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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사랑한다! 보고 싶다..."  

오래 전 운전을 하고 다닐 때 일이다. 초보를 막 벗어나 자신이 좀 붙었던가. 벌벌 기어다닐 때는 앞만 보며 내 생각만 하느라 몰랐던 접촉사고의 위기를 몇 번 겪으며 등줄기에 식은 땀이 났다. '아, 이래서 사고가 나는 거구나.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겠구나...'

그후 이런저런 여건이 변하면서 이제 운전대와는 완전히 멀어졌지만, 사람이 사고로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날이 갈수록 그 실감을 더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데다가 죽음준비 강의를 거의 매일 하고 다니게 된 것도 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운전을 하면서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면, 무슨 말을 누구에게 남기고 싶을까?' 생각했을 때, 딱 세 사람이 떠올랐다. 각각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고마워! 사랑한다! 보고 싶다..."였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들은 후배가 말했다. "저는 고맙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은데요. 보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는 건 왠지 일상을 나누는 사이는 아닐 것 같아서요..."

그런데 사실 중요한 것은 남기고 싶은 말과 그 대상이 아니라, 그 말을 죽기 전에 내가 그 사람에게 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아닐까. 그래서 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저자 역시 죽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 또 강조하고 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표지
▲ 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표지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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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츠 슈이치는 말기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전문의로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보며 누구나 마지막 때에 이르러 후회를 하고, 사람들이 '인생에서 풀지 못한 숙제'라고 생각하는 그 후회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그것들을 책에 정리해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같은 항목들은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하게 되는 후회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니 삶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은 나이 듦에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젊어 세상 떠나는 것이 그리도 안타깝고 아쉽고 가슴 아픈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결혼을 했더라면, 자식이 있었더라면,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같은 항목을 읽다보면 결코 완벽할 수 없는 삶의 선택 앞에서 과연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질문해 보게 된다.

특히 죽기 전 서두른 자식의 혼인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무리 죽음 앞의 마지막 소원이라 해도 결혼이야말로 당사자들의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의 숙제를 내려놓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죽음을 앞에 두지도 않았고, 흔히 말하는 혼기를 맞은 자식을 둔 처지도 아니니 말할 자격이 없는지도 모르겠지만.  

또한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항목은 요즘 많이들 입에 올리는 죽음준비와 존엄한 죽음의 구체적인 실천 항목에 가깝다.

전문 의료진의 조언을 바탕으로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 함께 결정해야 할 사항들을, 환자보다 젊고 힘있고 목소리 큰 보호자가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할 때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죽음의 시간에 임박해서 많은 환자들이 보이는 '후회'를 중심에 놓고 각각의 상황을 나누어 스물다섯 가지로 나열했는데, 직접 만난 환자들의 사례와 함께 풀어나가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글 사이사이에 집어 넣은 사진들이 집중을 방해했다. 단숨에 읽어나가지 말고 잠시 멈춰서 생각 좀 해보라고 사진을 배치했는지 모르겠지만, 글과 사진의 연관성도 없고 사진 자체가 주는 메시지도 와닿지 않아 내게는 아무 의미 없는, 단순한 분량 늘리기 정도로 느껴졌다.   

죽음의 자리에서 혹은 죽음의 시간에 이르면 누구나 지나온 생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 때 뼈저리게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생각하고 느끼면서 내 삶을 조정하고 조절하는 일,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이 책은 그 과정에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깊이나 통찰력을 기대하지는 말고, 앞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어떤 후회를 했나 살펴보면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결심하는 데는 작은 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2009)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arte(아르테)(2015)


태그:#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죽음, #죽음준비, #호스피스, #오츠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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