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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경제부처 수장과 금융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라는 이름의 이날 행사에는 여야 국회의원까지 모두 500여 명이 참석해 신년 덕담을 나누며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작년말에 불거진 KB사태로 인해 '신(新) 관치'라는 비판이 들끓는 가운데 이뤄진 자리여서인지, 일부 금융계 인사들 사이에선 긴장한 모습도 엿보였다.

 

각 세운 윤증현과 진동수, "금융신뢰 회복하고 지배구조 개선하라"

 

이날 정부쪽에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 통화·금융정책 수장이 모두 얼굴을 비쳤다.

 

윤증현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우리 경제는 세계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를 토대로 5% 내외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 같은 실물경기 회복은 기업과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와 시장에 청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와 기업들의 상시적인 기업구조조정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또 수출 위주의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 현실을 감안해, "외환부문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금융은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만 자랄 수 있는 꽃과 같다"면서 "(금융회사들이) 단기 성과에 치중해 과도하게 위험을 선택하거나 자산을 확대한 것이 이번 금융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어떤 금융회사도 고객 신뢰를 얻지 못하면 존립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효율성 제고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을 더 강력하게 요구했다. 최근 '신관치' 논란에도 불구하고, KB 사태를 통해 불거진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해 쓴소리를 한 셈이다.

 

진 위원장은 "지난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산업의 재무 건전성은 상당히 강화됐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경영효율화 측면에서도 충분한 개선 노력이 있었는지, 혹여 지난 10년간 너무 안주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간 다소 소홀했다고 볼 수 있는 내부인재의 양성과 경영지배구조 개선 등에 더욱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역시 대내외적인 불안요소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외화 관리 문제와 무리한 가계대출에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외화유동성 부족 문제를 다시 겪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이 외화자금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한데 이어 "가계대출이 과도한 수준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자산 건전성을 높이는 데도 부단히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등 향후 출구전략에 대해선, 윤 장관이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것과 달리 이 총재는 구체적인 언급 대신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유의해 거시경제의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입 닫은 강정원 KB금융지주회장 대행 "더 이상 할 말 없다"

 

이밖에 이날 행사에는 KB 사태로 관심을 모았던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자도 참석했다. 강 대행자는 진동수 위원장과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받았을 뿐, 별도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강 대행자는 이어 기자들이 지금의 심정과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고 하자, "끝까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구체적인 말을 꺼렸다.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그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간단하게 말을 던지고, 행사장을 떠났다.

 

강 대행자는 지난해 12월 31일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서 전격적으로 사퇴한 뒤, KB 국민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 대행을 맡고 있다.

 

또 민유성 산업은행금융그룹 회장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대우건설 매각 등 향후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민 회장은 최근 금호가 내놓은 구조조정방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않은 상태이며, 내용을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호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경영권을 보장하는 등 특혜 시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새로운 경영진보다 지금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호그룹 2세와 3세 등 현 오너측 경영진이 채권단과 한 계약에 따라 3년 정도의 (경영)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에 대해, 민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사모투자펀드(PEF)의 윤곽이 한 달 정도면 나올 것"이라며 "현재 이 펀드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국내 회사도 있고, 외국회사 등 몇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산은이 적극 나서 크게 키우면서 반드시 정상화시킬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그림이 완성되고 구조조정 틀이 잡히는 것을 전제로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사주겠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태그:#KB사태, #강정원, #진동수, #윤증현, #이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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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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