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 계획이요? 그렇게 거창 하지 않습니다. 타국에서 어렵게 생활 하고 있지만, 돌아가신 저희 부모님, 그리고 병환으로 누워계시는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르신들께 자그마한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한국말을 완벽히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어르신들의 눈빛만 봐도 뭐가 필요한지 알아요."
새해 첫 활동을 OO노인병원에서 병동봉사로 시작한 헬렌바스(Hellen Bass)(42·여)씨는 지난 2000년에 결혼해, 서울생활 10년째다. 지금은 9세 아들과 8세 딸이 있다.
실내 인테리어를 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또한 가정형편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아직까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 여기에 시어머니마저 지난 6월에 낙상을 당해 홀로 거동하기 조차 힘들다고 한다. 요양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시어머니 수발을 들어준다.
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헬렌바스씨는 병원 봉사활동 외에도 지역 자활센터를 통해 다문화 가정 문제의 '중재자'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 필피핀 국제학교에서 교사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한국인 아이들에게 컴퓨터와 영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어르신들이 말씀하는 내용은 다 알아들어요, 물론 제가 한국말이 좀 서툴러서 어르신들께 말벗을 해드릴 정도는 아니지만, 병 수발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병원에 입원 중인 김아무개(78) 할머니는"외국인이 병원에서 자원 봉사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라 처음에는 좀 거리감도 있었는데, 부탁하기만 하면 뭐든지 해주려는 마음씨가 너무 고맙다"면서 "말은 잘 안통해도 이것저것 도와주려는 마음이 예쁘기만 하다"고 전했다.
헬렌바스씨는 "사정이 좀 좋아지고 기회가 되면, 사회복지를 공부해서 지금보다 더 전문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싶어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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