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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1992년 퇴사한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 경력 27년을 자랑한다. 부수고 짓는 데 이 대통령만한 '짬밥' 경력을 찾기란 쉽지 않을 터.

김상화가 40년 가까이 낙동강을 누비며 쓴 책 <강은 흘러야 한다>
 김상화가 40년 가까이 낙동강을 누비며 쓴 책 <강은 흘러야 한다>
ⓒ 미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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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추진에 대한 반론이 대통령 귀에 닿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듯싶다.

김상화가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그래서다. 1973년 첫 낙동강 순례를 시작한 그는 37년 동안 낙동강 답사 1370여 회, 사랑방좌담회 787회를 했다. 책을 펴낸 이후에도 계속 낙동강을 걷고 있으니 이 횟수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에겐 27년 건설경험이 있겠지만, 김상화에겐 37년 낙동강 탐사 경험이 있다.

낙동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자부하는 그다. 30년 전 구포나루에서, 20년 전에는 대구 사문진 나루에서, 10년 전에는 선산 강가에서 멱을 감았다는 그다. 그런 그가 낙동강을 제발 내버려 두라고, 4대강을 그냥 놔두라고 울부짖는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썩은 물을 마시는 사람 또한 고통 받기 마련이라면서.

<강은 흘러야 한다>(미들하우스 간)는 37년 낙동강 지킴이가 겪은 강 이야기다. 그가 그 동안 만난 수많은 주민들과 공무원들, 환경전문가들, 동물과 식물 생태계를 통해 4대강 사업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가 책에서 말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 엄청난 자연재해

보를 만들게 되면 물은 갇힌다. 강력한 폭우가 쏟아지면 보와 보 사이에 물은 갇힌다. 흘러야 하는 강이 갇히면 폭발성은 점점 커진다. 그 때마다 엄청난 재해가 일어난다.

책에서 예로 든 것은 1999년 국지성 집중호우 때 성주 신천에서 일어난 후포벌판 범람과 2002년 태풍 루사 때 김해에서 일어난 범람사태다.

글쓴이가 말하는 대안은 저수지 활용과 수량실명제다.

전국 1만8000여개 저수지를 점검해 물을 적절히 분산하고, 각 하천이 담아낼 수 있는 수량을 총량화해서 각 하천 유역마다 관리하게 하면 폐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바닥을 파내면 그만큼 더 물을 가둬둘 수 있기 때문에 홍수예방효과가 있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고 꼬집는다. 모래를 파낸 자리는 홍수를 대비해 비어져 있는 게 아니라 물이 차있기 때문에 예방효과가 없다는 것.

# 지류가 마른다

책에 소개된 낙동강.
 책에 소개된 낙동강.
ⓒ 미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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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파내면 지류가 마른다. 지류에서 넘실거려야 할 물이 모조리 본류 쪽으로 빨려들어가기 때문이다. 본류라고 해서 물이 풍족한 것은 아니다. 보에 갇히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갈수록 물이 부족해진다.

각종 터널도 강을 마르게 하는 범인이다. 삼투압작용 때문에 터널 부근 지하수가 모두 빠져버린다. 집집마다 있던 우물과 마을 사이로 흐르는 하천이 말라버리고 산기슭 나무들은 시들어간다.

이런 이야기들은 경북 왜관과 영천에서 저자가 보고 들은 사례다.

글쓴이는 경북 의성에 있는 '위천'과 경남 의령에 있는 '유곡천'을 대비해 보여준다. 의성 지역 평균 강수량은 971mm, 의령 지역 평균 강수량은 1144mm지만 강수량 적은 위천엔 물이 잘 흐르는 반면, 유곡천은 건천이 되어 물을 보기 힘들다. 차이는 보. 위천은 보가 없어 잘 흐르지만, 유곡천은 하류로 갈수록 물이 사라진다.

물부족 피해는 강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중·하류쪽 대도시 사람들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염되고 부족한 식수는 대도시에 가장 큰 재앙일 것이라는 뜻이다.

# 유지비용

글쓴이가 보기에 강은 살아있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 책에 따르면 대구 성서공단쪽 낙동강 수질의 경우 1997-1998년 수질이 BOD 100ppm인데 비해 10년 뒤인 2007년엔 BOD 6-7ppm으로 대폭 낮아졌다.

글쓴이는 개발과 인간중심적인 시각에서만 벗어난다면 강은 얼마든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사례로 울산 태화강을 든다.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죽은 물고기 떼가 자주 떠오르고 악취가 진동하는 강이 태화강이었다.

대대적인 수질정화운동에 나서 생활오폐수와 축산폐수, 공장폐수 차단조치, 오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3개 하수처리장 신설, 66만8천톤의 오니 걷어내기, 각종 보를 걷어내 수질 소통과 같은 작업이 이뤄졌다.

글쓴이는 이와 같은 작업이 태화강을 깨끗하게 만들었지만 4대강 사업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질타한다.

저자가 보기에 지금 정부가 벌이는 4대강 사업은 살아있는 강을 숨만 붙어있게 살려놓고 산소마스크를 씌운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강은 당연히 제 기능을 못할 뿐더러, 유지비용이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어 결국 예산낭비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보가 생기면 낙동강변 문화재 상당수가 수몰된다. 이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심각하다.

"강에 보를 만들면 하상계수(강에 물이 가장 많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를 뜻함)는 거의 변화가 없다. 흐르고, 여울치고, 굽이치고 하는 물의 자유와 자연의 섭리도 증발되어 버린다.…하천 양안에서 물의 드나듦이 자주 생기면 그곳에 사는 동·식물에 하천 특유의 먹이 사슬 생성이 가능해지지만, 드나듦이 없어지는 호소화 현상의 통수단면 고정은 땅과 물의 경계지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서식처가 아예 사라져버리게 된다."-160쪽

글쓴이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다. 결국 돈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모래를 파내고, 4대강 예산이 떨어지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저자가 보기에 정부는 어떻게든 이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 10년 전 자료를 인용해 보고서를 만들고, 강 치수보고서도 200년 빈도로 예측했다가 순식간에 500년 빈도로 뻥튀기된다. 대부분 사업들이 480억원으로 책정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국가재정법상 총 공사비 500 억원 이상인 사업에만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도록 했기 때문이란다. 국가가 만든 2010년도까지 수질목표는 대체로 이뤄진 곳이 많았지만 지금 정부는 굳이 죽었다고 표현한단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문화재 좀 사라지고 생태계 좀 파괴되더라도 사람들이 먼저 살아야 하지 않나' '강 주변 사람들 몇몇 피해 입는 것은 알지만 훨씬 더 많은 도시 사람들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나'.

글쓴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 강을 막은 대가는 나중에 몇 배로 돌아올 것이라고. 무엇보다 흐르지 않고선 그 무엇도 살 수 없다는 게 저자가 가진 신념이다. 그래서 그는 책 곳곳에서 다음과 같이 소리치는 것이다.

'막으면 언젠가는 터진다!'


강은 흘러야 한다 - 35년 강 지킴이 김상화의 진짜 4대강 살리는 이야기

김상화 지음, 미들하우스(2009)


태그:#김상화, #낙동강,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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