 서있었으면 나무 위에라도 올라갈 텐데 마땅한 나무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너무 놀라 진땀을 흘리며 호랑이를 노려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호랑이가 공격하면 맨손으로라도 싸우려고 몸을 잔뜩 웅크려 전투자세를 취했지요,

 

그런데 다음 순간 앞을 막아선 호랑이가 빙긋 웃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가 웃다니. 그런데 정말 호랑이가 웃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웃는 것이었어요. 그림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그런 얼굴이었지요.

 

순간 나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공포도 사라졌지요. 그런데 이때 호랑이가 뒤로 돌아서 뒷발을 낮추며 엉거주춤 주저앉았습니다. 내게 등을 내밀고 말이지요. 마치 등에 타라는 시늉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호랑이 등에 어찌 선뜻 올라탈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망설였지요.

 

그런데 그런 자세로 호랑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다시 빙긋 웃었습니다. 마치 빨리 등에 타라는 듯 말입니다. 호랑이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 용기가 났습니다. 성큼 다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탔습니다. 그러자 호랑이가 슬며시 일어나 성큼성큼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호랑이 등에 납작 엎드려 호랑이를 꼭 껴안았지요, 호랑이 등에서 떨어질까봐 무척 무섭고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잠깐 달려가자 고갯마루가 나타났습니다. 고갯마루에 올라선 호랑이는 멈춰 서서 나를 등에 태워줄 때처럼 다시 뒷다리를 엉거주춤 움츠려 주었습니다.

 

내리라는 자세인 것 같아 땅으로 내려섰지요. 그러자 호랑이가 일어나 다시 나를 보며 빙긋 웃었습니다. 그리곤 옆 산등성이 숲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서야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고갯마루 앞을 바라보니 아! 그곳엔 넓고 푸른 평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우와! 참 좋다,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평원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아쉬운 마음에 안 돼! 안 돼! 나 그쪽으로 가야 하는데... 소리치다가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러곤 늘그막에 웬 개꿈이람,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젯밤의 꿈이 너무 선명하게 떠오르지 뭡니까? 분명 개꿈은 개꿈인 것 같은데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이렇게 글로 옮기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내가 1946년생 개띠이니 개가 호랑이 등에 타고 산길을 달린 셈이지요. 혹시 누구 호랑이 해 첫날밤 꾼 내 꿈 해몽 좀 해주실 분 없으세요?


#호랑이 꿈#백호#이승철#길몽#흉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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