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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인한 교통마비에 지하철 전동차 고장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진 4일 오전, 서울시는 사진 몇 장을 언론에 배포했다.

 

오세훈 시장이 손수 눈 치우기에 나선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흰 모자에 점퍼 차림의 오 시장은 제설 장비를 들고 도로에 쌓인 눈을 밀어내는 데 손을 보태는 모습이었다. 또 사진 중에는 오 시장이 서울시청 남산별관에 설치된 제설대책본부에서 제설상황을 점검하는 모습도 있었다. 사진에 등장한 오 시장은 직원과 함께 뭔가를 가리키는 '고전적인 포즈'를 취했다.

 

사진과 함께 서울시 측의 설명도 뒤따랐다.

 

"오세훈 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오전 8시부터 제설대책본부(남산별관 소방재난본부)에 상주하여 시내 제설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오전 9시부터 남산 1호터널 진입경사로와 소월길, 엠버서더호텔 언덕~동대입구에 나가 제설요원들과 함께 직접 제설작업에 동참하고 있다."

 

눈으로 인한 교통대란이 일주일여 만에 재발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 무마용 사진이었던 셈이다.

 

비난 여론 무마용 사진 배포한 서울시 '뭇매'

 

하지만 눈을 제대로 치우지 못한 채 이런 '언론플레이용' 사진을 배포한 오 시장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정치권에서도 이 사진이 도마에 올랐다.

 

백성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오세훈 시장이 삽을 들고 거리에 나선 모습이 소개됐지만 한마디로 뒷북치는 '삽질 이벤트'일 뿐"이라며 ""오 시장은 '선거용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시에 제설부터 해서 시민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이라"고 요구했다.

 

그도 그럴게 오 시장은 스스로 강도 높은 제설대책을 약속해 놓고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에 내린 소량의 눈(2.6cm)에 교통 대란이 일어나자 오 시장은 이틀 후 "지난 주말 갑자기 내린 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눈의 양이나 여건을 따지지 말고 모든 특수 상황에 대비하라"고 했다.

 

그 후 서울시는 주요 도심 진·출입 통로인 세종로, 태평로, 을지로, 퇴계로 등 6개 노선의 제설작업을 자치구 대신 직접 맡기로 했지만 이날 오전 이들 도로조차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새해 첫 출근길이었던 데다 일반 직장인들의 출근은 물론 장관과 정치인들마저 눈길에 갇혀 국무회의와 당 일정에 참석하지 못하는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이날 오후 2시까지 제설장비 1200대를 투입하고 염화칼슘 3105톤을 뿌리는 등 최선을 다했지만 눈이 워낙 많이 내려 역부족이었다는 서울시의 항변은 대답 없는 메아리가 돼버렸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신이 난 것은 오 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야당과 정치인들이었다. 이들은 "눈 하나 제대로 치우지 못하는 서울시장"이라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눈길로 변한 도로... 스노우보드 타고 출근?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오 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스노우보드대를 설치한 것을 빗대 논평을 냈다. 우 대변인은 "광화문 광장에 스노우보드 점프대를 설치하며 난리를 치더니 정작 시민의 발목을 잡는 눈 하나 제대로 못 치우는 것이냐"며 "오 시장은 이번에도 스노우보드 타고 출근하면 될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우 대변인은 또 "오 시장은 지난번 2cm 정도의 눈이 왔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눈 치우는 일 하나는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면서 "오늘 서울시민은 오 시장의 말을 믿고 거리에 나왔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비난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서울시가 비축하고 있는 염화칼슘이 저질이라고 따졌다.  

 

김 의원은 "서울시에서 비축하고 있는 염화칼슘은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라며 "저질품과 불량품을 제때에 살포하지도 못했다면 제대로 효과가 나타날 리 없다"고 말했다.

 

또 "시장에게 눈 치우는 일이 작게 보인다면 문제가 있다"며 "그동안 눈에 보이는, 큼지막한 일에 익숙했던 서울 시정은 이제라도 시민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서울시의 전시행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재선 가도를 달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눈'이라는 난적을 만난 분위기다.

 


태그:#오세훈,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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