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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김인규 KBS 사장이 잇달아 KBS 수신료 인상방침을 시사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KBS 수신료거부운동의 불씨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으로 옮겨 붙으면서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공동대표 정연우, 이하 민언련)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노골적인 정권홍보에 기계적 균형마저 갖추지 않는 KBS가 수신료 인상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낯 뜨거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정권홍보를 하는 방송은 5천 원이 아니라 단돈 5원도 거둬갈 명분이 없다고 질책했다. '불량방송 KBS 안보기 운동'도 병행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민언련은 이 성명을 발표한 직후인 7일 오후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에 메일을 보내 'KBS 수신료 대응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 첫 번째 준비모임이 8일로 예정돼 있다. 또한 민언련은 12일 KBS 정체성 훼손과 수신료 인상의 문제점 등에 대한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정부홍보방송에 수신료 올려주긴 너무 아깝네요 ㅠㅠ"

 

KBS 시청자 자유게시판에도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서겠다는 누리꾼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오윤석씨는 "KBS 수신료는 MB에게 받으세요"라며 "요즘 KBS 안 본다, 2500원도 아까웠는데 6천 원이라니! 파란 기와집 그분은 아까울 게 없겠네요"라고 조롱했다.

 

우점택씨는 "MB정권이 들어서기 전의 KBS 수준이었다면 시청료 인상을 찬성하지만 지금 정권 나팔수로 전락하여 공영방송의 임무를 포기한 KBS는 시청료 인상이 파렴치하기도 하지만 이제 KBS는 시청을 안 하기에 아예 시청료를 낼 생각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우교씨는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느껴지면 아낌없이 수신료 올려주겠는데 그런 느낌이 안 든다"며 "정부홍보방송에 수신료를 더 올려준다는 건 진짜 아깝다~는"이라고 말을 줄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던 정부 인사나 정치인도 앞다퉈 KBS 수신료 거부운동의 전도사로 변신하고 있다. 정권홍보 나팔수로 전락한 KBS를 위해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인상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KBS 수신료 인상에 적극 나섰던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MB어천가 방송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매우 불쾌해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언급하기 전에 반드시 논의돼야 할 것들이 있다"며 "▲ MB특보 사장 퇴진 ▲보복인사 중단 ▲KBS 정상화"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사람이 KBS 사장에 임명되는 상황에서, 또 보도는 온갖 정권홍보에 치중돼 있고, 낙하산 사장 반대운동과 공정언론을 위해 싸운 기자들에 대한 보복인사가 판치는 마당에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후안무치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전 부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KBS는 공정성과 신뢰도 1위의 언론이었다"며 "정연주 사장은 노무현 캠프의 언론특보도 아니었고 오히려 방송독립을 위해 싸웠던 증인이었다"고 밝혔다. '부적격'한 대통령의 특보출신 사장이 수신료 인상 같은 '부적합'한 일을 하는데 동의해줄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민희, 정청래가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서는 까닭

 

17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KBS 수신료 인상에 적극 나선 바 있는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도 KBS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7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17대 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주장했던 제가 이번에는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서야 할 것 같다"며 "이것은 매우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KBS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공영방송  KBS 위상에 맞는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멀쩡한 정연주 사장을 불법적으로 해임하고 MB특보를 낙하산 사장으로 투입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수신료 인상이 아니라 지난 1986년처럼 수신료 거부운동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최시중 위원장과 김인규 사장이 무리하게 KBS 수신료를 인상하려는 순간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수신료 거부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무엇보다 정 전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수신료 인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현실화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전에 KBS가 과연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민이 준조세 성격의 KBS 수신료를 인상해줄 이유가 없다는 게다. 수신료 인상은 반드시 국민적 동의와 국회 합의를 거쳐야 추진될 수 있기 때문에 KBS에 공정성과 독립성, 공영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수신료 인상은 어렵다는 얘기다. 정권에 치우친 방송으로 의심받는 순간, 수신료 인상은 물거품 되기 십상이라는 것.

 

공영방송 걸맞은 사회적 책무 다하고 있나 자성도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준) 위원장도 이 같은 생각에 동의했다. 엄 위원장은 "KBS 수신료 인상은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KBS가 공영방송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했는지, 신뢰를 얻고 있는지 경영진은 이 점부터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한 엄 위원장은 "정녕 KBS 경영진이 수신료 인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은 수신료로 운영해야 한다는 이론적 당위를 넘어 현실적인 명분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KBS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권력의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과연 국민들이 2500원에서 5000~6000원 선으로 수신료를 인상하는데 동의해주겠느냐면서 경영진이 먼저 KBS의 공영성에 의문을 갖는 시민사회에 명확한 답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BS 수신료 인상하는 이유에 새로 도입되는 종합편성채널을 돕기 위한 것이 가장 큰 것이라면 당연히 여기에 동의해줄 수 없다"며 "MB정권의 정치적 배려를 위해 국민이 동원돼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개탄했다.

 

이어 권 교수는 "공영방송의 뉴스는 당연히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최근 KBS 보도를 보시라"며 "공정성을 담보하지도 못하는 언론이 어떻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지 도통 앞뒤가 안 맞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한 권 교수는 "한나라당과 MB정권은 스스로 자기 논리를 뒤집어엎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조중동 종편 살리기를 위한 주목적으로 수신료 인상을 도구화 하는 데 절대로 국민이 동원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그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할 때까지 국민들은 단 한 푼도 수신료를 인상해줘서는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KBS 수신료 거부운동#정연주#최민희#정청래#엄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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