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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교사들을 해임한 것은 교육청의 '징계권 남용'이라고 서울행정법원이 31일 판결한 직후, 해직교사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일제고사 거부를 이유로 교사들을 해임한 것은 교육청의 '징계권 남용'이라고 서울행정법원이 31일 판결한 직후, 해직교사들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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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1일 서울행정법원은 2008년 10월 치러진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이하 일제고사)의 부당함을 알렸다가 해임된 7명(김윤주·박수영·설은주·송용윤·윤여강·정상용·최혜원) 교사들에 대한 재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7명의 교사를 해임한 것은 '성적 조작 또는 성적 관련 비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유사 사건과 비교해 볼 때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라고 판시하며 "해임 무효"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언론 등을 통하여 "판결문을 검토하여 징계재량권 남용으로 판단하였을 경우에는 항소하겠다"고 밝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현행 행정소송법 규정에 따라 판결문이 송달된 뒤 14일 이내에 항소해야 하는데 서울교육청은 아직 확정된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교육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는 일제고사 관련 교사 해임을 두고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 해직 교사들의 고통 외에 이를 둘러싼 교육계의 분열과 정치적 대립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유무형의 손실을 입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서울교육청 배상금액, 교사 임금원금만 2억 원 이상

일제고사 해임교사들에 대한 해임을 취소한 이번 법원 판결로 인해(이것이 확정되면) 서울시교육청에게 몇 가지 의무가 발생하게 되었다. 먼저 7명의 교사들을 학교로 복직시켜야 한다. 복직뿐 아니라 그동안 받지 못했던 7명 교사의 최소 1년치 임금(해직 시부터 복직하는 순간까지의 임금을 일할로 계산하여)도 모두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받지 못한 임금의 손실 보상에 해당하는 25%의 이자도 물어내야 한다.

여기에 법원이 (해임 취소 외에) "소송비는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고 결정함으로써 그동안 사용된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도 모두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임 교사들이 부당징계로 받은 정신적 위자료 등을 청구할 시 이것까지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를 금액으로 계산해 보면 현재까지만 해도 최소 3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7명의 1년 치 임금을 1인당 연봉 3천만 원으로만 계산해도 2억1천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12개월치 25% 이자와 소송비를 더하면 최소 3억 원은 쉽게 초과한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에 해당하는 위자료는 제외하고도 이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일제고사 반대 교사 해임으로 지불한 사회적 갈등비용까지 계산하면, 그 금액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을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한다고 하지만, 사실 직접 당사자인 공정택 당시 서울교육감과 김경회 부교육감은 단 10원도 부담하지 않고 모두 국민의 혈세로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이것이 1심에서 끝나지 않고 2심, 3심까지 간다면 이렇게 허공에 날려야 하는 혈세도 그만큼 늘어나서 1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잘못은 서울교육 최고 수장들인 공정택과 김경회가 했는데 그로 인한 부담이 죄 없는 국민들의 혈세로 지불되는 상황인 것이다.

판단은 공정택이 했는데, 혈세 써야할 판

왼쪽부터 김윤주(청운초), 김영승(세화여중), 최혜원(길동초), 설은주(유현초) 교사.
 왼쪽부터 김윤주(청운초), 김영승(세화여중), 최혜원(길동초), 설은주(유현초) 교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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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정택 교육감은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오래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도덕적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을 것이며, 지금이라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전직 교육감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김경회 부교육감이자 권한 대행도 올해 교육감 선거가 끝나면 물러나야 한다. 만약 서울시교육청이 항소를 한다면, 교육감 선거가 때 2심 재판이 진행 중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교육청에는 이 사건에 대해서 책임질 최고 책임자들이 하나도 남지 않는 상황이 된다.

서울시교육청, 사실은 김경회 교육감 권한대행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너무도 쉽게 '항소'를 입에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고는 자신들이 쳤지만 책임질 위치에 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신들은 이미 떠났거나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신들은 2심, 3심까지 가도 10원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몇 년이 걸려 대법원까지 가서 교사들의 복직이 결정되더라도 임금이나 소송비 등을 공정택, 김경회 등 책임자들이 물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물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울시교육청이 항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김경회 교육감 권한대행이 항소를 결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신이 당시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이었고 현재 서울교육의 대표라면 "이번 항소로 인하여 지불되는 비용은 혈세가 아니라 내가 개인적으로 부담하겠다" 정도의 책임감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은 항소를 그의 교육에 대한 신념이자, 진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연 서울시교육청이 구상권을 청구한다고 해도 김경회 교육감 권한대행이 항소를 결정할 수 있을까?

교육청은 '반드시' 공정택·김경회에 구상권 청구해야

우리 법률에 '구상권'이라는 것이 있다. 구상권이란 타인을 대신하여 채무를 변제한 사람이 그 타인에 대하여 가지는 상환 청구권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해직교사들에 대한 임금과 소송비 등을 국가가 먼저 지불하고 이를 다시 채무 발생의 책임자인 공정택 전 교육감이나 김경회 교육감 권한대행에게 청구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만약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려면 최소 이로 인하여 현재 지불해야 하는 3억 원 외에 추가로 지출되어야 하는 수억의 혈세에 대해서 김경회 권한대행과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 정도는 밝혀야 할 것이다. 즉, 일단 임금과 소송비 등은 세금으로 지불하겠지만 잘못된 징계를 내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 당사자들에게 그것을 보존하도록 하겠다는 정도의 대국민 약속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서울시교육청도, 공정택 전 교육감도, 김경회 현 권한대행도 정치적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고 혈세 낭비에 대한 국민적 지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특히 교육계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이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12월 15일 경 공정택 전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을 받은 후 선거 기탁금과 선거비용 보전액 28억8천여만 원을 반환하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즉, 불법 선거로 당선무효형을 받았지만 선거기간 동안 혈세로 지원받은 선거비를 돌려주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공정택 전 교육감이나 김경회 현 권한대행이 스스로 물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듯하니 서울시교육청, 또는 국가가 반드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할 것 같다.

7명 교사 복직 시킨 뒤 재판 진행하는 게 '예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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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과 현행 법률이 보장하는 바에 따라 3심까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당시 공정택 교육감, 현 김경회 교육감 권한대행)이 항소 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이고 자유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이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자신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공정택 당시 서울교육감은 지난해 국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일제고사 해임 교사들에 대한 판결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그 입장이라는 것을 대법원 최종심이 있을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공정택 교육감은 현재 서울교육청에 없다. 대신 김경회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대행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 김경회 부교육감은 현 사태에 대해서 책임이 없을까? 책임이 공정택 전 교육감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김경회 부교육감은 당시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이 징계를 실질적으로 의결한 사람으로 현재 항소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현재의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다. 국민 앞에 자신들이 한 약속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혹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사정이 생겼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양해부터 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것을 최소한으로 실천하는 방법은 우선 7명의 해직 교사들을 복직시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항소하지 않고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결정이겠지만, 항소를 결정하더라도 항소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복직시킨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1년 동안 사랑하는 아이들에게서 강제로 쫓겨나 1년을 거리의 교사로 살아야했던 7명 교사와 그 제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아닐까?

그리고 서울시교육청과 국가는 공정택 전 교육감과 김경회 현 권한대행에 대하여 최소 3억 원에 이르는 해지교사의 임금과 소송비 등 즉 혈세 낭비에 대한 구상권을 반드시 행사하여 단 1원이라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국가 공권력의 이름으로 징계권을 남용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이자 국가의 책임이다.


태그:#일제고사, #구상권, #공정택, #김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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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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