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100여 년 만의 폭설에 이어 연일 맹추위로 온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종종걸음으로 일찍 집으로 돌아와 아랫목에 몸을 녹이며 오늘 저녁 식단은 어묵탕으로 결정했다.
추운 겨울날 뜨거운 어묵탕만한 것도 없다. 우리집의 식단에는 들어올 수 없는 식품이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햄, 소시지, 어묵, 젓갈, 생선통 조림류들이다. 몇 년쨰 식탁에 절대 올라오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어묵은 지난해부터 가끔 올라오더니 어느새 기본반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과 함께 가격대비 맛과 양에서 어묵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어묵의 성분표시를 볼 때마다 그 불쾌한 기분 떄문에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 다짐했지만 마트나 시장의 어묵가게 앞에서 늘 망설이면서도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다.
2010년 새해부터 어묵을 다시 금지품목으로 결정하고 지난 연말에 사다 놓은 것을 오늘 마지막으로 먹는다. 무와 멸치를 넣어 국물을 끓이면서 어묵을 썰고 있는데 TV의 고발프로그램에서 어묵의 실체를 밝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실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알고도 먹느라 그동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가스레인지를 끄고, 도마에 썰어진 어묵을 보면서 말했다. '니들은 도대체 뭐로 만들어졌느냐' 그리고는 그것들을 버렸다.
TV 방송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어묵공장들의 비위생적인 생산설비와 생산업자들의 도덕 불감증.
어묵의 주재료는 생선이다. 그 생선들은 거의 다 수입산(대부분이 베트남)이다. 재료로 사용되는 생선의 종류는 '잡어'들이다. 쉽게 말해서 생선 자체로 먹기에는 부적합한 것들 중에서도 가축사료용의 기준을 가까스로 벗어난 것들이라니. 더욱이 그것들이 위생적으로 가공되었을리는 안 봐도 뻔하다. 한국업체에서 요구하는 가격에 맞추다 보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현지 업체들의 항변이다. 이 말은 중국의 식품업체들에서도 했던 말이다. 이쯤 되면 모든 업체가 다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위생적인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어묵도 있다는 것 인정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식품첨가물이라고 본다. 어묵의 주재료가 되는 생선살 자체에서 어떤
맛이 느껴질 리가 없다.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것은 식품첨가물이 해준다. 그것들이 법적으로 사용기준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고는 있지만 유해성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여러 가지 화학첨가물들이 서로 섞이게 될 때
는 그 유해성이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는 것도 알려졌기 때문이다. 식품첨가물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소량' 섭취는 인체에 해가 없다는 주장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산자 중심의 편협한 생각이다.
식품첨가물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간편하고 쉽게 기업의 목적달성(이윤)을 하기 때문이다. 그 달콤한 유혹은 끊기 어려운 마약과 같은 것이며 생산자의 생각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부질없는 기대감이다. 결국, 소비자에 의해서만 변화될 수 있다. 불량 식품은 먹지 않겠다는 거부의사를 확실하게 표시하는 것이다.
어묵제품의 성분표시에 따른 첨가물 분석 |
*L-글루타민산나트륨: MSG로 널리 알려진 화학 조미료. 두뇌,성장,대사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미각을 둔화시키고 발열,무력감,구역질등을 일으킴. *소르빈산칼륨: 방부제로서 미생물을 방지하고 보존기간을 늘려줌. *디소르비톨: 감미제로서 과다 복용시 소화장애를 일으킬수 있음. *산도조절제: 산도(ph)를 조절하는 물질로서 식품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방부제 기능도 하며 다량 섭취하면 체내 pH조절에 이상이 생길 수 있음. *글루코노델타락톤: 팽창제로 제품을 부풀게 하고 맛을 부드럽게 하는 첨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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