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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영 선생님으로 부터 새해의 무망지복毋望之福((뜻밖에 얻은 행복)을 기원하는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새해첫날 집 앞에서 뜻밖에 고라니을 만났듯 이선생님도 생각치도 못한 좋은 일이 많이많이 생기세요."

짙은 정을 베푸시는 푸근한 마음이 꼭 저의 어머님을 닮으셔서 제가 어머님의 예우로 대하는 분이지요. 서울과 경기도의 접경지역인 고양의 강매동 산자락에 손수 집을 짓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삶을 살고계시는 분입니다.

서울과 일산의 거대한 콘크리트 인공물들의 틈에 남은 작은 산자락에서 새해 아침 뜰로 나오셨다가 고라니가 노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전신영어머님께 얼마나 큰 감격이었겠습니까. 전신영 어머님은 그런 행복한 조우가 제게도 올 한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보내주신 것입니다.

. 전신영어머님께서 야생 고라니를 만나는 것 같은 기쁨의 새해가 되도록 기원해주셨습니다.
.전신영어머님께서 야생 고라니를 만나는 것 같은 기쁨의 새해가 되도록 기원해주셨습니다. ⓒ 이안수

어머님의 그 바램 때문인지 어제 저도 헤이리에서 고라니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크레타의 김기호선생님으로 부터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왔습니다.

"바로 눈앞에 고라니가 있어요."

저는 한 시간 뒤에 있을 '2010 겨울 헤이리 청소년 캠프'에서의 특강을 준비하는 중에 받은 전화였습니다. 저는 급히 김기호선생님이 계신 세계민속악기박물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사이에 소요된 15분쯤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고라니는 모습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 헤이리의 마을에서 만난 야생 고라니
.헤이리의 마을에서 만난 야생 고라니 ⓒ 이안수

고라니는 느티마을과 은행마을을 가르는 헤이리의 얕은 산자락 눈밭에서 관목을 헤이치며 마른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악기박물관은 그 산과 바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박물관 안에서도 고라니가 바로 눈앞에 있는 듯 보입니다.

사슴과의 그 선한 눈빛을 고라니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라니는 수컷조차 뿔이 없으므로 암수 모두 선한 인상이 더욱 두드러지지요. 고라니는 제게도 모습을 보이고 산경사지에 자리잡은 포슬린하우스를 돌아 바위 뒤에서 한동안 헤이리의 풍경을 조망하다가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헤이리 마을로 산책을 나온 야생 고라니는 마을 중앙의 야산 바위뒤에서 그리움의 표정으로 헤이리를 한참 동안 조망했습니다.
.헤이리 마을로 산책을 나온 야생 고라니는 마을 중앙의 야산 바위뒤에서 그리움의 표정으로 헤이리를 한참 동안 조망했습니다. ⓒ 이안수

저는 고라니가 넋을 잃고 한참이나 바라본 그 산 언덕위에서의 조망이 궁금했습니다. 고라니가 서서 바라보았던 그 바위 뒤에서 저도 잠시 동안 헤이리를 내려다보았습니다.

. 야생 고라니가 머물렀던 곳에서 고라니의 눈 높이로 본 헤이리
.야생 고라니가 머물렀던 곳에서 고라니의 눈 높이로 본 헤이리 ⓒ 이안수

모티프원의 정원에서 갖은 야생 조류들을 만나는 일들은 참 흔한 일입니다. 서재 앞 좀작살나무는 매일 딱새와 직박구리가 방문합니다.

. 모티프원 정원의 딱새 암컷
.모티프원 정원의 딱새 암컷 ⓒ 이안수

. 모티프원 서재앞 좀작살나무에서 열매를 먹고 휴식하며 제게 말을 걸어올듯 서재를 바라보고 있는 직박구리
.모티프원 서재앞 좀작살나무에서 열매를 먹고 휴식하며 제게 말을 걸어올듯 서재를 바라보고 있는 직박구리 ⓒ 이안수

지난해 5월에는 북카페 반디 정원의 마른나무기둥을 파고 안식처를 마련한 쇠딱따구리부부가 무사히 새끼들을 부화하여 이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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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헤이리를 산책하다가 길가의 잡목 더미 속에서 푸드덕 날아오르는 장끼와 까뚜리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되레 사람들이 놀라기도 일쑤입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새벽에 수십 마리의 흰뺨검둥오리들이 헤이리중앙의 갈대늪에 노닐다 가는 일을 음밀히 관찰하는 일은 저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 헤이리 중앙의 갈대늪을 노니는 흰뺨검둥오리들
.헤이리 중앙의 갈대늪을 노니는 흰뺨검둥오리들 ⓒ 이안수

헤이리는 좀 더 생태적인 것에 주력하여 '그리움의 마을(Green과 Museum의 조어로서 녹색으로 대별되는 생태와 박물관으로 상징되는 문화가 조화를 이룬 마을)'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헤이리는 구입한 땅의 50%씩을 공공용도로 반환했고 노을동산과 갈대늪 등을 인공이 최소화된 자연공원으로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파주시에 기부채납했습니다.

야생 동물도 느리게 소요逍遙할 수 있고 야생의 조류도 둥지를 지을 수 있는 문화마을 헤이리. 헤이리는 그리움(GREE+UM)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헤이리#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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