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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모집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카페 '아랑'엔 스터디 모집 공고가 하루 평균 10여 개 올라온다. 서울 외 지역에서 올리는 공고는 최근 1개월 동안 10개에 불과하다. 그 중엔 동일인이 여러 번 올린 것도 있다.
스터디 모집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카페 '아랑'엔 스터디 모집 공고가 하루 평균 10여 개 올라온다. 서울 외 지역에서 올리는 공고는 최근 1개월 동안 10개에 불과하다. 그 중엔 동일인이 여러 번 올린 것도 있다. ⓒ 윤성희

"너도 서울 가게...?"

전라북도 전주에서 언론사 대비 스터디를 하는 A씨는 이렇게 보낸 스터디원이 1년도 안된 기간 동안 2명이다. '가뭄에 콩 나듯' 어렵게 4명을 모아도 하나둘 서울로 가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터디는 와해되곤 했다. A씨가 지역에서 만난 사람은 총 7명. 그 중 2명은 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갔고 남은 사람은 '발이 묶인' 재학생과 "돈이 없어서 못 간다"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서울 간다고 다를 것 없어"라고 말하는 A씨.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적어도 서울에 가면 스터디원 한 명 그만 둔다고 스터디가 흐지부지되는 일을 겪진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는 것과 서울에서 하는 것의 차이,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다.

아예 사람이 없다

"광주엔 아예 사람이 없어요. 지역 국립대인 전남대서도 이 공부하겠단 사람이 없으니까."

졸업과 동시에 서울에 올라가 공부를 하는 ㄱ씨(전남, ㅈ대학)의 말이다. 그는 서울과 지역의 차이는 '스터디'에 있다고 말한다.

"서울에 있는 학교 다닌다고 글을 다 잘 쓰는 건 아니에요. 단지 이곳엔 시험공부 같이 할 사람은 많으니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왔죠."

집은 지역이지만 서울 소재 대학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ㅁ씨(서울, ㅅ대학)도 이에 동의한다.

"언론고시는 혼자 공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토론 대화하면서 얻는 것도 많은데, 왠지 서울에선 지방에서보다 그게 더 쉬울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에요."

결국 '서울 = 언시생 다수'란 공식이 언시생들이 'IN 서울'을 고수하는 이유다. 오히려 정보력이나 다양한 경험은 부차적이다. 8월 졸업을 앞 둔 ㅈ씨(전북 ㅈ대)는 말한다.

"언론사에 입사하기에 좋은 경험은 지방대라서 더 나았죠. 대학 신문사 활동도 하고 지역도청의 '글로벌 인재 양성' 어학연수도 다녀왔고요. 그 외 다양한 세계 탐방과 봉사활동도 했어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면 집안 형편이 넉넉한 편이 못 돼 이런 경험을 다 하진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경험 부분에서 아쉬운 것은 적다고 봐요."

그러나 그에게도 '사람'이 문제다.

"지금 하는 이 스터디만 계속 된다면 전 굳이 올라갈 생각 없어요. 그런데 이게 없으면..."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ㅅ씨(전북, ㅈ대)도 경험보단 '사람' 없음을 토로한다.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안 가도 되지만 서울엔 가야 해요. 작년 전주 MBC 아나운서 시험을 봤는데 저 빼고 다 서울에서 지원했더라고요. 여기엔 준비하는 사람이 없어요."

같이 스터디를 하던 ㄱ씨(전북, ㅈ대)는 지역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서울에 인재가 많다기보단 인재가 될 만한 이들이 죄다 서울로 몰려가는 게 문제 같아요. 그래서 결국 모두 공부를 위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언론학 교수 - 언론지망생 - 현직기자라는 고리가 없다

같이 공부할 사람만 없는 게 아니다. 지역에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이 없다. 주변에 현직기자로서 조언을 해주는 '롤 모델'이 없는 것이다. 지역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롤 모델 부재'가 아예 언론사 입사를 상상할 기회조차 박탈한다고 항변한다.

"학교에 '취업 캠프'를 운영해요. 거기서 자기소개서 쓰는 법, 면접 잘 보는 법 등 다양한 취업가이드를 해주는데 이게 다 회사 위주예요.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인프라가 전혀 없어요. 학교도 저희도 언론사 취업이란 '상상' 자체를 못 하는 거죠. 신문사 선배 중에 국민일보 기자, 한겨레 경영직으로 간 사람이 있긴 한데 1~3년차 선배들이 아니라 5년 이상 차이가 나는 선배들이라서 접하기도 어렵고."

ㅈ씨(전북, ㅈ대)의 말이다. 반면 서울 소재 대학은 언론사 입사를 위한 환경이 조성된 경우가 많다. 서울 ㅅ대 언론고시반에 있었던 ㄱ씨는 "언론학 교수가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주고 최근 시험 경향을 분석해 나올 것 같은 주제를 제시하기도 해요. 게다가 많은 현직기자 선배들이 실제 합격한 글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요"라고 말한다. 이런 환경이 실제 시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 ㅇ대 언론고시반에 있는 ㅇ씨는 "언론고시반 운영이 잘 되다보니 거의 필기는 다 통과한다"고 전한다. 지역에 전무한 언론사 취업 환경은 언론계의 스타 강준만 교수가 재직하는 전북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론학 교수님들은 언론고시반을 만들려고 하긴 하는데 학생들이 그 공부를 할 자격 자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들 토익 900점을 어떻게 따느냐고..."

전북대 언론정보학부 ㄱ씨는 환경조성보단 학생들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를 다른 각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방과 학생들이 1년 쯤 하다가 그만두는데, 그것도 학교 다니면서 하는 거예요. 그건 거의 '해볼까' 하다가 포기하는 거거든요. 주변에 잘 된 선배들을 거의 못 보니까. 괜히 주변 사람들이 '못 올라갈 나무 본다고' 비웃는 것 같고."

옆에 있던 ㅅ씨의 말에 ㄱ씨는 '패배주의'란 말을 꺼냈다.

"토익 900점 공부하면 얻는 것인데 지레 나는 안 된다는 생각에 핑계를 대는지도 몰라요. 실제 주변에서 기자가 됐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걸요. 어찌 보면 패배주의긴 한데 아예 상상이 안 되니까, 지금 4학년인데 동기들 아무도 준비 안 해요."

지역에서 공부하기 어려운 데는 실제 합격생을 접하질 못하는 것도 한 몫한다. 자신을 이끌어주는 멘토는커녕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할도 없는 것이다. 그나마 언론계에 2명의 선배가 입사한 걸 안다는 ㅈ씨는 말한다.

"쉽게 접하지 못해 누가 KBS에 합격했단 말을 들으면 '나도 가능해'보단 '와, 말도 안돼!'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환경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지역에서 준비해 기자 되기란 그야말로 손에 잡히지도 않고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꿈 아니겠어요?"

지역 언론인 양성도 사람이 없어서 안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지역 언론 입사를 어떻게 볼까.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힘들다'란 말이다.

"신문사로 지역신문에서 스카웃 제의가 오기도 하는데 막상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지역 신문 아무도 안 보잖아요" _전주
"지역에서 뽑아 봤자 1명 뽑아요. 여기에 목숨 거느니 서울에 올라가야죠. 거긴 많이 뽑으니까"_전주
"지역 신문들은 지역 유지 뒤 닦아주는 식인데 왜 가겠어요?"_광주

지역 언론의 경제적, 환경적 열악함 때문에 지역 대학생들의 외면을 받는 형편이다. 전북 민주언론연합 김환표 국장은 지역 언론사가 외면 받는 이유로 "성취감과 만족도가 떨어지고 토호세력의 방패막이가 되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하지만 무엇보다 월급이 적다는 게 가장 크죠"라고 말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역 언론이 열악한 것을 인정하는 말들이다.

물론 지역 대학생에게 관련 지역 언론사에 가란 말은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애초 서울 소재 대학을 가지 않았다면 아예 서울에서 일할 생각도 하지 말라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 언론단체가 소위 메이저 언론에 가도록 도움을 줄 수는 없을까. 민언련 김환표 국장는 또 다시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일단, 지역에서 준비하는 사람 수를 파악할 수가 없어요. 전북대 신방과에서 준비하는 걸 거의 못 봤으니까요. 극히 소수고 다들 각개약진해서 서울로 올라가 그마저도 없어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해도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게다.

'공무원이 되려면 노량진으로, 기자가 되려면 신촌이나 서울대로!'

공무원시험 관련 학원이 많은 곳이 노량진이라면 스터디 모임이 많은 곳은 신촌과 서울대 근처다. 이 두 가지엔 차이가 있다. '노량진족'이 독방에서 강사 정보 구하기에 몰두한다면 '신촌과 서울대족'은 시험 정보 그 자체보단 '사람'을 찾아, 스터디 구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지역에서 공부한다는 건 혼자서 글 쓰고 참삭도 하고 책도 읽어나가는 '자기주도형 인물'이 된다는 걸 뜻한다. 그게 어려워 다들 서울로, 매달 30만 원 정도의 집값을 감당하며 '기자 준비'를 하고 있다. 지역에서 어떻게든 해내고 싶다고 해도 주변에서 된 경우를 거의 접하질 못해 1년 정도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말이다. 이들을 지원하고 싶은 대학도 지역 언론단체도 서울로 떠나고 지례 포기하는 이들을 보며 결국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지역의 모습이다.


#지역 언론사 #언론고시#언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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