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졸업반에 해당하는 6, 7세는 참으로 흥미로운 시기다. 유아기적 애착과 독립심이 공존하고, 판타지와 사실적 사고가 공존하고, 산타클로스를 믿으면서도 산타클로스 혼자서는 그 많은 선물을 다 나를 수 없다는 결론도 긍정하는 시기다.
이 시기 아이들은 독서의 폭도 넓은 편이다. 한두 살 아래 동생들이 보는 이야기책을 여전히 좋아하면서도 초등학교 저학년 용으로 출간된 책들도 즐겨보는 시기다. 실제 시중에 출간된 전집류에는 "6-9세 권장"이라는 문구가 붙은 것들이 많다. 원리과학 책들을 꾸준히 접한 아이들이라면 상식이 넓어져서 나름의 과학적 논리력을 갖추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의 놀이방식이 나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자애들은 이상해. 맨날 공주놀이나 하고. 고자질쟁이에다 툭하면 화내고."
"남자애들은 이상해. 웃기지도 않은 걸 가지고 웃어댄다니까. 맨날 우기고 싸우고."
유아기 졸업반이 되면 여자아이들은 똘똘이, 콩순이 등 머리 큰 인형들을 내려놓고 바비인형 같은 8등신 인형을 선호한다. 남자아이들은 뽀로로 운동화나 삐뽀 장난감에 안녕을 고하고 파워레인저나 카트라이터 캐릭터를 선호한다. 성별의 차이나 대립이 확연해지는 건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과정이다.
이 시기의 독서도 아이들의 성장새를 따라가는 게 좋다. 아이들의 관심을 긍정하고, 또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도 아이들의 성향에 맞춰주는 게 좋다. 그렇게 책을 읽어가다보면 독서영역은 저절로 확장되고 어느 순간 성별의 한계나 편견을 훌쩍 넘는 단계에 들게 된다.
오늘은 유아기 졸업반들에게 권하는 우주이야기책(영어책) 몇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도 있고,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도 있겠지만, 자연스런 독서를 통해 성별의 한계나 편견을 넘어서도록 끌어주는 게 좋을 것이다.
<1. Captain Invincible and the space shapes>
스튜어트 J 머피의 유명한 수학동화 중 한 권이다. 흥미로운 모험담에 천문학 용어와 수학용어가 섞여 있어서 창작, 수학, 과학 세 영역에서 다 얻을 게 있는 책이며, 남자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것으로 유명한 책이다.
<2. Moonhorse>
유아기 졸업반 여자아이들은 유니콘, 페가수스 등 환상의 동물을 좋아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녀도 딱 유아기 졸업반 정도로 보인다. 아빠 품에 안겨 밤하늘을 보던 소녀는 아빠가 금방 잠들어버리자 혼자 심심해 한다. 그때 하늘에서 moonhorse가 날아와 소녀를 태우고 밤하늘로 날아간다. 늑대 그림자와 전갈자리가 무서워 숨어 있는 초승달을 구해내고 소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모험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빠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 대목에서 곧잘 웃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빠들은 애보다 먼저 잠들기 선수다. 아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3. The Solar System>
미국 Scholastic 출판사의 Time to discover 시리즈 가운데 '태양계'를 다룬 것으로, 지구, 달, 태양, 태양계, 유성, 혜성 편 등 여섯 권으로 이루어진 묶음이다. 원리과학 시리즈지만 사진과 그림자료 위주로 전개되어 과학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따분해하지 않는다.
유아들의 머릿속에 '태양계, 행성 지구, 아시아대륙, 대한민국 경기도 어디 어디 무슨 아파트 몇 동 몇 호 홍길동'이라는 확장된 주소를 심어주기에 적당한 책이다.
<4. Rhyme Bible>
이 시대 그리스도교가 저지른 온갖 악행들로 성서 자체에 대한 반감을 품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유아들에게 우리의 편견을 물려줄 필요는 없다. 기독교 경전이든 불교 경전이든 이야기로 읽히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우리말 코란도 읽어주면 좋다. 종교는 문화의 한 축이기 때문에 타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화 자체에 대한 무지 속에 살게 된다.
기독교의 경전이 성서가 싫다면 성서를 신화의 한 부류로 보고 읽어도 좋다. 신화는 인간이 이 세상을 이해하고 애쓴 사고의 흔적이다. 신화를 이해하면 인류의 묵은 세월과 성장을 이해하게 된다. 유아기부터 여러 종교의 경전을 옛이야기책으로 접한다면 오늘날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저지르는 만행들이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되풀이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성서에도 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창세기의 별, 예수 탄생을 예고한 별 등. 그 별 이야기를 라임이 있는 영시로 들려줄 기회를 선사하는 책이다. 우리말 번역본에도 영시 원문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어 굳이 원서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상으로 유아들에게 권하는 우주이야기- 영어책편을 마친다. 유아기의 독서는 지식습득보다는 '소통'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시기에 엄마와 눈맞춤하며 읽은 책들은 우리 유아들의 일생을 통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생떽쥐뻬리는 누군가 자신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의 어린시절에 왔다"고 대답하겠노라 했다. 그만큼 유년시절은 일생을 두고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시기다.
엄마의 욕심보다는 아이의 관심과 성향을 존중하고, 엄마의 편견을 넘어서는 책들로 유아들을 끌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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