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깃든 의미를 헤아려 먹는다면 맛의 깊이가 다르다. 대표적인 게 떡국이다. 떡국은 1월중의 대표적인 철 음식으로 남쪽지방 사람들 속에서 나이의 표상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는 매해 한 그릇씩 먹는 숫자가 늘어나는 데에 따라 나이도 한살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설날에 먹는 떡국을 첨세병(添歲餠)이라고까지 하였는데 '나이를 한살 더 먹는 떡'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 설에는 약주나 청주를 즐겨 마셔왔다. 기록에 의하면 설에는 앓지 말고 장수하라는 의미로 도소주(屠蘇酒. 도라지, 방풍, 산초, 육계를 넣어서 빚은 술)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설날 마시는 도소주는 나이가 적은 사람부터 마신다고 하였는데 그 이유가 재미나고 찡하다. 젊은 사람은 나이를 한살 더 먹으므로 그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먼저 술을 마시게 하였다.

반대로 늙은 사람은 이제는 나이가 한살씩 늘어나므로 아쉬워서 나중에 마신다고 하였다. 이렇듯 우리 선인들은 술 한잔에도 젊은 사람에게는 인생의 책임감을, 늙은 사람에게는 장수를 바라는 효의 사상을 담았었다. 이번 설에는 도소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약주나 청주를 준비해서 선인들의 뜻을 이어받는 건 어떨까?

보름날에 오곡밥을 검은 나물(취)로 싸서 먹는 복쌈풍습이 있다. 이는 새해에는 복을 받아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데서 생긴 것이라고 하였다. 일부 지방에서는 '명쌈'이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복쌈의 재료가 꼭 취나물만은 아니었다. 전라도지방에서는 많이 생산되는 김으로 복쌈을 하였다. 돌아오는 대보름에 선인들의 풍습대로, 오곡밥을 김이나 취나물로 싸서 가족의 행복을 염원하며 먹는다면 그 맛이 각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북에서는 음력 정월 열 나흩날(14일) 점심에 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다. 이는 긴 국수오리(국숫발)처럼 오래 오래 살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때문에 이날 먹는 국수를 '명길이국수'라고 부른다. 북에서 면에 절대 가위를 대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냉면 국수오리를 가위로 댕강 잘라서 먹는 남쪽보다 북이 전통이나 풍습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건 아닌가 싶다.

갈수록 음식에 담겨있는 의미가 자꾸 퇴색되어가고 있는 듯하여 아쉽다.